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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C 위기' 근원은 직책-권한 불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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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NSC 위기' 근원은 직책-권한 불일치”

[인터뷰] 서동만 前국정원 기조실장, “인재충원 실패로 관료가 판쳐"

우리나라의 대북-대미정책 등 외교안보 정책을 사실상 총괄하고 있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둘러싸고 국내외적으로 말이 많다. 이종석 NSC 사무차장이 청와대의 '청문회적 성격'의 조사를 받았을 정도다. 일각에서는 'NSC의 위기'를 말하고, 이종석 차장의 경질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NSC 설립을 주도했으며 참여정부의 초대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을 지냈던 서동만 상지대 교수(49)가 “NSC에서 직책과 권한의 불일치로 ‘실세’ 운운하는 말이 나오고 업무에 구멍이 생긴다는 설도 나도는 것”이라고 NSC 위기의 '근원'을 지적하고 나섰다. 당초 정권 출범 전에 만들었던 방안과는 달리 국가안보보좌관과 NSC 사무처를 분리시켜 차관급인 사무차장이 사무처를 지휘하게 됨에 따라 각종 혼란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NSC 직책-권한 불일치로 ‘실세’'업무구멍' 비판 나와”**

서동만 교수는 지난 18일 <프레시안>과 가진 인터뷰에서 각종 당면 현안에 대한 생각을 가감없이 솔직히 밝혔다. 고영구 국정원장과의 '국정원 인사개혁' 갈등으로 물러난 뒤, 가급적 말을 아껴왔던 그였다.

서 교수는 우선 NSC 문제와 관련, “참여정부의 NSC 시스템은 당초 미국처럼 장관급인 국가안보보좌관이 사무처를 지휘하게 돼 있었으나, 이것이 국가안보보좌관과 NSC 사무처를 분리시키고 차관급인 사무차장이 사무처를 지휘하게 바뀌었다”면서 “그러면 장관급 안보보좌관을 둘 이유가 없어지며 실제 현재 외교안보정책에서 안보보좌관의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고 현 NSC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직책과 권한의 일치가 제도적으로 보장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까 ‘실세’운운하는 말이 나오면서 업무에 구멍이 생긴다는 설도 나도는 것”이라며 “통일부장관이 NSC 상임위원장이 되면서 일정한 개선은 이뤄지고 있으나 제도적으로는 여전히 문제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참여정부 초기에 외교안보팀 일원으로 정권 참여를 했고 NSC 제도 설립에 일역을 한 입장에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한다는 것이 누워서 침뱉기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면서 “어디까지나 충정에서 하는 지적임이 이해되길 바라고 특정인에 대한 논란은 오해를 사 우려가 있어 유보하기로 한다”면서 덧붙이기도 했다.

서 교수의 이같은 NSC 시스템의 결함에 대한 지적은 최근 NSC가 '작전계획 5029'나 '전략적 유연성' 등 한-미 현안을 둘러싸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시점에서 제기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과감한 인재충원 실패해 관료들이 장악”**

서 교수는 NSC 인사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그는 “인사정책에도 한계가 있었다”면서 “정권 차원에서 인재풀을 늘리지 못하면 나중에 계속해서 문제가 생기기 마련인데 참여정부는 처음에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때문에 정권 출범 이후 상당한 시간이 지나서도 항상 대안부재의 문제에 부딪치게 되는 것”이라며 “외교안보정책에서는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외교안보정책상 상대가 있고 계속해서 현안이 발생하기 때문에 사람을 바꾸기가 참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권 초기에 적극적인 충원 노력이 부족했던 점은 전반적인 정권 구성에서도 드러난다”면서 “과감하게 외부 충원 폭을 확대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제도적으로 대통령제는 외부의 정치적 임용을 대거 하지 않으면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없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면서 “그렇게 하지 못해서 지금 중요한 위치는 관료들이 주로 차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같은 결과를 초래한 근본적 원인으로 “경험부족이 컸으며 노 대통령 주변 인사들의 문제도 있다”고 주변 인사들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이들은) 점수만으로 인재풀을 구성하려 했으며 인사수석이라면 점수만이 아니라 다른 기준으로도 인재를 등용하려 했다”며 “코드 인사라는 비판이 있지만 억울할 정도로 실제는 코드 인사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대북관련 정치지형 변화, 盧 적극활용해야"**

서 교수는 이어 대북관계와 관련한 국내정치지형 변화와 관련해 최근 대북 비료지원을 둘러싼 한나라당 정형근-김용갑 의원의 대립을 예로 들며“한나라당이 대북 식량지원문제 등으로 내부 논쟁이 벌어지는 등 대북정책을 둘러싼 국내 정치지형은 DJ 정부 시절보다 훨씬 획기적인 개선이 이뤄졌다”면서 “노 대통령은 이런 변화된 정치적 환경과 조건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데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변화한 정치지형을 대북관계개선에 활용해야 한다”면서 “이러면 해야 될 것이 정말 많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또 “정치지형 변화의 의미는 대북 관계뿐 아니라 대미 관계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전몰유가족회 등 준민간영역도 대북 관계에서 전향적으로 바꾸고 있으며 이러한 준민간영역의 보수 단체들이 앞으로 나서면 남북관계에서는 할 일이 굉장히 많아진다”면서 “남북관계에서는 어떤 의미에서는 귀신이 지배하고 있고 그래서 귀신과의 화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우리 문제만큼은 남북관계가 주가 돼야 한다”면서 “현재 6자회담은 중국이 주도하는 형국인데 남측도 중국 정도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경제협력관계와 영향력은 비례한다는 점에서 남측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남북관계가 한반도 문제를 주도하려 한다면 경제협력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의 대북투자가 남한의 대북 투자를 넘어설 정도로 무섭게 커지고 있음을 지적하며 “이런 상태로 북-중 경제협력만이 진행되면 북한 경제는 중화 경제권의 일부로 편입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중국-대만 양안관계를 예로 들며 “중국은 미국과 갈등관계이면서도 대만 문제는 자기 판단에 따라 독자적으로 해나가고 있다”면서 “남측은 미-일과의 협력도 중요하지만 최소한 남북경제협력에 관해서는 자체 판단해서 주도적으로 해나가는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먼저 손해 봐야 대북관계 풀려”**

그는 또 남북관계 활성화를 위해선 “남북관계는 항상 어려운 국면에서 어느 한쪽이 국내외적으로 손해를 봐야 풀린다”면서 “당장은 어려워도 어느 한쪽이 먼저 푸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의 적극적 대북 정책을 주문했다. 그는 이와 관련 “노 대통령은 배짱이 있고 정치지형이 완전히 변했다는 점에서 여건도 국민의 정부보다도 훨씬 좋다”며 보다 적극적인 대북정책을 촉구했다.

그는 최근 저술한 <북조선 사회주의 체제 성립사>에서 ‘북조선의 과거에 대한 역사서술이지만 미래에 대한 함의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지적한 것과 관련해서는 “북한은 과거 체제형성과정이나 사회주의 개조과정 속에서 풍부한 논의들이 있었다”면서 “이를 되살려내는 것이 중요하며 과거 경험을 통해 현실에서의 방향설정과 체제활력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북핵문제를 접근하는 기본적인 태도로 “남북간 평화공존 정착”을 강조하면서 “북한의 상황을 보면 논리적으로는 위협이 되지만 정서적으로는 ‘안됐다’는 느낌이 많이 들며 가슴이 아리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핵무장 용인은 동북아 핵확산이라는 판도라 상자를 여는 것이기에 있어선 안된다”면서 “한민족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전세계에서 다른 민족이 경험하지 못한 피폭민족으로서 이런 인류사적, 문명사적 경험을 받아들여 핵을 포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의 폐연료봉 추출은 시간을 끌자는 의미"**

그는 최근 북한의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북한은 나름대로 명분을 축적하고 다음 카드를 받아나가는 것으로 보이는데 반드시 자신들이 주장한 방향으로 갈지는 확실치 않다”면서 “폐연료봉 추출은 미국의 강경책에 맞대응이기도 하지만 상황을 뒤로 늦추는 시간을 버는 의미일 수도 있고 우라늄 농축문제보다 플루토늄 문제를 먼저 협상하고 싶은 의도를 드러낸 것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즉 핵무기보유와 핵실험설이 나오는 도중 연료를 또 추가한다는 것은 전체 맥락에서는 그다지 큰 의미가 없으며 오히려 “북한은 관심을 끌어 자기 몸값을 올리려 하고 있으나 너무 급하게 가는 느낌이 드니까 다시 시간을 끌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지적이다. 그는 아울러 북핵문제 해법에 대해서는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안전보장과 경제대가를 주고 핵포기를 받는 일괄타결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밖에 23일부터 일본 도쿄에서 ‘한반도 공존과 동북아시아 지역협력’이란 주제로 열리는 국제학술회의의 추진 배경을 설명하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번 회의에 참석해 특강을 하는데 DJ는 일본에서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며 일본내 대북 강경론의 변화를 기대했다.

다음은 서 교수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참여정부출범 2년째 아직 남-북 신뢰구축 부족”**

프레시안: 차관급회담이 10개월만에 열렸지만 최종 합의를 도출하는데 난항을 겪었다.

서동만: 북한은 이미 여러 다른 경로로 얘기한 것이 있었을 것이다. 북측 나름대로 대북송금특검이나 남측 정부의 대북정책-자세 등에 불만이 있었던 듯하다. 게다가 북핵문제가 걸려 있는 상황에서 이번 회담이 이뤄져 핵문제가 거론됐고 북한에서도 이에 대해 어느 정도의 언질을 줘야 하는지 판단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회담은 10개월만에 다시 열리는 것이고 신뢰구축이 아직 부족한 상태다. 신뢰구축 과정에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프: 노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출범한지 만 2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신뢰구축이 안된 이유는 무엇인가.

서: 대북송금특검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궁극적으로 통일에 이를 때까지가 모두 신뢰구축과정이라 한다면 ‘부족하다’ 내지 ‘잘하고 있다’ 이렇게 평가하기가 쉽지 않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 때의 신뢰 수준에 비하면 아직 그 정도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번 회담을 앞두고 대표단 구성 문제에 대해서도 참여정부 인원을 많이 하고 국민의 정부 시기 인사들을 적게 하는데 대해 북측은 거꾸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내용을 보도에서 봤다. 이는 북측이 간접적으로 참여정부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이고 현재 신뢰 수준이 그것밖에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프: 참여정부의 대북정책은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서: 특검 후유증이 가장 크다. 금강산 사업이 있어서 남북정상회담이 있었던 것이지만 노무현 대통령 입장에서는 대북 관계 투명성을 상당히 강조했고 그것이 특검까지 간 것이다. 북한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신뢰관계를 훼손시키는 것으로 받아들였을 수 있으나 남측 나름대로의 고충이나 북한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

그리고 남북관계와 경제협력에서 거버넌스(Governance)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개성공단 경제협력이 앞으로 더 확대되려면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해야 한다. 북측은 숨겨도 넘어갈 수 있지만 남측은 기준이 필요한 사회라 이러한 체제 차이에서 오는 문제들과 다른 발전단계에서 오는 문제들을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 게다가 개성에는 다국적 컨소시엄이 들어갈 수 있는데, 북한 나름대로 거버넌스 문제를 숙고해야 한다.

***“盧 발언문제 원칙 아닌 스타일 문제, 대북 발언 신중해야”**

프: 노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철학이 부재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있기도 하다. 노 대통령의 발언이 LA발언과 독일 발언이 상당히 다를 정도로 상황에 따라 논리가 바뀌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서: 사실 그런 발언이 나오게 된 '맥락'이 있다. 맥락에서 보면 상황에 따라 논리가 바뀐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북관계 발언은 원칙이 바뀐 게 아니라 노 대통령 스타일에서 나오는 문제가 있는데, 표현 하나하나는 조심했어야 했다. 대북관계에서는 토씨 하나도 그대로 읽듯이 해야 한다. DJ는 즉흥적인 임기응변이 아주 뛰어나지만 중요한 대북 발언은 그냥 읽었다. 사람은 실수가 있을 수 있고 그런 의도로 말한 게 아닌데 오해를 줄 수 있다. 외교적인 발언은 항상 사전에 철저히 준비해서 구속을 받아야하며 자기 스타일과 안 맞아도 그게 필요하다.

프: 우리 정부는 대북비료지원문제를 당국자회담과 연계 지었는데 비료문제는 인도적 지원이라 조건없이 줘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그리고 비료지원으로 장관급 회담을 얻으려는 모습도 보였는데 차관급회담이 정동영 장관의 대북 협상 데뷔에 너무 많은 신경을 쓰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서: 비료지원은 인도적 지원이라는 원칙에 입각해 대북 회담과 연계시키지 않아야 한다. 비료지원은 정부간 대화와 관계없이 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우리 정부가 판단에 있어서 일시적으로 경직화돼 나간 것이 아니냐 싶다.

하지만 이 문제를 정동영 장관의 한 개인에 국한시켜 얘기하고 싶지 않다. 우선 살펴볼 문제는 정세현 장관은 DJ정부시절 장관이었고 과도기를 관리하는 장관이었다. 그런 점에서 정동영 장관은 명실상부한 참여정부 장관으로 취임한 것이고 상당히 시간이 늦어지긴 했지만 그동안 일정정도 신뢰구축 노력이 있었고 6.15 시점을 앞두고 성과를 거둔 것이다. 북측도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사람과 대화하고 싶어하고 있고 노 대통령이 정 장관에 이 분야에 관한한 권한을 실어준 것이다. 그런 부분을 북측이 인정하기 시작하는 것으로 보고 싶다.

프: 북한은 정 장관이 북측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겠다면서 상당한 불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는데 신뢰구축이 부족했던 게 아니냐.

서: 신뢰구축 문제에 더욱 계속해서 노력해야 한다. 서로의 진의와 정확한 반응이 전달될 수 있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남북관계에서는 공식 라인 이외에 비공식라인이나 민간 루트가 있는데 이런 남북간 채널은 인프라라 할 수 있고 그 채널에 얼마나 힘이 실리는지, 서로의 요구사항이 어느 정도 반영되느냐가 중요하다.

기존에 라인이 있었지만 남북간에 잘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던 이유는 남북간 그 라인에 실질적인 힘이 실렸는지 여부에서 찾아질 수도 있다. 아울러 1년이나 남북관계가 교착됐던 것은 한국정부가 미국이나 일본에 어느 정도의 힘이 있느냐라는 구조적인 요인도 있다. 개인에 대한 문제에서 찾기보다는 복합적으로 봐야 한다.

***“대북관련 국내정치지형 획기적 개선, 盧 적극활용해야”**

프: 노 대통령의 대북정책이나 대외정책이 국내정치에 포위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대북정책이 국내정치 역학관계에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인데...

서: 사실 대북정책을 위한 여건 자체가 부시 정부 등장 등 대외적인 관계이외에 국내적으로는 DJ 정부 시절에 비해 더 악화된 것이 아니다. 물론 정권 초기에는 소수정권이었지만 적어도 탄핵정국 이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됐고 한나라당도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DJ 정부에 비해선 훨씬 획기적인 개선이 이뤄진 것이어서 국내정치 때문에 대북 정책을 펼 수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대북식량지원 문제 등을 가지고 내부 논쟁이 벌어지고 있고 과거에는 생각할 수도 없었던 강경 보수 인사(정형근의원)가 지원을 해야 한다고 나오는 등 정치 지형이 변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야간에 경쟁적으로 대북관계에 전향적으로 접근하려 할 수도 있어 초당적으로 할 일도 많아질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런 변화된 정치적 환경과 조건을 좀더 적극적으로 활용했어야 했지만 부족했다. 이는 대통령 개인의 경험의 문제에도 원인이 있다. 한국의 정치지형은 대북관계에 관한한 놀랄 만큼 변했는데 노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변화한 정치지형을 대북관계 개선에 활용해야 한다. 이렇게 변하면 해야 될 게 정말 많아진다.

정치분야 말고도 민간에서도 변화가 일고 있다. 재향군인회는 아직 그렇지 않지만 상이군경회, 전몰유가족회 등도 대북관계에서 전향적으로 바뀌고 있다. 만일 남북관계에서 이러한 준민간영역에서 보수 단체들이 앞으로 나서면 남북관계에서는 할일이 굉장히 많아진다. 남북 재향군인회들이 서로간 교류협력을 한다면 사실상 실제 군사회담에 못지않은 군사신뢰구축 의미가 있다. 남북관계는 어떤 의미에서 귀신이 지배하고 있고 그래서 귀신과의 화해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6.15 행사는 민간이든 정부행사든 매우 중요하다. 정치지형 변화의 의미는 대북 관계 뿐 아니라 대미 관계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

***“우리 문제 남-북 주도해야, 남북경제협력 중요”**

프: 남북관계가 북핵문제나 6자회담 등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나.

서: 남북정상회담 이후에 한반도 문제는 남북이 주도해야 한다는 얘기들이 많았다. 이는 당연한 것이다 그렇게 안된다면 어떻게 하나. 우리 문제만큼은 남북관계가 주가 돼야 한다. 현실적으로도 북-미 ,북-일 관계가 정상화되지 못했기에 더욱 그러하다. 북한은 원래 6자회담에서 일본에 대한 기대가 컸을 것이다. 그 이전부터 일본 고이즈미 총리가 북한을 두 번이나 방문했고 평양선언까지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북일 수교를 하게 되면 경제협력자금이 들어가게 되기 때문이다.

지금 현재 6자회담은 중국이 주도하는 형국인데 남측도 중국 정도의 역할을 해야 한다. 6.15 정상회담 이후의 상황을 보면 남측은 한때 그런 역할을 했었다. 미국의 클린턴 정부와 국민의 정부 사이의 보조도 맞았다.

아울러 경제협력관계와 영향력은 비례한다는 점에서 남측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남북관계가 한반도 문제를 주도하려 한다면 경제협력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금강산 사업 당시 북한의 대외경제협력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던 것이어서 정상회담도 가능했다 할 수 있다.

그런데 중국이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대북투자 경제협력에 나서고 있다. 연간 2억달러 규모라 하는 설도 있는데 이는 당초 매년 1억5천만달러 규모였던 금강산 사업이나 개성공단사업을 훨씬 넘어서는 규모다. 그러나 이제 금강산 사업은 수십 분의 일 규모로 축소된 상태이다. 북핵문제의 주도 차원에서만 볼 문제가 아니다. 이런 상태로 북중 경제협력만이 진행되면 북한 경제는 중화 경제권의 일부로 편입될 수도 있다.

남측은 미-일과의 협력도 중요하지만 최소한 남북경제협력에 관해서는 자체 판단해서 주도적으로 해나가는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화해협력은 북핵과 별개로 병행한다는 원칙을 계속 확장시켜 나가야 한다. 중국은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갈등관계이면서도 양안관계를 독자적으로 하고 있다. 대만도 중국과의 교류-협력은 자기 판단에 따라 확대해 왔다. 물론 핵문제가 없다는 점에서 단순 비교는 힘들지만 양안관계는 양측 필요에 의해 계속 돼가고 있다. 그에 비한다면 남북관계는 왜소하기 짝이 없다. 과거 동-서독에 비해서도 그렇다.

***“북 폐연료봉 추출, 악화 아닌 한 발짝 물러서기일 수도“**

프: 북핵문제에서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무엇인가. 미국의 대북 정책을 평가한다면.

서: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무엇보다도 북한 체제의 안전보장문제다. 아울러 미국의 대북정책은 강경도 아니고 온건도 아니다. 2기 들어와서도 여전히 강-온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정책 부재'라 할 수 있다. 하나로 통합돼야 하는데 되지 않고 있다. 부시 대통령도 힐 차관보가 대북 유화 발언을 하는 당시 김정일 위원장을 강하게 비난하는 등 혼동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언론에서 6월 위기설 등이 흘러나오는 것은 미국이 단일한 중심이 있어 한 방향으로 몰아가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강경파에서 자신들의 의도대로 몰고 가기 위해 흘리는 것으로 보이고 그렇다고 통일된 일사불란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프: 북한은 2.10성명으로 핵보유를 선언하고 3.31 군축회담 주장, 핵실험설, 폐연료봉 인출 등 일련의 행동을 하고 있다. 북한의 의도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서: 북한은 나름대로 명분을 축적하고 다음 카드를 받아나가는 것으로 보이는데, 반드시 자신들이 주장한 방향으로 갈지는 확실치 않다. 미국이 강경책으로 나오거나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경우에는 한단계 더 높일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폐연료봉 추출은 미국에서 강경 발언이 나와 맞대응으로 강경으로 흘리는 것일 수도 있지만 상황이 계속 에스컬레이터식으로 악화되니까 바람을 빼는 의미로도 보인다. 이미 핵무기를 제조해서 몇 개 가지고 있다고 확정해 발언한 상황에서 연료를 또 추가한다는 것이 무슨 큰 의미가 있는가. 다시 뒤로 늦추는, 즉 핵무기 보유 단계가 아니고 다시 핵물질을 추가 확보하는 단계로 늦추는, 시간벌기로 가는 것일 수도 있다. 북한은 관심을 끌어 자기 몸값을 올리려 하고 있으나 너무 급하게 가는 느낌이 드니까 다시 시간을 끌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아울러 폐연료봉 추출은 플루토늄 문제를 강조하기 위한 의도도 있다. 이후 협상에 들어가면 우라늄 농축문제보다 플루토늄문제를 먼저 협상하고 싶은 의도도 있는 듯하다. 현실적으로 플루토늄 추출을 보여주면 우라늄문제는 희석되는 것이다. 하지만 북미간 핵위기는 우라늄 농축이 원인이었다는 점에서 우라늄-플루토늄 문제를 어떻게 풀지는 협상에서 중요할 것이다. 그리고 북핵문제를 푸는 방안은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안전보장과 경제대가를 주고 핵포기를 받는 일괄타결밖에 없다.

***“北 상황, 논리적으론 위협-정서적으론 가슴 아려”**

프: 북핵문제는 단순 핵문제가 아니라 북한, 대북문제로 가야한다는 의견이 있다. 19세기말 한반도 지형을 북핵문제는 다시 되새겨 주는 의미가 있고 이를 통해 19세기에 해결 못한 것을 풀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북핵문제를 접근하는 기본적인 태도는 어떠해야 하며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서: 남북간 평화공존 정착이라는 측면에서 나가야 한다. 북한은 사회주의권 붕괴에서 체제안전보장 위협을 느끼고 있어 핵카드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동북아시아 국제관계가 정상화되고 북한도 정상적인 일원으로 참여할 때 북핵문제는 해결된다. 다만 핵무장 용인을 해선 안된다. 동북아 핵확산이라는 판도라 상자가 어떤 비극을 몰고 올지 알 수 없다. 핵을 보유해야 체제안전보장이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경제발전을 하지 않으면 저런 식으로 갈 수 밖에 없다. 북한은 시장경제를 통해 최소한 자기 주민을 먹여 살려야 한다.

하지만 북한의 이런 상황을 보면 논리적으로는 위협이 되지만 정서적으로는 ‘안됐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가슴이 아리다. 나의 이런 표현에 북한에서는 기분 나쁠 수도 있지만 정상적인 국가로서는 체면이 말이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북한체제 붕괴론을 주장하는 것은 또한 타당하지 않다.

그리고 북한도 핵을 포기해야 한다. 한민족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전세계에서 다른 민족이 경험하지 못한 피폭민족이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무기가 터졌을 때 강제징용당했던 조선민족들도 피폭 피해를 입었다. 이러한 인류사적, 문명사적 경험을 핵무장으로 가서는 안된다는 문명의 메시지로 받아들여야 한다.

프: 북한은 중국의 영향력을 어떻게 평가하나.

서: 북한은 구소련과는 달리 중국에 대한 의존이 커서 그런 관계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이 크다. 한-미관계와는 성격이 좀 다르기는 하지만 우리가 우리 힘에 걸맞게 미국과 대등하게 가고 싶은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 면에서 북한은 경제협력을 일본과 더 하고 싶을 것이다. 계속 의존적이었으니까 균형을 잡고 싶은 것은 주권국가로선 당연한 것이다.

***“한미관계 긍정 방향 개선 여지, 한중일 협력관계 중요”**

프: 한미동맹에 대해 평가해 달라.

서: 우리도 힘이 커진 만큼 주권국가로서의 위상이 있고 거기에 맞춰 가야한다는 점에서 균형 관계로 가야 한다. 아울러 군사적인 측면에서 한반도 문제는 스스로 주도권을 가질 수 있도록 전시작전권 지휘권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반미 등 논란도 많지만 영어 및 미 유학 열풍, 한미간 시민사회 관계, 재미동포 등을 본다면 정치군사적 관계 외에 매우 복잡 다층적 관계를 갖고 있다. 물론 부정적인 면도 많지만 이런 것까지 감안해야 하며 한미관계는 좀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선될 여지가 많다고 생각한다.

다만 한미동맹 외에도 동북아에서 다자간 안보협력 방향으로 계속 노력해야 한다. 미국이 동북아 일원이냐는 논란이 있지만 미국도 동북아 일원으로 참여시키며 같이 풀어가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중심은 한중일이 될 수밖에 없으며 한중일 협력관계를 추구하면서 미국도 같이하는 관계로 가야 한다.

한중일 평화관계를 위해서는 동남아 아세안과의 협력관계도 중요하다. 이것이 한중일 갈등을 완화시킬 수 있으며 유럽과의 아셈회의도 마찬가지다. 한중일 관계에서는 최근 갈등만 부각됐지만 잠재력이 대단하며 협력관계는 과거 생각 이상으로 진전됐다. 동아시아 표준 얘기도 나온다. 한중일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면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문화적 교류도 중요하다. 한류가 그러하며 중류, 일류도 있을 수 있다. 그 가운데 한국은 절묘한 접점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이 볼 때는 자신들보다 우리가 나은 것 같고 일본은 자신들보다 못한 것 같으면서도 자신들이 못가진 역동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동아시아는 세계적 보편성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서로 문화적으로 통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되면서 일종의 동아시아 표준이 나올 수 있다.

***“한미관계형성 다각적으로 이뤄져야, 정치적-정책적 책임은 물론 결과적 책임” **

프: 최근 작계 5029나 전략적 유연성 등을 둘러싼 국내 대외정책결정과정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우리 정부내 한미정책결정과정이 제대로 되고 있다고 평가하나

서: 미국과의 협상은 쉽지 않다. 그리고 현재의 한미관계가 과도적인 성격이 있고 기존 관행을 고쳐가는 과정에서 정부내 부처간 알력으로 진통이 일었던 면이 있다. 그리고 클린턴 정부에서 부시 정부로 미국 정부 권력이 교체되는 시기가 우리의 정권 교체와 맞물렸던 점도 있다. 한국에서 김대중 정부의 커넥션은 기본적으로 민주당 정권이라 부시 정부로 넘어오면서 새로운 관계구축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권 이양이 됐다. 노무현 정부로서는 미국의 상대가 없어진 것이다. 공화당 중심 인맥은 야당 보수층이 쥐고 있어서 아무것도 없이 출발했다고 할 수 있으며 공화당정부와의 관계 설정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있는 것이다. 관계형성은 다각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그런 면에서 여전히 부족한 상태다. 아울러 외교적으로 경험이 부족한 것도 그러한 불협화음의 원인이 됐다. 원인 분석은 그렇게 말할 수 있지만, 물론 정치적 책임, 정책적 책임은 결과적 책임이다.

*** “NSC 직책-권한 불일치 ‘실세’-업무구멍 비판 나와”**

프: NSC 등의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데.

서: 참여 정부 초기에 외교 안보 팀 일원으로 정권 참여를 했고, NSC 제도 설립에 일역을 한 입장에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한다는 것이 누워서 침 뱉기와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어디까지나 충정에서 하는 지적임이 이해되었으면 한다. 특정인에 대한 논란은 오해를 살 우려가 있어 유보하기로 한다.

다만 제도적으로 NSC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NSC는 국가안보보좌관이 지휘하게 되어 있고, 참여정부의 시스템도 당초는 미국처럼 장관급인 국가안보보좌관이 사무처를 지휘하게 되어 있었다. 이것이 국가안보보좌관과 NSC사무처를 분리시키고 차관급인 사무차장이 사무처를 지휘하게 바뀐 것이다. 그러면 장관급 안보보좌관을 둘 이유가 없어진다. 실제 현재 외교안보정책에서 안보보좌관의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

NSC는 외교-안보 각 부처와의 조정, 각 부처의 업무 점검이 중요한 임무이고, 장관급이 나서야 외교부, 국방부, 국정원 등 거대 부처에 발언이 먹힐 수 있다. 직책과 권한의 일치가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까 ‘실세’ 운운하는 말이 나오면서 업무에 구멍이 생긴다는 설도 나도는 것이다. 통일부장관이 NSC상임위원장이 되면서 일정한 개선은 이루어지고는 있으나, 제도적으로는 여전히 문제가 남아 있다.

***“인사수석 ‘점수’로만 등용, 과감한 인재충원실패” **

서: 다음으로 인사정책에서도 한계가 있었다.

노무현 정부가 인재풀을 구성할 때 처음이 중요했다. 인재풀은 가면 갈수록 줄어드는 게 속성이다. 정권차원에서 인재풀을 늘리지 못하면 나중에 계속해서 문제가 생긴다. 그런데 처음에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 때문에 정권 출범 이후 상당한 시간이 지나서도 항상 대안부재의 문제에 부딪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외교안보정책에서는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외교안보정책상 상대가 있고 계속해서 현안이 발생하기 때문에 사람을 바꾸기가 참 쉽지 않다. 미국의 예를 들면 케네디 행정부의 외교 팀이 존슨 대통령까지 이어지고, 닉슨 행정부의 키신저가 닉슨 대통령보다 장수해서 포드 행정부까지 재직했던 것이 좋은 예이다.

노무현 정부는 정권 초기에 적극적인 충원 노력이 부족했다. 전반적인 정권 구성에서 이런 문제가 다 드러난다. 과감하게 외부 충원 폭을 확대했어야 했다. 미국의 예를 들 것도 없이 제도적으로 대통령제는 외부의 정치적 임용을 대거 하지 않으면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없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러하지 못해서 지금은 중요한 위치는 관료들이 주로 차지하고 있다.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은 경험부족이 컸다. 노 대통령 주변 인사들의 문제도 있다. 점수만으로 인재풀을 구성하려 했다. 인사수석이라면 점수만이 아니라 다른 기준으로도 인재를 등용하려 했어야 한다. 점수만으로 하니까 경력 관리가 잘 돼 있는 관료들만 주로 등용됐다. 코드 인사라는 비판이 있지만 억울할 정도로 실제는 코드 인사가 아니었다.

***“남북관계 활성화 위해 먼저 손해 봐야”**

프: 북조선사회주의체제성립사란 책을 최근 펴냈는데 한반도 전체의 위기를 초래한 북조선사회주의의 위기는 북조선의 독자적 역량으로는 해결할 수 없고 북조선의 과거에 대한 역사서술이지만 이러한 미래에 대한 함의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서: 내부 개혁과정과 관련해 과거로 돌아가자는 게 아니고 새롭게 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북한은 과거에 풍부한 체제 논의가 있었으며 나름대로의 체제형성과정이나 사회주의 개조과정 속에서 풍부한 논의들이 있었다. 그것들을 다시 살려내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경험을 되살려 현실에서의 방향 설정에서도 풍부하게 나갈 수 있다. 과거를 되돌아보는 작업이 중요하다. 그런 족쇄에서 풀려야 내부에 여러 체제 활력이 생길 수 있고 대외관계에서도 좀더 유연한 방향으로 대응할 와의 연속선상에 놓여 있고 화해협력정책의 계승과 발전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대북 정책은 현 정부가 주도해 가야한다. 상황이 어려워 그런 얘기가 나오기는 하지만 참여정부가 제대로 남북관계를 풀 때 DJ의 역할도 살아난다. 그게 잘안돼 DJ에 의존하는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프: 남북관계가 좀 더 활성화되기 위해선 어떤 자세가 필요한가.

서: 남북관계는 항상 어려운 국면에서 어느 한쪽이 국내외적으로 손해를 봐야 풀린다. 당장은 어려워도 어느 한쪽이 먼저 푸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서로 부담이기 때문에 어렵다. 개인적으로도 역할하는 사람들은 손해를 봐야 하므로 어렵다. 그러면서 보상은 나중에 받는다. 역사적인 보상밖에 받지 못할 수도 있다. 그정도 각오가 없이는 풀리기가 어렵다. 참여정부가 그런 역할을 하는 데 있어서 노 대통령은 배짱이 있다. 그리고 정치지형이 완전히 변했다는 점에서 여건도 국민의 정부보다도 훨씬 좋다.

프: 23일부터 도쿄에서 열리는 ‘한반도 공존과 동북아시아 지역협력’ 국제학술회의는 어떤 계기로 추진된 것인가.

서: 강상중 도쿄대 교수가 주최자가 돼 진행됐다. 강상중 교수는 도쿄대 사회정보연구소 소속으로 사회정보연구소가 이번 회의를 주최한다. 교섭과정에서 와다 하루키 교수가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일본 우익들로부터 너무 많이 공격당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 참석하는 면면들은 주목할 만하다. 각국 주요 대사들이 참석하는데 나종일 한국 대사는 6자회담이 시작할 때 국가안보보좌관 출신이고 왕이 중국 대사는 외교부 차관보로 6자회담 수석대표를 역임한 중국 외교부 에이스다. 로슈코프 러시아 대사도 외교부 차관 출신으로 6자회담 수석대표였다. 쉬퍼 미국 대사는 부시 대통령 친구로 텍사스 레인저스 커미션으로 있던 사람이다. 일본에서는 상당히 주목하고 있는데 아이디어가 재미있다. 게다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참석해 특강을 하는데 DJ는 일본에서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일본 대북 강경론을 감안한 의도다. 고이즈미 총리 입장에서도 평양을 두 번이나 갔는데 강경 분위기로 가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과의 평양선언은 일본 외교에서 아주 획기적 성과다. 북한은 평양선언에서 동북아 안전을 위한 다자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처음 얘기했다. 6자회담에서 북일 수교교섭은 중요한 요소이다. 당사국들은 북미 관계 못지않게 북일 관계 개선에 힘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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