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20일(현지시간) “폭정의 전초기지라는 용어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으면 이를 철회로 간주하고 한달만이라도 사용하지 않는다면 6자회담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향적 자세를 보였으나, 미국 국무부 고위관리는 즉각 북한을 "폭정의 전초기지"라고 맹비난하고 나서, 과연 미국에게 6자회담 재개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 근본적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北, “‘폭정’ 용어 더 사용 안하면 철회로 간주”**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의 한성렬 차석대사는 20일(현지시간) "미국이 '폭정의 전초기지'라는 말을 철회하지 않더라도 한 달정도만 이처럼 자극적인 표현을 더이상 사용하지 않으면 일종의 철회로 볼 수 있어 6자 회담에 복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이같은 입장 표명은 지난 1월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북한은 폭정의 전초기지”라고 처음 언급한 뒤 이를 강력 비난하고 해명이 이뤄지지 않으면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기존의 강경 입장에서 크게 유연해진 것이다.
이러한 입장 선회는 특히 지난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상대방(미국)이 우리를 인정 존중하려는 뜻이 확고하다면 (6자회담에) 7월중에라도 나올 수 있다”고 밝힌 것과 맞물려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의지를 보여준 발언으로 해석됐다.
***美 국무부 차관, 또 북한을 ‘폭정의 전초기지’로 분류, ‘찬물’**
그러나 인권, 민주주의 등 국제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폴라 도브리안스키 미 국무부 차관은 한 차석대사 발언직후 허드슨 연구소에서 열린 '미국의 사명 : 민주주의와 인권 증진 전략'이란 제목의 세미나에서 북한을 미얀마, 짐바브웨, 쿠바와 함께 "폭정의 전초기지"로 분류하며 비난했다.
도브리안스키 차관은 이날 민주주의 증진 정책 대상이 되는 국가-정권을 폭정의 전초기지, 민주주의 발전을 공고화하기 위해 도와줘야 할 국가, 안정된 민주주의로부터 후퇴하고 있는 국가 등 3부류로 나눈 뒤 북한을 폭정의 전초기지에 포함시켰다. 이번 폭정의 전초기지 국가에는 라이스 장관이 지난 1월 거명한 6개국 가운데서는 이란과 벨로루시가 배제됐다.
이같은 국무부 발언은 북한이 6자회담에 대해 전향적 태도를 보이자 이번에는 인권 문제를 끄집어내 북한을 압박하려는듯한 양상이어서, 과연 미국에게 외교적 노력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 근본적 의문을 낳고 있다.
***백악관-국무부, “날짜를 달라” 냉담 여전**
미국 정부는 이와 함께 7월중 6자회담 복귀 용의를 표명한 김정일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구체적인 날짜가 언급되지 않았다며 계속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스콧 멕클랠런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을 가진 자리에서 “북한은 아직 날짜를 제시하지 않았다”며 “날짜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북한은 회담에 복귀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회담 테이블에 올려놓은 제안에 관해 실질적인 방식으로 진전시키려는 의지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애덤 어럴리 국무부 부대변인도 “6자회담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북한으로부터 6자회담 복귀 날짜를 아직 듣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날짜를 확정할 때까지 회담을 여는 것이 아니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한편 한국을 방문했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미국으로 돌아가고 이태식 외교부 차관이 미국을 방문해 구체적인 남북 면담 내용을 공유할 예정이어서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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