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히토 일왕 부처가 27일 2차대전 격전지인 미국령 사이판섬 위령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일왕이 과거 식민 지배지역을 위령 목적으로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고 2차대전 당시 일본군들이 자살한 ‘반자이(만세) 절벽’까지 찾을 계획이어서 최근 도쿄재판 정당성도 부인하는 일본 사회 우경화와 맞물려 침략행위를 정당화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키히토 일왕 사이판섬 위령방문 시작, ‘반자이(만세) 절벽’도 방문**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키히토 일왕 부처는 이날 하네다 공항에서 정부 전용기로 태평양전쟁 격전지였던 미국령 사이판섬으로 출발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출발에 앞서 공항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출발 행사를 갖고 “61년전 오늘도 섬에서는 장렬한 전투가 계속되고 있었다”면서 “지난 대전 중 해외에서 목숨을 잃은 모든 이들을 추도하고 세계 평화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늘의 일본이 이러한 많은 사람들의 희생 위에 쌓아 올려져 있다는 것을 앞으로도 항상 유념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위령방문은 1박2일 일정으로 아키히토 일왕은 이날 저녁 사이판섬에 도착한 후 유족회와 전우회 등 대표들을 만나고 다음날인 28일에는 일본 정부가 조성한 ‘중부태평양전몰자의비’에 헌화한 뒤 일본군이 미군에 투항을 거부하고 자살한 ‘반자이(만세) 절벽’을 방문할 계획이다.
1차대전에 일본위임통치령이 됐던 사이판섬은 1944년 6,7월 미군 상륙작전으로 격렬한 전투가 전개돼 약 4만3천명의 일본군과 1만2천명의 재류 일본인을 비롯해 5천명의 미군과 9백30여명의 현지인들이 사망했었다.
***日우경화와 맞물려 침략행위 정당화로 변질 우려**
한편 이번 방문은 아키히토 일왕이 과거 식민 지배지역을 위령 목적으로 방문하는 것으로는 처음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패전 60주년을 맞아 일본 우경화와 함께 침략행위 정당화에 나서는 움직임의 일환이 아니냐는 경고의 목소리다.
아키히토 일왕은 사이판섬에서 특히 일본군들이 자살한 ‘반자이(만세) 절벽’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일본내 우익들은 그 선전효과를 톡톡히 기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울러 이번 방문을 전후로 일본내에서는 2차대전 시기 A급 전범이 국내법으로는 전쟁범죄자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공공연히 터져나오고 있어서 우려를 더하고 있다. 일본 종교법인인 야스쿠니신사측이 그러한 주장을 강력 제기하는가 하면 정치권에서도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와 모리오카 마사히로 후생노동성 정무관 등 우익 인사들이 그러한 주장을 펴고 있다.
일본 우익들은 아울러 전후질서의 근간이 돼 왔던 도쿄재판(극동국제군사재판)의 정당성마저 부인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야스쿠니신사는 도쿄재판에 대해 “절대적으로 옳았다고 단언할 수 없다”고 강변했으며 모리오카 정무관도 “점령군이 행한 일방적 재판으로 이긴 쪽이 정의이고 진 쪽이 악이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키히토 일왕의 사이판섬 위령 방문은 일본내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고 있어 우익들이 활개치는 데 더없이 좋은 발판을 마련해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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