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오는 29일부터 미국을 방문해 딕 체니 부통령 등을 만나 최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면담 내용과 우리측의 '중대 제안' 등을 설명할 예정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외신 일각에서 '한-미 마찰'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뤄지는 이번 방미는 차기 6자회담 개최를 위한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정동영, 체니 만나러 29일 방미**
통일부는 27일 정동영 장관이 오는 29일부터 7월 3일까지 미국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미 행정부 및 의회 주요 인사들을 만나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면담 및 15차 장관급회담 성과를 바탕으로 주요 현안에 대한 정부 입장을 설명하고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정 장관은 이번 방미 기간 동안 체니 부통령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과의 면담을 추진 중이나 아직 일정이 확정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도 27일(현지시간) 정 장관의 방미 배경에 대해 "우리는 한국과 긴밀한 우방이자 동맹으로서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여러 가지 주제에 관해 잦은 논의를 하고 있다"고만 말하고, 구체적인 일정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정 장관의 방미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 자격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지난해 8월 개성공단 전략물자 반출입 문제와 관련한 협의차 방문한 이후 두 번째다.
***정동영 "중대제안, 북한에 먼저 제안한 후 미국에 설명"**
정 장관의 이번 방미는 우리 정부가 미국과 사전협의없이 김정일 위원장에게 한 '중대제안'에 대한 설명 및 미국측 설득이 핵심을 이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대 제안은 지난달 남북차관급실무회담에서 이봉조 통일부차관이 처음으로 밝힌 것으로 지난 17일 김정일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정 장관이 재차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신중히 연구해 답을 주겠다"고 답했다.
정 장관은 '중대 제안'과 관련해 27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 전체회의에서 "김 위원장에게 제안한 후 미국에 설명했다"고 말해 미국과의 사전협의가 없었음을 밝히면서 "(중대 제안은) 북측이 이를 수용할 때 의미가 있기 때문에 북한에 이를 제안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미국에 설명할 수는 없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그는 '중대 제안'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공개하기엔 문제가 있으며 정부가 핵문제를 더 이상 끌어가지 않고 획기적으로 타결짓겠다는 차원에서 제안한 것"이라고만 덧붙였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북한이 가장 중시하는 문제인 체제안전보장과 경제문제일 가능성이 높으며, 특히 경제문제는 무엇보다도 경제회생에 필수적인 에너지 지원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마이니치 "한-미 마찰 가능성"**
일본의 <마이니치> 신문은 정동영 장관 방미와 관련, 한-미 마찰 가능성을 제기해 주목된다.
<마이니치 신문>은 27일 '정동영 장관 긴급 방미'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정동영 통일장관이 27일 국회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한국이 준비하고 있는 '중대 제안'에 대해 '김정일 북한 위원장과의 17일 회담에서 직접 설명했으며 그후에 미국에 전달했다'고 밝혔다"며 "정 장관은 동시에 29일부터 7월3일까지 미국을 방문한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어 "(정동영 긴급 방미) 배경에는 한-미간 마찰이 생겼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마찰설과 관련, 정 장관의 이번 방미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체니 부통령과의 면담 성사 여부다.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좌장격인 체니 부통령은 부시 정부내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로, 지난 10일 노무현대통령의 방미때도 노대통령의 면담 요구를 거부했을 정도로 한국의 대북 유화책에 강력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예로 부시 대통령의 경우 '미스터 김정일'이라고 북한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인 바 있고 라이스 국무장관도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을 자제해 달라는 우리측 요구에 '유념하겠다'는 뜻을 밝혀 한 걸음 물러서는 자세를 취한 반면, 체니 부통령은 "북한 지도자인 김정일은 세상에서 가장 무책임한 지도자 가운데 한 명으로 김정일은 국민을 전혀 돌보지 않고 있다"는 등 대북 비난을 그치지 않고 있다. 미국은 동시에 북한 3개 기업의 자산동결 등 대대적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더라도 강력한 대북 정책을 견지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따라서 정 장관이 이번 방미 기간 동안 체니 부통령과 만날 수 있으며, 체니를 만나게 될 경우 얼마나 그를 설득해 낼 수 있을지가 정 장관의 방미 성과를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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