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26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이라크 저항세력 지도자들과 협상을 벌였다'는 보도를 시인하면서 "저항세력이 앞으로 12년 동안이나 버틸 수도 있다"고 밝혀, 이라크전에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는 속내를 드러냈다.
***럼즈펠드, 美-저항세력 '막후 협상' 시인 **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럼즈펠드 장관은 이날 <Fox 뉴스 선데이>와 인터뷰를 가진 자리에서 "미국 관리들이 6월에 이라크 저항세력들과 두 차례 만나 협상을 벌였다"는 영국 <선데이 타임스>의 보도 내용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그러한 접촉은 항상 이뤄지고 있다"고 막후협상 사실을 시인한 뒤, "주권국가를 구성한 이라크인들은 (스스로) 다양한 저항세력들과 어떤 관계를 형성할지 결정할 것이며, 미국은 이라크 관리들과 저항세력간 만남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라크 정부가 폭넓은 국민의 정치 참여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을 반영한 움직임'이라는 설명이다.
<선데이 타임스>는 미군과 저항세력간 협상에 참석했던 이라크 소식통을 인용해 "미군 관리 4명이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40km 떨어져 있는 도시인 발라드 근처 빌라에서 지난 3일과 13일 두 차례 저항세력과 만났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 협상에 참석한 저항세력들은 안사르 알-순나와 모하메드군, 이슬람 군대 등이었으며 이 자리에서 한 미국 관리는 자신을 국방부 대표라고 소개하면서 "양측의 유혈 공격을 막을 방도를 찾고 (저항세력의) 요구 사항과 불만 등을 들을 준비가 돼 있다"면서 협상 결과가 워싱턴 상부로 보고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라크 국내-해외파 저항세력 분열공작**
미국 정부가 저항세력과 직접 만난 이유에 대해서는 '이라크 국내 저항세력과 해외파 저항세력간 틈새를 벌리기 위한 분열 공작의 일환'으로 분석되고 있다.
럼즈펠드 장관은 접촉한 세력에 대해선 "저항세력은 사담 후세인의 축출에 반대하는 수니파에서부터 외국태생 테러리스트까지 여러 층으로 구성돼 있다"고만 언급하면서도, 그러나 "알 자르카위처럼 사람들을 참수하는 측과는 협상을 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는 이라크내 대표적인 해외파 저항세력으로 알 카에다와도 연계된 조직. 따라서 이같은 럼즈펠드 발언은 접촉 세력이 이라크 국내세력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존 아비자이드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도 CBS와의 인터뷰에서 "이라크 정치인들과 미국은 이라크 수니파와 정기적으로 접촉을 하고 있지만 알 자르카위나 그와 연계된 조직과는 대화를 나누고 있지 않다"고 말했었다.
***"저항세력 공격 12년 갈 수도" **
하지만 미국의 무장세력 접촉은 "무장세력과 대화란 없다"던 종전 미국의 태도와 크게 대조되는 것이어서, 미국이 '베트남전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실제로 부시 정부는 이라크로의 주권이양이 된 지 오는 28일이면 1년이 되나, 도리어 저항세력의 공격이 강화되며 저항세력 숫자가 급증하는 데다가, 미국내 전쟁 반대 여론이 고조되는 데 대해 크게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실제로 럼즈펠드 장관은 이날 '막후접촉' 시인 이외에도 "저항세력들은 수년동안 계속해서 버틸 수 있다"면서 "5년, 6년, 8년, 10년, 12년을 버틸 수도 있다"고 말해, 나날이 강고해지고 있는 이라크 무장세력의 저항에 대한 미국의 열패감을 드러냈다.
그는 또한 "저항세력을 패배시키는 것은 미군과 외국군이 아닌 이라크 국민과 보안군의 임무"라고 책임을 이라크 보안군에게 떠넘기기도 했다. 그는 "미국은 이라크 국민과 이라크 보안군들이 저항세력에 맞서 승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라크 보안군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이같은 럼즈펠드 발언은 미군 철수 명분을 쌓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을 낳고 있다. 미국은 이미 내년초 1만5천명의 미군을 철수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의 이라크 침공 목적이 '석유'라는 점을 고려할 때 베트남전에서처럼 미국이 패배를 시인하고 전면철수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전망돼, 이라크 전쟁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알 순나, "성전, 이라크 권위 회복시킬 유일한 방법"**
실제로 미국의 이같은 접촉 시인에 대해 안사르 알 순나 측은 즉각 인터넷 웹사이트에 조직 지도자 명의의 성명을 발표하고 그러한 접촉에 참가했다는 사실을 부인했다. 알 순나는 이어 "성전은 이라크의 권위를 회복시킬 유일한 방법"이라며 불굴의 투쟁의지를 천명했다.
알자르카위 조직도 인터넷 성명을 통해 "유대인과 십자군 및 그들 대리인과 만나는 어떤 사람에 대해서도 반대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우리는 우리 형제 무자헤딘들이 그러한 거짓말에 속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저항세력은 내년초 미군이 부분 철수를 시작하는 시점에 맞춰 전국적 총공세를 단행해 미군의 전면 철수를 이끌어낸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미국을 진퇴양난의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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