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사탄'으로 부르며 핵무기 개발을 주장하는 '대미강경파'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테헤란 시장이 이란의 새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강경파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새 대통령에 당선**
이란 내무부는 25일 "아흐마디네자드 후보가 전날 치러진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고 발표했다. 아흐마디네자드는 61.8%의 득표율을 보였으며 온건 보수파로 분류되는 아크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은 35.7%의 득표율에 그쳤다. 공식 개표결과는 오후 12시쯤(현지시간)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선거에는 4천7백만 전체 유권자 가운데 2천3백만명이 참여해 투표율은 49%를 기록했으며, 지난주 실시된 1차 대선 투표에서는 63% 투표율을 보였다.
1차 투표 당시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은 21%로 1위를 기록했고 아흐마디네자드는 19.5%로 2위로 결선투표에 올랐다는 점에서 이번 결선투표 결과는 예상을 뒤엎은 것이며, 당초 팽팽한 접전이 예상됐던 보수파와 개혁파의 대결이 보수파끼리의 결선투표가 치러져 이란의 정치외교적 노선인 '보수강경'으로 회귀하게 될 전망이다.
개혁파인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 진영의 무스타파 모인 후보는 1차 투표에서 5위에 그쳤다.
보수파의 득세는 하타미 대통령이 이끈 개혁파가 집권 8년 동안 지지부진한 개혁으로 유권자들의 실망감에 커지면서 어느 정도 예상돼 왔다. 그러나 대미관계의 협상력이 두드러진 보수파로 주목받었던 라프산자니가 강경파인 아흐마디네자드에게 참패한 결과를 두고 갖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라프산자니는 1차 투표에서 탈락한 개혁파들로부터도 하타미 대통령이 취했던 여권 신장 및 대외 개방 정책이 일정 부분 유지될 것으로 기대하며 지지를 받았으며, 미국 정부도 선호하는 후보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FT, "미 행정부 매파, 강경파 집권 환영"**
이와 관련,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FT)는 24일(현지시간) "미 행정부 내 매파들이 강경보수파인 아흐마디네자드 후보의 승리를 바라고 있다"며 미국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케네스 폴락은 FT와의 인터뷰에서 "미 행정부 내 매파들은 근본주의자이자 강경파인 아흐마디네자드를 선호한다"고 지적했다.
FT에 따르면 미 행정부내 매파들은 라프산자니가 당선되면 미국 행정부 안에서 온건파의 목소리가 높아질 뿐 아니라, 이란을 고립시키려는 미국과 이란과 협상하려는 유럽 사이의 틈도 더 벌어질 것으로 우려해 오히려 아흐마디네자드가 당선되면 이란 사회의 불만이 커져 시민봉기를 통한 정권교체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정정치 강화, 핵문제 등 대미 관계 악화 전망**
실제로 아흐마디네자드는 이슬람혁명 원칙과 신정체제를 신봉하며 현 정치현실을 감안한 제한된 개혁을 희망해 왔다. 게다가 그의 최대 지지세력이 혁명 수비대와 강경보수색채인 종교계 지도자들이라는 점에서 이란 사회의 보수적인 색채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외정책면에서도 아흐마디네자드가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보다 더 강경한 노선을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란은 강경 보수파인 종교최고지도자 하메네이와 12명의 성직자들로 이뤄진 혁명수호위원회가 최고 권력기관이지만 대통령직마저 강경 보수진영에서 차지함으로써 강경 색채가 더욱 두드러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카림 새자드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란 관계 돌파구의 문이 거의 닫혀진 셈"이라면서 "아흐마디네자드가 핵문제에 그다지 타협하는 자세를 보일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