구조조정안을 놓고 한 달째 갈등을 빚어 왔던 KBS 노-사가 결국 원만한 해결점을 찾지 못한 채 극한 대립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진종철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위원장은 예고한 대로 5일 오전부터 단식농성에 들어갔으나 KBS PD협회는 노조의 현 투쟁방식에 동의할 수 없다며 정면으로 이를 반박하고 나서 이번 사태는 노-노 갈등으로 번질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노조위원장, 5일 오전 무기한 단식농성 돌입**
진 위원장은 5일 오전 KBS 본관 ‘민주광장’에 간이 농성장을 차리고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진 위원장은 조합원들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지난해 요란을 떨던 수신료 인상은 실패로 끝났고, 결과는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였다”며 “그럼에도 경영진은 이를 외부 환경 탓으로만 돌린 채 오히려 구조조정으로 부실 경영의 책임을 조합원들에게 떠넘기려 하고 있어 부득이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가게 됐다”고 밝혔다.
진 위원장은 “혹자는 KBS가 위기인데 일단 노사가 대화의 자리에 앉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고 충언했지만 공영방송의 경영진이 현재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이후 더 큰 부실 경영이라는 재앙을 몰고 올 것이 뻔하다”며 “지킬 것을 지키기 않고 서로 눈감고 넘어갈 때 그 안일함이 언젠가는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임을 잘 알기에 그같은 충언을 잠시 묻어두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정연주 사장과 진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단독 면담을 갖고 노조 대의원대회 결의사항인 ‘선 경영진 퇴진, 후 고통분담’안을 놓고 협상을 벌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정 사장은 진 위원장의 요구에 대해 “현 단계에서 지난 6월 1일 밝힌 구조조정안을 철회하기는 어려운 만큼 오히려 노조가 조합원들을 설득해달라”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노조는 4일 비상대책위원회를 열어 △5일부터 위원장 무기한 단식농성 돌입 △집행부와 중앙위원들의 동조 삭발과 단식 △비상총회 소집 △경영진 신임투표 △경영진 출근 저지 투쟁 등을 벌여 나가기로 결정했다.
***PD협회, “정 사장 핑계대지 말고 스스로 개혁하라”**
그러나 노조의 이같은 투쟁방식에 대해 일부 직능단체들은 첫 날부터 “동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KBS PD협회(회장 이강현)는 5일 발간한 협회보를 통해 노조의 행동에 정면으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PD협회는 “노조는 정 사장을 신자유주의자라고 공격하면서도 막상 그보다 훨씬 보수적인 수구세력(한나라당ㆍ보수신문)과 동조하는 이율배반을 보이고 있다”며 “책임지면 고통분담을 하겠다는 말도 물러날 대상자와 협의를 하겠다는 논리모순의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PD협회는 또 “노조 집행부는 정 사장을 ‘얼치기 개혁꾼’이라고 하지만 그가 ‘얼치기’였기 때문에 그들이 지금까지 살아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며 “손님처럼 왔다가 떠날 정 사장을 개혁의 주체로 세우지 말고 노조 또는 우리 스스로가 반성과 자기부정을 통해 내부 개혁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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