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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마침내 귀국, '판도라 상자'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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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우중 마침내 귀국, '판도라 상자' 열리나

金 "건강 아주 좋지 않다" 강조, 40여분 몸싸움 거뜬히 소화해내

김우중 전 대우그룹회장(69)이 해외도피 5년8개월만에 14일 아침 귀국했다.

***김우중 "건강 아주 좋지 않다" 강조**

김 전 회장은 14일 오전 5시24분 하노이발 아시아나항공 OZ734편으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대우 사태가 발발하자 1999년 10월 중국으로 출국했다가 종적을 감춘 뒤 해외에 체류했던 김 전회장이 도피 5년8개월만에 공식적으로 언론앞에 몸을 드러낸 것은 비행기 출발 이륙 20분전인 오전 1시10분(한국시간) 하노이 공항이었다.

베트남 경찰 호위차의 선도를 받은 2대의 검정색 고급 승용차 가운데 첫번째 차에 탄 김 전회장은 일반통관구역을 통과하지 않고 별도통로로 곧장 항공기에 올랐다. 이같은 대우는 베트남 예우상 '총리급'으로 알려졌다. 일행은 김 전회장 외에도 주치의인 소의영 아주대 의대 교수와 법률대리인인 김&장 소속 조준형 변호사 및 개인비서, 전 대우관계자 등 모두 5명이었다.

김 전회장은 비행기 이륙후 동승한 20여명의 기자들과 잠시 만나 유독 자신의 '건강상태'를 강조했다. 그는 '건강상태'를 묻는 질문에 대해 "아주 좋지 않다. 부축해야 할 정도다. 5년 동안 계속 병이 악화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귀국결심 동기'에 대해서도 "몸이 아팠고 (대우사태를) 제가 책임지기로 했기 때문"이라며 "몸이 안 좋으니 그만하자. 자세한 것은 귀국해서 밝히겠다"고 계속 '좋지 않은 건강' 상태를 강조했다.

***40여분간 아수라장 몸싸움 끄떡없이 견뎌**

4시간여의 비행끝에 긴 전회장이 인천공항에 도착한 것은 공항 전광판으로 14일 오전 5시24분. 공항은 이른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귀국을 기다리는 2백여명의 취재진과, 그를 규탄하는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시위대, 그리고 그를 맞이하러 나온 20여명의 대우 전임원들이 엉켜 북새통을 이뤘다.

간단한 절차를 마치고 공항 로비에 나타난 그를 취재하기 위해 카메라맨과 규탄 시위대 등이 몰려들면서 순식간에 포토라인이 깨지면서 로비는 고성과 욕설이 오가는 아수라장이 됐다. 특히 대우차 정리해고 원상위원 투쟁위원회, 인천노동자회, 민주노동당, 사회당원 등으로 구성된 규탄시위대는 "김우중을 철장속으로" "김우중 사면에 반대한다"고 외치며, 김우중에 대한 엄중처벌을 요구했다.

결국 김 전회장은 당초 준비했던 짤막한 '귀국의 변'도 읽지 못하고, 조재연 대검 연구관 등 검사와 수사관에 체포돼 어렵게 경찰 호송차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아주 건강이 좋지 않다'던 김 전회장의 주장과는 달리, 그는 극심한 취재진등과 40여분에 달하는 몸싸움을 잘 견뎌냈다.

차량에 오른 뒤에도 차를 둘러싼 취재진을 물리치기 위해 전경 등은 힘든 몸싸움을 해야했다. 공항에 영접차 나와있던 대우 전 임원들도 차를 타고 김 전회장 뒤를 따랐다.

체포된 김 전회장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 도착한 것은 이날 오전 6시50분. 대검에 도착한 김 전 회장은 대기 중이던 취재진을 향해 잠시 포토라인에 선 뒤 취재진 질문에 "자세한 내용은 검찰에서 밝히겠다. 이번 일을 전적으로 책임지겠다"고 짧게 대답한 뒤 수사관들에 의해 대검 11층 조사실로 옮겨졌다.

대검 청사 주변 역시 이른 아침부터 취재진 70여명과 옛 '보스'의 검찰 출두장면을 지켜보려는 전·현직 대우그룹 관계자 80여명이 모여 장사진을 이뤘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전경 2개 중대 1백30여명의 전경이 대검주위를 철통같이 에워쌌다.

***김우중 "나는 실패한 경영인"**

김 전회장은 당초 공항에서 읽으려던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사죄의 글'이라는 제목의 '귀국의 변'을 보도자료 형태로 취재진에게 배포했다. A4용지 1장에 쓰여진 이 글은 그가 직접 자필로 작성한 것이었다.

그는 우선 "대우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 머리숙여 깊이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대우그룹의 경영을 총괄했던 제가 좀 더 일찍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점에 대해 부끄러운 마음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그동안의 도피 행적을 사과했다.

그는 이어 "국가경제의 활로개척을 위해 몸바쳤던 지난 30여년의 세월은 이미 가슴속 깊이 묻었다"며 "이제 저는 실패한 기업인으로서 과거의 문제들을 정리하고저 수구초심의 심정으로 이렇게 돌아오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우그룹이 예기치 못한 IMF 사태를 맞아 그 격랑을 헤쳐나가지 못하고 국가경제에 부담을 드린 것은 전적으로 제 자신의 잘못인 만큼 저는 그 결과에 대한 사법당국의 조치를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그는 "저의 잘못으로 인해 크고 작은 희생을 치르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그리고 대우와 함께 했던 모든 대우가족 여러분께 미안한 마음을 전하저(전하고자) 한다"는 말로 글을 끝맺었다.

***'김우중 리스트' 최대 관심사**

대검 중수부는 김 전회장 귀국에 따라 법원에 체포영장을 요청해 구속하는 한편, 그와 관련된 각종 의혹을 파헤친다는 계획이다.

중수부는 우선 김 전회장 해외망명 경위와 그동안 도피행적을 파헤칠 예정이다. 특히 김 전회장이 그동안 <포천>지를 비롯한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대중 정부가 나의 귀국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한 대목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중수부는 이어 김 전회장의 분식회계와 해외도피, 비자금 조성 등 경제범죄 행위도 파헤친다는 계획이다. 특히 2002년 행해진 대우그룹 비자금 사건 기록을 재검토하며, 김우중이 대우 퇴출을 막기 위해 전방위로 진행한 로비 실태를 파헤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특가법상 뇌물액수가 5천만원을 넘을 경우 공소시효가 10년인 까닭에 검찰 수사로 사법처리되는 정치인이나 관료, 금융인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대우경제연구소 소장 출신인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13일 저녁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인뿐 아니라 정부관계자, 은행 대출관련자들도 불안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해, '김우중 리스트' 연루자가 각계에 방대하게 걸쳐져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김 전회장은 당분간 구속된 상태에서 검찰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그가 '아주 좋지못한 건강상태'를 강조한 대목을 볼 때 조사후 건강을 이유로 병원행을 희망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김 전회장측은 그가 늦어도 연말에는 사면돼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어, 그가 알고 있는 '비사'를 수사과정에 밝히는 것을 조건으로 연말사면을 위한 모종의 협상을 펴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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