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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공격, 부시 오히려 심대한 타격 입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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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대북공격, 부시 오히려 심대한 타격 입어”

[인터뷰] 브루스 커밍스, “관계정상화前 北개혁 변화 어려워”

남북관계가 진전을 보이면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재개 가능성이 한결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미국 부시 정부의 대북 강경 정책이 완전히 변화했다고 보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부시 정부에서는 여전히 대북 강경파인 ‘네오콘’ 힘이 강력하고 부시 2기 대외정책 기조인 ‘자유와 민주주의 확산’은 북한을 노린 측면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 가능성이 많이 약화됐지만 한때 6월,7월 위기설 등으로 미국의 대북선제공격설까지 퍼지기도 했다.

한반도 주변 국제정치관계 연구로 유명한 세계적 석학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교수는 그러나 이와 관련해 “한반도에서 (미국의 선제공격으로) 전쟁이 발발할 경우 오히려 부시 정권은 심대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북 공격, 부시 정권 오히려 심대한 타격 입어”**

커밍스 교수는 지난 14일 서울에서 <프레시안> 기획위원인 김민웅 성공회대 겸임교수와 가진 인터뷰에서 “사실상 모든 주변국들이 미국과 평양간 정상적 관계 수립을 바라고 있다”면서 “이런 주변국들의 노력이나 기대를 감안한다면 만약 전쟁이 일어날 경우 부시 정권은 도리어 심대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북미간 관계정상화를 바라는 것은 한국 정부뿐만이 아니고 러시아와 중국은 북미 정상적 관계 수립에 대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으며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도 북한과의 관계정상화를 위해 노력해 왔던 점에 비춰 볼 때 부시 정부로 인한 전쟁 발발은 부시 정권 유지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커밍스 교수는 또 “미국의 선제공격 등이 일어난다고 했을 때 여론이 이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며 “북한은 분명 얘기할 의사가 있고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있다며 대화를 요청한 상황에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전쟁을 일으킨 상황이 된다”며 부시 정권에 대한 타격을 설명했다.

그는 특히 “미 국방부내의 군지휘관들도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만일 ‘일’이 잘못되면 비난으로 끝날 일이 아니고 선제공격 자체가 아주 힘든 일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이들은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원하고 있어 ‘럼즈펠드식’의 새로운 작전계획을 바라지 않는다고 커밍스 교수는 덧붙였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시 정부 내에서는 대북 공격 구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 위험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면서 “군사적 제재를 이용한 차선책들은 결코 성공할 수가 없으며 결국 유일한 방법은 직접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시, 남북정상회담 반대할 것”-“한국 정책 막강 권력은 체니”**

커밍스 교수는 이어 부시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에 반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상회담을 하겠다면 물론 이를 막을 능력은 없겠지만 북한이 6자회담 복귀 이전에 정상회담을 한다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얘기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그러나 미국의 반대를 돌파하면서 정상회담이 이뤄져 “결과적으로 유용한 합의사항을 유추해 낸다면 부시 정부도 이를 받아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이같은 전망 속에서 미국 내에서 한국에 관한 정책을 주도하는 인물로 체니 부통령을 꼽았다. “한국 등 대외 문제에 있어 초강경파인 체니가 부시에 대해 갖는 영향력은 막대하다”면서 “라이스 국무장관은 부시와 가깝다는 것 이외에는 다른 것이 그에게 있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라이스 장관과 부시 대통령과의 밀접한 관계를 설명하면서는 “지난해 라이스는 부시를 지칭하며 ‘내 남편’이라고 실언해 사람들의 입방아에 올랐던 우스운 일화도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또 부시 대통령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에프’를 제대로 모를 정도로 세계정세에는 어둡다”고 비판하며 부시가 클린턴 정부 시절 북한과의 미사일 협상 결과를 끝까지 이행하지 않은 점을 “부시 정부의 치명적인 오류”라고 비판했다. 당시 협상이 제대로 됐다면 북한의 미사일 사정거리가 국제적 기준에 따르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얻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北 변화와 남북관계 진전, 대미 관계정상화 이전엔 힘들 것”**

커밍스 교수는 그러나 “북한의 괄목할만한 변화나 남북관계 진전은 미국과의 관계정상화 이전에는 힘들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중국과 베트남의 개혁 개방은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와 시점을 같이했으며 북한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2000년 6.15 공동선언에 대해서도 “역사적이고도 아주 중요한 사건”이라면서도 “6.15 이후 북한 내부 개혁이 일어나고 있고 방향도 달라지고 있는 것은 명확하지만 단발적”이라고 평가했다. 그가 북한을 고립에서 이끌어내는 방안으로 제시한 것은 단순하면서도 명쾌했다. “체제를 보장해 주고 북미관계를 정상화한 다음 남한과 중국이 북한에 투자를 늘리면 된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도 “북한 붕괴설은 현실적으로 통용되기 어려워졌다”며 가능성을 매우 낮게 봤다. “북한 주민이 원한다면 언제나 북한 정권 붕괴가 가능하지만 우선 (이들은) 독립적인 군대를 가질 수 없으니 붕괴를 상상하기란 어려운 일”이라며 “북한 붕괴설은 상황 오해에서 비롯된 군사적 가설 정도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밖에 김정일 위원장의 남한 답방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이유에 관해서는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라고 단언하며 부시 정부의 대북 정책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유일한 변화의 힘은 대통령 자신에게만 있다”면서 변화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았다.

그는 끝으로 이같은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해야 할 일로는 “부시 정부에 대해 정상회담을 통해서나 성명을 통해서라도 한반도에 핵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아무도 원하지 않고 악몽과 같은 일이라고 게속해서 압력을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부시, 한미관계 별다른 개인적 구상 없어”**

김민웅: 지난 6월 11일 있었던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부터 해보자. 이전 정상회담과 비교해볼 때 어떤 특별한 차이가 있었는가?

브루스 커밍스: 큰 차이가 있었다고 보지는 않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와 비교하자면야 부시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을 좀 더 정중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단 50분짜리 짧은 회담이었을 뿐이다. 일각에서는 부시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보인 밝은 모습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 기뻐했다는 식으로 평가하기도 하지만, 부시 대통령과 아주 친밀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를 만났을 때와 비교해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게다가 노 대통령 방미 3일전에 부시 대통령은 터키 대통령을 만났는데 터키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 미군의 기지 사용을 불허했음에도 회담 시간도 더 길었고 더 환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미 간의 기류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괄적으로 말하자면, 부시 행정부가 이번 회담을 통해 노무현 정부를 신뢰하게 됐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김: 여전히 부시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를 불신한다는 뜻인가?

커밍스: 그렇다. 내가 알기로는 부시 대통령은 한-미 관계에 대해 별다른 개인적인 구상을 가지고 있는 바가 없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 최측근이라 할 수 있는 딕 체니 부통령은 현 한국 정부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여러 면에서 부시 행정부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들을 대하는데 있어서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부시는 대체로 보수적인 지도자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와는 다소 경향이 다른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같은 사람은 순풍에 돛단 듯 부시 대통령과 친해 질 수 있었다. 그러나 어떤 대통령이 또 토니블레어 같을 수 있겠나.

김: 부시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주요 대화 주제는 무엇이었을까.

커밍스: 공식적으로는 어떻게 북한을 6자회담 테이블로 끌어들일 수 있느냐가 주제가 된 것 같다.

김: 공식적으로 그렇다면 비공식적으로는 어떤 얘기가 오갈 수 있었겠는가?

커밍스: 사실 나 자신도 언론에 보도된 것 외에 그렇게 많이 아는 것은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6자회담이 실패할 경우 남한과 미국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있었을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최근 몇 차례 북한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넘기고 싶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고 남한이 이에 반대 표명을 했다. 최근 일부 미국 언론을 통해 미국이 북한의 핵시설을 선제공격하려 한다는 루머가 떠돈 적이 있고, 이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 뿐 아니라 한국의 전체 여론이 강한 우려와 반대를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 정부는 한국의 여론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고 있고 남한 정부의 확인이나 증명 없이 정책을 수립하는 면이 있다. 그래서 문제를 풀기가 좀 어려워 보이기도 하지만, 긍정적인 면은 부시 대통령이 이번엔 김정일을 '피그미' 등으로 부르는 대신 '미스터 김정일'이라 불렀다는 것이다. 불과 한 달 전에 부르던 호칭과 달라진 것이다. 부시가 분위기를 좀 개선해 보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김: 의아한 것은 정상회담이 이뤄진 시점이다. 왜 하필이면 지금인가.

커밍스: 북한의 불참선언으로 6자 회담이 교착 상태에 빠진지 1년이 다 되어가면서 무언가 지지부진한 정도가 한계에 도달했다. 지난 11월까지는 북한이 미 대선 결과를 기다린 게 분명하고 부시가 재집권했으니 북한으로서는 원치 않던 결과가 나온 셈이다. 미국 정부로서는 더 이상 북한을 기다리면서 사태해결을 늦출 수만은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게 기본적인 이유가 될 것이고, 아마 노무현 대통령도 부시 대통령을 만나야할 이유가 있었겠지만 거기까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2004년 6월 이후 북핵문제를 두고 1년이 넘게 너무 질질 끌었다는 생각이 든 것이 아닌가 싶다.

***“美, 파키스탄 급변 경우 핵무기 보호위해 군대 파견. 北경우도 마찬가지”**

김: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 내 급변사태 시 대처를 다룬 '작계 5029'에 대한 논의가 있었을 것으로 전망한다. 우리 사회 내부에서는 이에 대하여 반발이 적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이 원하는 수준으로 한미 양국 간 어떤 합의가 가능하겠는가?.

커밍스: 아마 어렵지 않겠나. 미 국방부가 주한미군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 일관되게 생기는 문제가, 작전계획을 변경할 때 한국 측 협상 상대와 충분한 상의를 거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 국방부는 한국에 대한 적절한 고려 없이 주한미군을 재배치했고 9천명의 주한미군이 이라크로 배치되기도 했다. 좀 더 민감한 예를 들자면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경우는 원하는 때에는 언제든지 주한미군 병력을 이용할 수 있게 되길 바라고 있다.

이는 매우 위험한 생각인데 만약 중국과 대만 사이에 전쟁이 생긴다고 가정하면 럼즈펠드는 대만을 방어하기 위해 병력을 차출하길 원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중국은 남한을 공격할 수도 있다. 남한과 중국 간의 우호적 관계를 고려한다고 쳐도 충분히 가정이 가능한 상황이다.

또 다른 중요한 문제는 전시 한국군 작전통제권이다. 지금은 미군연합사가 작전권을 갖고 있지만 만에 하나, 북한 내에서 쿠데타나 체제전복을 위한 내란이 일어났을 때 핵무기는 어떻게 될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모르긴 하지만 미국의 비상 대책에는 북한 내란 등의 사태에는 북한 지역에 군사적으로 모든 것을 총괄할 수 있는 사령관을 급파하는 내용이 담겨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얼마 전 파키스탄에 대해서는 정정의 변화에 의한 핵무기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를 관리하는 지휘관 팀을 파견하는 내용의 계획이 보도된 바 있다. 파키스탄의 무샤라프 대통령이 암살된다면 바로 미국은 핵무기 보호를 위해 군대를 보내기로 되어 있다. 파키스탄에 대해서 이런 식의 정책을 취하고 있는데, 북한이라고 다를 것인가? 북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가령 북한에 내란이 발생했을 경우, 북한 지역을 맡게 될 한국군을 통제하게 되는 한미연합사의 작전권을 누가 갖게 되느냐에 의문이 생기게 된다. 여러 가지 우려를 담은 소리들이 터져 나올 수 있고 미국의 선제공격 가능성을 포함한 보도들이 줄을 이을 것이다.

그런데 2주쯤 전에 호주의 저명한 북한 전문가 피터 헤일스는 노틸러스 연구소 홈페이지에 흥미로운 글을 썼다. 본질적으로 말해 선제공격이란 불가능한 것이며, 가능한 일이 아니지만 워싱턴의 루머 속에서는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논의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美국방부에서도 대북 선제공격 반대 목소리 있어. 안정성-예측가능성 원해”**

김: 그렇지만 북한을 선제공격하려는 부시 행정부의 의지가 강한 편이라는 일각의 평가는 어떻게 보나.

커밍스: 부시 행정부 내에 그러길 원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다. 체니 부통령 같은 강경파들은 북한과 협상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이나 국방부 내의 일반적인 군 지휘계통들은 미국의 선제공격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김: 전술전략적인 관점에서 반대하는 것인가.

커밍스: 첫째, 만약 일이 잘못되면 비난으로 끝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도자들은 매우 신중하게 생각할 문제다. 둘째, 선제공격 자체가 아주 힘든 일이다. 북한은 10년 전 모든 핵 시설을 영변에 배치시켜 뒀던 것과는 달리 현재는 얼마든지 이 시설들을 옮길 수 있기 때문에 어디를 공격해야 할지 미군으로서는 알 수가 없다. 공격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게 되면 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 미국 언론에서는 전쟁이 끝난 직후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럼즈펠드 국방장관과 체니 부통령이 김정일 정권을 붕괴하는 방향으로 한국의 작전계획을 변경하려 한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럴 경우 전쟁이 발생하게 되고, 역대 주한미군 지휘관들이 선제공격에 대해 언론에 말한 내용 등 정황을 봐서는 이러한 구상은 매우 위험한 계획이라 할 수 있다. 몇 십 년 동안 남북간 군비 균형이 달라져서 문제가 민감해 진 것이다. 미국에는 만약 북한이 내일 남한을 침공해 들어올 것 같으면 먼저 공격을 해야 한다는 식의 계획이 있다. 그것은 매우 오랜 기간 표준이 되어왔다고 할 수 있는데 복잡한 상황에서 북한의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선제공격이 이뤄질 경우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2년쯤 전 한 회의에서 주한미군 정보계통 지휘관(former head of American military intelligence)이었던 사람을 만나서 얘기한 적이 있는데, 그 사람 말이 일반 군 지휘관들은 안정성, 예측가능성 등을 원하기 때문에 갑자기 럼즈펠드 같은 사람들이 나타나서 주한미군을 이라크로 옮기라는 식의 새 작전계획을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이처럼 부시 행정부 내에서도 대북 공격 구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 위험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美, ‘의도’와 ‘능력’사이 큰 차이. 북미간 직접대화가 유일한 해결책”**

김: 6자 회담 틀은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보나. 6자 회담이 가동될 수 없다면 부시 행정부는 다른 어떤 선택이 가능하겠는가?

커밍스: 선택지는 많다. 가령 클린턴 행정부가 99년도에 여러 차례 열었던 양자회담도 한 가지 방법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양국간의 현안을 설정하기 위해서라도 워싱턴과 평양 간의 양자회담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 미국 정부는 생각이 다른 것 같다.

커밍스: 물론 양자회담을 갖고 싶어 하지 않는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양자회담을 거부해 오고 있긴 하다. 미 정부의 또 다른 선택으로는 유엔 안보리로 북핵문제를 이관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가 동의하지 않을 것이고 양국 모두가 비토권을 갖고 있어 여의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통상금지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북한으로 배가 들어가는 바다를 봉쇄하고 조사하는 건데.

김: PSI (Proliferation Security Initative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 같은 것인가?

커밍스: 그렇다. 그러나 이 방법 역시 취할 수 없을 것이다. 중국까지 막아야 하기 때문인데, 북한은 중국의 동의만 있다면 굳이 뱃길을 통해 수출을 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통상금지를 위해서는 중국이 이에 동의해야 하는데 중국은 동의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가능성은 없지만 탐색전 정도라고 본다. 6자 회담이 실패하면 통상금지로 갈 수 있다는 식으로 말이다.

김: 그런 면에서 미국으로서는 '의도(intention)'와 '능력(capability)' 사이에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커밍스: 정말 그렇다. 1950년 이래 미국은 북한을 경제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일정정도 봉쇄해 왔다. 그러나 그러한 조치들이 북한 국민들의 생활을 힘들게 하긴 했지만 북한 정권의 생존 능력에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 정권을 전복할 수는 없었다. 제재는 효과가 없다는 것이 일반론이다. 쿠바의 카스트로 정권은 제재조치 덕에 더 강해졌다. 미국도 동맹국들이 모두 동의하지 않는 한 제재조치가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고, 한국이 북한 제재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물론 무슨 조치든 취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부시 행정부가 제재조치를 취할 수도 있지만 효과는 없을 것으로 본다. 결국 유일한 방법은 직접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다. 그런 대화들이 6자회담 재개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본다.

6자회담을 재개하려는 중국의 아이디어는 북미간의 대화를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는 것인데, 6자회담이 양자 회담으로 이어진다면 희망적이라고 할 수 있다. 군사적 제제를 이용한 차선책들은 결코 성공할 수가 없다. 선제공격이나 몇 차례의 공격이 일어난다고 했을 때 여론이 이를 어떻게 볼 것인가? 북한은 분명 얘기할 의사가 있고,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있다며 대화를 요청한 상황에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전쟁을 일으킨 상황이 되는데 말이다. 일종의 아이러니다. 북한은 군사적 차선책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핵무기를 개발했다는 등'의 도전적인 발언을 하고 있는 반면, 또 한편으로는 미국과의 '정상적인' 관계를 원한다고 발언하고 있다.

***“전쟁 발생 시 부시 정권 오히려 심대한 타격 입을 수 있어”**

김: 어떤 조건 아래에서도 핵무장 국가가 되겠다는 것보다는,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가 진정한 목적일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조건만 된다면 핵무장은 관계정상화에 우선할 수 없다는 논리가 가능하지 않겠는가?

커밍스: 그렇다. 콜린 파월이 '플루토늄은 식량이 아니다. 북한은 북한 주민들을 먹여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북한이 말하는 '정상적' 관계가 미국과 이뤄진다면 식량 문제에서 미국은 물론 북한은 도울 것이다. 이로써 미국은 북한에 영향력을 가지게도 될 것이다. 사실상 모든 주변국들이 미국과 평양 간 정상적 관계 수립을 바라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그에 대한 공동 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고, 고이즈미 총리도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노무현 대통령 또한 미국과 평양간 관계 정상화를 원하고 있다. 이런 주변국들의 노력이나 기대를 감안한다면, 만약 전쟁이 일어날 경우 부시 정권은 도리어 심대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일관성 없는 美 대북정책,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

김: 결국 북한이 6자 회담의 테이블에 돌아오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국이 북한과의 양자회담에 응할 자세를 갖고 있는가에 있다고 여겨진다. 6자회담은 북한과 미국 간의 대화를 보장해주는 틀이 되지 못하면 그 협상의 효용성을 잃어버리지 않겠는가?

커밍스: 6자 회담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 또한 워싱턴-평양 간 양자 회담이지만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부시 정권이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를 원치 않는다는 점이다. 부시 정권 내에도 민주적 방법을 따르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 북한의 정권 교체를 원하는 사람들이 나뉘어져 있는데, 매번 이 문제가 나올 때마다 번번이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다고 들었다. 공통된 합의는 현재로서는 기대하기 어렵다.

김: 부시 행정부 내에서도 대북 정책과 관련해서 심각한 의견 불일치가 있다는 이야기인가? 바로 그렇기 때문에 최근 부시 행정부로부터 나오는 대북 메시지가 그렇게 혼란스러운 것인가?

커밍스: 최근이 아니라 부시 정부 출범 초부터 그랬다. 한 두 해의 문제가 아니다.

김: 이런 혼란스러운 메시지는 혹시 어떤 전술적 용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커밍스: 일관성이 없는 정책의 결과라고 보이며, 정책이 일관되지 못한 이유는 대북 관계에 있어서 실제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 문제에 대해서도 정보기관만이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보유에 대해 많은 의문을 가졌었다. 북한 문제에도 정보기관들은 실제 북한의 의도나 미국의 정책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콜린파월이 국무장관에 있을 때만 해도 국무부는 북한과의 협상을 원했었다. 그러나 콘돌리자 라이스는 콜린 파월과는 다르다. 라이스는 자신의 독자적인 위상을 가지지 못했다. 콜린파월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기반으로 대통령 후보로도 거론되는 인물이었다.

김: 라이스는 자신의 독자적인 정치적 기반을 가지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말인가.

커밍스: 그렇다.

***“체니, 한국 정책 주도. 부시, 우크라이나 수도 모를 정도로 세계정세 어두워”**

김: 그렇다면 누가 미국 내에서 한국에 관한 정책을 주도하는가.

커밍스: 체니 부통령이다. 체니는 미국 내에서도 초강경파에 속한다. 체니가 강경파 존 볼튼을 유엔 대사로 추천하기도 했고. 체니의 35년 지기인 럼즈펠드도 성향이 비슷하다. 아까도 언급했듯이 콘돌리자 라이스는 체니나 럼스펠드를 넘어설 만한 자기 정치기반을 갖지 못했다. 콜린 파월은 4년간 체니나 럼즈펠드와 내부 투쟁을 벌이기도 했지만, 라이스는 그럴 수가 없다. 부시의 경우 불행하게도 전반적인 세계정세에 대해 어둡다. 한 달쯤 전에 회의석상에서 부시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에프'를 연거푸 '키프'라고 발음하는 것을 들었다. 누구라도 해외에 나가 본 적이 있고 국제 정치나 역사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적어도 키에프 정도는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 지는 잘 안다.

김: 부시 대통령이 체니의 이야기에 귀를 많이 기울이는 편이라고 생각하나.

커밍스: 특히 대외 문제들에 관해 체니가 부시에 대해 갖는 영향력은 막대하다. 콘돌리자 라이스는 사실상 대외 문제를 부시에게 해석하는 수준의 역할을 했을 뿐이다. 1기 부시 정부 때 체니는 대통령과 비슷한 위치에서 권력을 행사하고 있었지만 라이스는 체니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라이스, 부시와의 관계 외 권력 기반 없어. 부시를 ‘남편’이라 실언하기도”**

김: 콘돌리자 라이스의 북한에 대한 견해는 어떤가?

커밍스: 내가 아는 바로는, 체니와는 달리 라이스 장관은 결코 북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언론에 공개한 적이 없다. 그녀는 이미 수립된 정책을 따르는 식이었다. 라이스의 권력이란 다만 대통령과 가깝다는데서 비롯한다. 이 뉴스가 한국에도 보도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작년, 콘돌리자 라이스가 부시 대통령을 지칭하며 '내 남편' 이라고 실언해 사람들의 입방아에 올랐던 우스운 일화도 있었다. 부시 대통령과 가깝다는 것(부시 대통령이 이를 늘 말하곤 하지만) 외에 뭔가 더 깊은 것이 그녀에게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김: 라이스를 클린턴 정부 시절 국무장관이었던 매들린 올브라이트와 비교해볼 수 있을까? 올브라이트는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기도 했다.

커밍스: 라이스와 올브라이트 모두 대통령과 가까운 관계에 있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는 그 배경 면에서 라이스와 매우 비슷하다. 둘 다 정치학을 공부했고, 독립적인 권력 배경이 없다는 점도 비슷하다. 체니 부통령은 정부 내에서 가공할 만한 권력을 갖고 있는데 비해 라이스나 올브라이트는 정치인 출신이 아니라 자신만의 정치적 기반이 없다. 둘 다 여성으로 올브라이트는 최초의 여성 국무장관이었고 라이스는 최초의 흑인 국무장관이 됐다. 미국 사회에서 여성이 그만한 지위를 성취해 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이 대통령에게 미치는 영향에는 차이가 있다. 클린턴은 어떤 중대한 정책을 준비할 때는 자신이 공부를 많이 했다. 그는 파키스탄이 북한과 함께 핵무기 개발에 나선다고 했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해 파키스탄 대통령을 3번이나 만나 얘기했다는 이야기를 읽었다. 대통령 자신이 연구자가 되는 것이 클린턴 대통령의 외교 방식이었다. 부시의 경우, 선거를 이길 수 있는 전략을 가지고 있는 정치인들은 많이 뒀지만 사실상 그 자신은 세계정세에 대한 관심이 없다. 선거에는 이겼지만 국제 문제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부시, 남북 정상회담 반대할 것”**

김: 부시 행정부가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 위원장 간의 정상회담을 반길 것이라고 생각하나.

커밍스: 아니다, 부시는 반대할 것이다.

김: 그 반대가 확고하다고 보나?

커밍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어떻게든 정상회담을 하겠다면 부시가 물론 이를 막을 능력은 없겠지만, 북한이 6자 회담 복귀 이전에 노무현과의 정상 회담을 한다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얘기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노무현 대통령이 정상 회담을 추진한다면 매우 흥미로울 것이다. 고이즈미가 부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정일과 두 번의 정상 회담을 추진했던 것과 유사하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일은, 동북아 내 대외 정책을 미국이 사실상 독점해 왔는데 정작 부시는 외교라는 것을 잘 모르고 또 그리 달가와 하지도 않고 직접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거의 관여해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클린턴과 매우 대조적인 것인데 외교 대신 부시는 전쟁 지향적이고, 일방적으로 미국의 메시지를 상대에게 전하는 것을 외교로 이해하고 있다.

김: 부시 대통령이 외교적인 방법을 취하지 않는다면 어떤 다른 방식이 가능한가.

커밍스: 부시가 전쟁 지향적이라는 것은 공공연히 알려져 있고, 일방적으로 미국식 민족주의와 미국의 관심을 강압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동북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은, 미국 외교주의의 공백 상태에서 중국이 새로 자리를 차지하고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6자 회담 등을 통해 부시 정부가 중국의 관여를 사실상 도왔다고 말 할 수 있다. 헤게모니 국가는 매우 활동적으로 움직이면서 외교 정책의 수립에 있어서도 타 국가들과 조화를 이루어야 하지만 부시 정권에 와서 그 외교적 영향력이 격감되었다고 생각된다. 바로 이것이 중국의 힘을 키우는 원인을 제공했고, 러시아도 과거의 외교력을 복원하게 됐다. 물론 부시가 대통령이 된 이후, 김대중, 노무현, 고이즈미 등도 독립된 행동을 취해왔다. 개인적으로 남북 정상 회담이 열리길 바라지만, 부시 정부는 결코 원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반대를 돌파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강행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커밍스: 두 정상이 결과적으로 무언가 유용한 합의사항을 유추해 낸다면 부시 행정부도 이를 받아들일 것으로 본다.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미국의 정책 변화를 남한이 함께 요구하기를 바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워싱턴을 방문할 때 지금과는 좀더 다른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이다.

***“6.15 아주 중요한 사건. 부시, 미사일협상 지속 안한 것 치명적 오류”**

김: 6.15 공동선언의 역사적 의의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커밍스: 남북 정부가 수립된 이래 양국 정상이 처음으로 만난 일이니 만치 역사적이고도 아주 중요한 사건이라 평가한다. 햇볕정책으로 정책을 변환한 이후 남북통일로 가는 굉장한 움직임이 있었다고 본다. 대부분의 미국인들도 북한에 대한 한국의 여론이 내일이면 쳐들어올 적군이나 악의 세력이 아니라 가족이나 친척처럼 여기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기류의 변화라고 할 수 있는데 북한에 대한 남한의 태도 자체가 바뀌었다. 햇볕정책으로 경제적 교류가 생기고 북한 관광을 가고 남북간 철도 복원 공사 등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일들이 공동선언 이행을 통해 생겨나고 있다. 비록 이후에도 북한과 미국 간의 갈등은 계속되고 있지만 6.15 공동선언을 통해 얻은 이 같은 성과들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본다. 북한 역시 대단히 많이 변하고 있다.

6.15 직전인 2000년 1,2월과 비교했을 때 북한의 외교적 자세는 상당히 변했는데 이탈리아와의 관계 정상화에 이어 유럽 여러 나라들과 수교를 맺은 것이 주요 성과라고 할 수 있다. 1998년 북한 내 경제개혁도 조정 과정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대북정책을 보더라도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클린턴 정부의 정책 수립에 영향을 끼치는데 성공했다. 99년에는 클린턴 대통령은 페리 보고서를 수정했고 2000년에는 미사일 협약과 관련해 올브라이트 당시 장관을 북한에 보내기도 했다.

잘 알고 있다시피 미국의 정책은 부시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급격하게 변했다. 미사일 협약은 북한이 중장거리 미사일을 간접 구매하는 데까지 구속력을 갖는다. 클린턴이 만약 북한을 방문했었다면 페리 전 국방 장관은 북한이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에 가입했을 것이라고 믿었다. 이럴 경우 북한은 현재 남한이 그런 것처럼 미사일 사정거리를 1백80마일로 줄였을 것이다. 괄목할만한 성과가 됐었을 것이다. 그 미사일 없이 북한이 어떻게 핵무기를 발사하겠냐. 무거운 폭탄을 장거리로 옮길만한 미사일이 없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협상 결과를 끝까지 이행하지 않은 것은 부시 행정부의 치명적인 오류다. 1999년에 북한의 핵무기에 대해서 서로 대화한 후 미국이 북한에 대해 무력 조치를 취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게 됐는데 이 같은 결과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미국에 거듭해서 압력을 넣지 않고서는 얻어낼 수 없는 것이었다.

***“北에 중국 예 따라오라는 것은 어려운 일”**

김: 북한 내부 개혁에 관해서는 6.15 공동선언 이후 눈에 보이는 뚜렷한 성과가 있었다고 보나.

커밍스: 꼭 그렇게 평가할 만한 것은 아직 없다고 본다. 그저 단발적인 개혁 시도가 보였다. 시장경제화 작업이 지금도 진행 중이고 시장주의 원리가 도입되는 수준이다. 북한에게 중국의 예를 따라오라고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북한 내부 개혁이 일어나고 있고 방향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만은 명확하다. 개성 공단 같은 고무적인 예가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북한을 고립에서 이끌어낼 수 있겠는가에 대한 내 생각은 간단하다. 체제를 보장해 주고 북미관계를 정상화한 다음 남한과 중국이 북한에 투자를 늘리면 된다.

김: 접촉과 교역이 강화되고 문화교류, 관광 등이 늘어난 것 만해도 엄청난 발전이라 할 수 있다.

커밍스: 그렇다. 남한에서 이미 수 만 명이 북한을 다녀왔다고 한다. 10년 전과 비교할 때 장족의 발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직은 북측에서 금강산 관광 같은 경우 여전히 통제를 취하고 싶어 하지만 장기적으로 봐선 의도대로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베트남 개혁, 대미수교와 동시진행. 北도 관계정상화 이전 큰 변화 어려워”**

김: 남한 사람들이 기존의 통제를 받지 않고 북한을 비교적 자유롭게 다닐 수 있을 정도까지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이냐.

커밍스: 그렇다. 북한은 아무래도 통제력이 약화되지 않으려 하겠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 내가 보기엔 현재 북한은 중국이 개혁을 시작했던 79년, 80년 정도의 상황인 것 같다. 기억해야 할 것은 중국이나 베트남 개혁은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와 시점을 같이했다는 점이다. 덩샤오핑의 주요한 개혁은 수교재개와 동시에 시작됐고 베트남은 관계 정상화 이전부터 개혁을 시작하긴 했지만 관계정상화가 촉진제 역할을 했다. 북한의 경우도 미국과의 관계정상화 이전에 괄목할만한 변화나 남북관계 진전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김: 그렇다면 북한이 남한으로부터 원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커밍스: 물론 자금과 원조다. 북한이 협상을 통해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얻고 덜 포기하려고 할 것이라는 추측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북한 리더십이 이제는 시대의 흐름이 돌이킬 수 없다는 확신을 한 것 같다. 자체의 시스템이 더 이상 기능을 하지 않고 북한 주민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북한 정권으로서는 남한이나 일본, 미국 등과의 관계 회복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수밖에 없다. 2002년 상황에서 미국은 북핵문제의 진전까지를 포함한 개혁을 기대해 봤고, 북한의 입장에서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보면서 미국의 선제공격 가능성에 대해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북한이 15년가량 지켜온 원칙적인 논리는 그들은 더 이상 전쟁을 원하지 않고 전쟁으로는 어떤 것도 얻어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도 군사적 조치를 준비할 수는 없고 체니 같은 강경파라할지라도 북한의 붕괴를 기다리는 것 외엔 조치를 취할 방법이 없다. 그러나 북한은 향후 15년 안에는 붕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붕괴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에 김대중 정부가 대북 정책 방향을 바꾸고 협상을 시작한 것 아니냐. 모든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원칙이다. 다른 나라와의 관계 정상화만이 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北붕괴, 현실적으로 가능성 없어. 상황오해서 비롯된 군사적 가설”**

김: '붕괴설'이 '붕괴'된 셈인가?

커밍스: 붕괴설이 현실적으로 통용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이른바 북한 붕괴설이라는 것은 상황 오해에서 비롯된 군사적 가설이었다는 정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어떤 체제도 그렇겠지만, 북한 정권의 붕괴는 북한 주민이 원한다면 언제나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남한의 많은 학자들도 같은 생각인 것 같다. 만일 15년 정도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북한 주민들은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고 주민들 내부에 공감대를 형성해 나갈 것이고 독립적인 군대를 조직하고 독자적인 '코뮨'같은 것을 만들어 가지 않을까. 그러나 지금은 우선 독립적인 군대를 가질 수 없으니 붕괴를 상상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김정일 답방, 미국 적대정책 때문 안 이뤄져”**

김: 남한 정부는 김정일 위원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약속한 답방을 기다리는데 아직까지 답방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나.

커밍스: 잘라 말하자면 그건 미국 정책 때문이다. 그보다 더 간단하고 정확한 이유가 없다. 미국과 남한은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미국이 김정일 정권에 대해 적대적 정책을 펴고 있는데 김정일 위원장이 무엇을 자축하겠다고 서울에 올 수 있겠나.

김: 그래도 일단 그렇게 답방형식으로 정상회담이 이루어지면 상황의 타개책이 될 수 있지 않나.

커밍스: 김정일 정권이 남한과는 화해무드를 조성할 수 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와 그런 식으로는 어렵다고 본다.

김: 답방을 통해 국제적인 우호 여론을 형성할 수 있고 부시 행정부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효과를 노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커밍스: 부시 행정부는 외부의 그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다. 남한은 물론이고 프랑스, 독일의 얘기도 듣지 않아 미국과 유럽국들과의 관계는 전후 최악의 상황이다. 부시 행정부 사람들은 정부 밖의 얘기를 전혀 들으려 하지 않고 체니 경우는 정부 안에서도 반대 의견은 듣지 않으려고 한다. 이라크전 직전에 이런 상황을 방증하는 몇 가지 전형적인 예가 있었는데 체니는 이라크전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일부 네오콘들의 얘기조차 참고하지 않았다. 외부뿐 아니라 내부에서도 반대 의견을 듣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부시 행정부의 폐단 중 하나다.

김: 부시 정권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남북 정상회담에 관한 어떤 희망도 없다는 견해인가.

커밍스: 어떤 사람들은 내가 남은 3년간 아무런 진전이 없을 것이라는 예측을 하면 너무 비관적이라고들 한다. 희망을 가질 수 있다면 부시 대통령에게는 아버지 부시의 외교적 경험이 전수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아버지 말은 듣는 것 같던데 (웃음) 아버지 부시가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부시 대통령에게 조언을 하는 것에 기대를 가져본다. 지금 상황에서 미국의 정책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힘은 대통령 자신에게만 있고, 여기에 아버지 부시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 북한 문제 해결에도 한 가닥 희망의 빛을 볼 수 있다.

***“日 우편향 여러 소리 중 하나일 뿐”**

김: 일본의 동향에 대해서도 의아한 점이 많다. 중국이나 남한을 대하는 일본 사회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커밍스: 신보수주의자들은 일본 뿐 아니라 미국, 유럽에도 있고 언론이나 책을 보다보면 우파들의 사고라는 것이 이른바 신보수주의자들에 의해 완전히 통제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나 일본의 국민들이 모두 우편향이 돼 가는 것은 아니다. 미국 대선 결과를 봐도 부시 대통령은 근소한 차이로 당선될 수 있었고 '적은 다수'(small majority)만이 그를 지지했다. 평화헌법 제정에 반대하는 일본 내 여론은 아주 강하다. 일본의 민족주의나 우편향은 여러 가지 소리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고 그들은 군대를 가진 국가가 되길 원하지만 진정한 여론은 그럴 수 없다는 쪽이다.

미국이 일본에 주둔하고 있는 한 일본은 현재 자위대가 있기는 하지만 국가의 정식 군대로서의 군사력을 가질 수 없다. 미군이 일본에 들어간 지 60년이 됐는데 처음엔 아무도 그렇게 오랜 기간 주둔할 것이라고 예상치 않았다. 현재 미군은 본국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고, 2차대전 이후 만들어진 세계 질서가 깨진다면 그제야 일본이 정식 군대를 갖는 것이 가능해 진다. 미군이 일본에 주둔하는 한은 일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으리라고 본다.

비록 부시와 체니는 일본에 헌법을 개정하고 이라크에 파병을 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미국의 우산 아래에서 하라는 얘기다. 돈을 쓰고 군대를 보내고 미군을 지원하면서도 미국의 전략을 따라오라는 것이 미국의 논리고 일부 성공한 면이 있다. 일본은 40여년 간 국방비가 국내총생산의 1%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지켜오고 있다. 다만 미국과 일본은 모두 민주주의 국가로 여론 형성이 어떻게 되느냐가 중요한데 여론이란 것이 빙하와 같아서 이리저리 쉽게 움직이니 쉽게 예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국, 부시 정부에 한반도 핵전쟁 불용 계속 압박해야”**

김: 최근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했는데, 한국의 여론이 요사이 많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는가?

커밍스: 6.15 이후에 북한에 대한 진정한 고찰이 이뤄지고 있는 것을 느낀다. 내가 흥미를 느끼는 것은 한국 사람들의 박정희 독재나 전두환 정권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그에 더하여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희구심이 높아졌다는 것도 멋진 일이다.

김: 결론적인 질문을 하나 해보자. 부시 대통령이 체니 등 측근을 제외한 누구의 얘기도 듣지 않는다면 한국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하나.

커밍스: 부시 정부에 대해서 계속해서 압력을 넣어야 한다. 정상회담을 통해서나 성명을 통해서라도 한반도에 핵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아무도 원하지 않고 악몽과 같은 일이라고 계속해서 주장해 나가야 한다. 그런 압박이 쌓여가면서 변화는 이루어지지 않겠는가?

김: 오랜 시간 대담에 응해주어 감사하다. 독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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