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은 10개월만에 성사된 차관급회담에서 밤샘조율에도 불구 공동보도문 등 최종 합의를 이루지는 못했으나 19일 다시 개성에서 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
남북은 아울러 제15차 장관급회담의 6월 개최에는 원칙적으로 의견 접근을 이루고 평양에서 열리는 6.15공동선언 기념행사에 남측 정부 대표단을 파견하는 데는 합의했으나, 장관급회담의 구체 일정 및 핵문제, 비료 지원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견을 보였다.
정부는 이번 회담 과정에 '중대 제안' 등 협상카드를 던졌으나 북한이 이를 일축함에 따라, 결국 예상대로 '비료지원'과 '장관급회담 개최'를 놓고 주고받는 협상을 벌이는 모양새가 됐다.
***남북 19일 다시 차관급회담 열기로, “6월중 장관회담 원칙적 의견 접근” **
개성 공동취재단에 따르면, 남측 수석대표인 이봉조 통일부차관과 북측 김만길 단장은 18일 오전 7시부터 15분간 수석대표접촉을 갖고 마지막 조율을 갖고 회담을 19일 다시 갖기로 합의했다. 남측은 이에 따라 오전 8시 30분경 일단 서울로 향했다.
이봉조 차관은 회담을 마치고 나오며 “남북은 지난 이틀동안 진지하게 협의를 진행했으나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면서 “오늘은 회담을 이것으로 마치고 내일 19일 차관급 회담을 속개해 협의를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차관은 현재까지의 회담 결과와 관련해 “6.15남북공동행사에 정부 대표단을 파견하는 문제는 원칙적으로 합의가 이뤄졌다”면서 “장관급회담도 6월중 개최한다는 데 대해서는 원칙적인 의견 접근이 이뤄졌으나 구체적인 일정은 내일 협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공동행사에 파견되는 정부 대표단 규모와 장관급으로 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최종 합의가 되지 않았으며 추가 협의가 필요한 상태다. 아울러 15차 장관급회담도 6월 15일 이전으로 결정될지 여부에 대해서도 아직 합의가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북측은 남북관계 정상화라는 큰 틀에는 이견을 보이지 않았으나 남측이 6월중 제15차 장관급회담 개최 제의에 ‘가까운 시일내’ 회담을 갖자는 식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왔던 만큼, 6월중 개최 원칙 접근은 어느 정도 접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남측 회담 관계자는 이와 관련 “장관급 회담 날짜를 정하는 것이 우리 측의 1차적 목표”라며 강한 의욕을 보였었다.
***북핵문제 공동보도문에 담을지 여부 여전히 "협의 중"**
이 차관은 한편 핵문제에 대해선 “기조발언과 여러 차례 접촉을 통해 우리측 입장을 북측에 충분히 전달했다”며 “북핵을 용납할 수 없으며 한반도 비핵화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남북화해협력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민족공동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서는 북핵문제가 조기에 해결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6자회담이 빠른 시일내에 열려서 실질적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누차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이 차관은 이에 대해 “북측은 듣는 자세였다”고 말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이 차관은 '북핵문제 협의가 회담을 지연시키는 가장 큰 난제인가'란 질문에 "계속 협의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북핵문제는 이번 회담이 난항을 겪는 가장 큰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어 어떤 식으로 타결될지에 커다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남측은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북핵문제를 둘러싸고 이번 회담에 쏠려있는 국내외 분위기를 감안한다면 최소한의 긍정적인 메시지라도 도출할 ‘필요’가 있다는 전략하에 “북측이 6자회담에 복귀할 경우 북핵문제의 실질적인 진전을 위한 ‘중요한 제안’을 할 것”이라고까지 밝히며 6자회담 복귀를 강력 촉구했다.
이에 따라 공동보도문에 북한의 6자회담 복귀와 관련된 언급이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재확인은 아니더라도 과거 장관급회담에서 언급된 수준 정도의 북핵관련문구를 넣고자 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13차 장관급회담에서는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제2차 6자회담이 결실있는 회담이 되도록 협력한다”는 표현이, 14차 회담에서는 “6자회담에서 핵문제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 협력한다”는 표현이 보도문에 담긴 바 있다.
북한은 그러나 한반도 비핵화 원칙 준수 및 6자회담 조기 복귀 제안 등 핵문제 관련 조항을 공동보도문에 포함시키는 데 끝내 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은 우리측의 “남북이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는 반드시 지켜져야 하며 이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민족공조도 남북화해협력도 불가능하다”는 강력 발언에 “해당부분(외무성 등)에 전달하겠다”는 말만 하며 경청하는 데 그친 것으로 보인다. 북측 회담 관계자는 이와 관련 17일“이번 회담은 핵문제와는 거리가 있는 회담”이라면서 “실제로 회담에서 핵문제가 별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봄철 비료 지원 및 이산가족 상봉행사 등 아직 최종 타결 안돼**
한편 이 차관은 이날 접촉을 마치며 비료 문제에 대해서는 “봄철 비료 20만톤 지원 원칙은 북측에게 확인을 해줬다”면서 “가능한 지원일정에 대해서는 좀더 협의가 필요하며 이 문제도 내일 협의해 종료할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6월 중순 경에는 지원이 완료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육로와 해로를 동시에 활용하게 될 것이고 필요하면 북측 선박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철도 수송도 가능하냐’는 질문에는 “조금 더 협의가 필요하다”면서도 “주로 자동차를 통한 수송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산가족 상봉행사와 철도도로 개통행사 등은 “진전이 없었으며 좀 더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라며 ‘이산가족 행사를 위한 적십자 회담 개최 등을 합의문에 담는 방식으로 할 수 있냐’는 질문에도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기에 결론을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확답을 피했다.
북측은 이밖에 식량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의했지만 이번 회담에서는 구체적인 규모와 시기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또 이산가족 상봉행사와 경의-동해선 도로 연결행사 및 철도 시범운행에 대해서도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남-북 밤샘협상 불구 최종 합의 못 이뤄**
남북은 한편 전날인 17일 오후 4시경 공식 일정을 마칠 예정이었으나 핵문제와 장관급회담 일정 명시 등의 핵심쟁점에서 의견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자정을 넘겨 밤샘 협상을 벌였다.
양측은 전날인 17일 오후 5시 35분에서 15분가량 실무대표접촉을 가진 이후에는 단 한 차례도 대표접촉을 갖지 않은 채 밤을 보냈으며 이후 연락관 접촉 등을 통한 비공식 조율 작업을 계속했으나 이마저도 새벽 3시 즈음부터 뜸해졌다.
17일 밤 11시 40분쯤에는 북측 연락관이 남측 대표단을 찾아와 메시지를 전달하고 돌아간 뒤 이봉조 차관을 비롯한 남측 대표단 및 핵심 간부들이 남측 상황실로 자리를 옮겨 긴급 토의를 가져 무언가 결론을 맺은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감을 낳게 했으나 아무런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이어 18일 새벽에도 남북 회담 관계자들이 잠시 스치듯 만나기도 했으나 “눈 좀 부치셨냐, 저녁만 드시고 가시는 줄 알았다”, “아침까지는 먹고가야죠”라는 가벼운 인사만을 나눴다.
양측은 이후 18일 오전 수석대표접촉을 갖고 일단 회담을 다시 열기로 하는데는 합의를 했으나 극적인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함에 따라 하루 떨어졌다가 다시 재회동하는 ‘징검다리 회담’ 방식을 택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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