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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대사 공석 한달째 '감감 무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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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대사 공석 한달째 '감감 무소식'

일각선 '대한 불만설'도, 한-미 "시간 필요할뿐"

주한미국대사 자리가 공석인 지 벌써 한 달이 됐다. 북핵문제가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어느 때보다 한-미간 긴밀한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나 정작 대화창구인 주한미대사 지명이 계속해서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크리스토퍼 힐 전 대사의 ‘갑작스런’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임명으로 시간이 걸린다는 게 미국측 해명이나, 일각에선 한국에 대한 미국측 불만 표출이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주한미대사 후임 지명 안된 채 공석 한 달째 **

힐 전 대사가 서울 정동 주한미대사관저에서 국무부 차관보 취임선서를 하고 업무를 공식적으로 시작한 것은 지난달 8일. 그후 마크 민튼 부대사가 후임 대사가 임명될 때까지 대리대사 자격으로 한달째 업무를 수행중이다.

과거와 비교해보면 이런 풍광은 정상적이지 않다. 힐 차관보가 주한미대사로 지명되던 2004년 당시를 살펴보면, 3월20일 한국 정부가 힐 대사 내정자에 아그레망을 부여했고 24일 내정 사실이 발표됐다. 4월에는 힐 내정자에 대한 미 의회 인준 청문회가 열렸고 그해 8월 정식으로 부임했다. 힐 내정자 직전 주한미대사였던 토마스 허바드는 물론 8월까지 대사로 근무했다.

최근 주일 미국대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004년 12월 하워드 베이커 당시 주일미대사가 다음해 2월 퇴임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힌 뒤 2005년 1월 백악관은 토머스 쉬퍼 후임 대사를 지명 발표했다. 그해 2월 베이커 전 대사가 대사직에서 물러났고 쉬퍼 신임 대사는 지난달 8일 부임했다.

일본의 경우도 물론 한달여간의 공석이 있었으나 최근 한국 상황과는 엄연히 다르다. 대사 교체기에 공석이 되면서 부대사가 대리대사직을 수행하던 경우는 종종 있기는 하지만, 그 경우에도 후임 대사는 이미 지명된 상태였다. 후임 대사 이름조차 거명되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 상황과는 180도 다르다.

***한-미 양국, “공석 이례적 아냐, 대사 차관보 발령으로 후임 결정 시간 걸려”**

주한미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대사직을 수행하다가 국무부 차관보로 간 경우가 많지 않다”며 “차관보 인사를 먼저 정한 뒤 대사직을 결정하는 것이 수순이라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주한 미국대사로 재직하던 중 국무부 차관보로 기용된 경우는 지난 70년대 필립 하비브 대사 이후로 처음이다.그는 또 “대사직은 백악관이 결정하는 것이라 하루 아침에 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울러 “대사직이 교체시기에 몇 달 정도 공석인 경우는 드문 경우가 아니다”며 “특이한 경우가 아니므로 대리대사 체제하 업무도 아무런 차질을 빚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각에서는 한미관계의 문제점이나 북핵문제를 둘러싼 ‘시그널’이라는 얘기를 하기도 하나 이는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부인했다.

외교부의 한 당직자도 “주한미대사가 차관보로 가는 경우는 근자에 드문 경우고 갑자기 임명된 것이라 미측도 예견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주한미대사가 가벼운 자리가 아닌 만큼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한미대사직이 초임대사가 오는 자리도 아니고 최근 여러 한반도 정세를 고려해볼 때 주한미대사직은 예전보다 더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어 미국이 리더십 차원에서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후임 주한 미대사와 관련,“미국 내부적으로 아직 선임이 안 된 듯하다”며 “우리로서는 비공식적으로 가능한 한 빨리 공석이 오래가지 않는 수준이 되도록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대사직 공석으로 한-미간 협의차원에서 불편한 상황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중대국면에서의 주한미대사 공석, 미국의 對韓불만 표출” **

하지만 이런 설명에도 불구, 북핵문제로 심각한 위기국면이 초래되고 있는 데다가 한-미간에도 불협화음이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최일선에서 조율해야 할 주한미대사가 장기간 공석으로 남아있는 것은 또다른 ‘모종의 신호'가 아니냐는 주장이 외교가에선 계속 대두되고 있다.

서울의 한 외교소식통은 이와 관련 “주한미대사는 한때 구체적으로 인물이 거명되다가 지금은 그런 암시도 없고 언제쯤 발표될 것이라는 예고도 없다는 점에서 이는 최근 한-미관계에 대한 미국의 불만을 암시하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50년간 냉전의 동맹국이자 우방국인 한국과의 관계에서 대사직을 한두달 공석으로 비워두는 것은 동맹외교를 중시하는 미 국무부의 외교정책과 어긋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반도는 특히 최근 북핵문제로 전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으로 부각되면서 부시 외교정책에서 중동과 함께 ‘투 트랙’을 형성하고 있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이 소식통은 “역지사지로 우리가 만약 주미대사를 이 정도 기간 동안 공석으로 놔둔다면 미측으로서는 '한국이 무슨 불만을 표출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로 쳐다볼 것”이라며 “보통 외교 관계에서 대사직을 공석으로 놔두는 것은 불만을 표출하는 한 방식이며, 대사 소환같은 '일시적 공석'도 바로 그러한 점을 노린 외교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외교관들은 보통 자신의 능력을 표출할 수 있는 지역에 자원해 외교적 명예를 얻으려 하는데, 최근 미국내 동향을 보면 한국을 기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며 미국 외교관들의 한국 기피를 꼽기도 했다.

이 소식통은 “현실적으로 주한미대사직이 공석이 되면 다음 달로 예상되는 한-미 정상회담부터 바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대사 없는 상황에서 정상회담을 여는 보기 드문 모습이 연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상회담 석상에는 양국 외교장관과 양국 주재 대사가 참석하게 되나, 주한미대사가 계속해서 공석으로 남아있게 되면 주미한국대사 건너편에 주한미 대사 대리가 착석하는 ‘불평등’한 모습이 연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에 따라 “미국은 동맹을 중시한다면 최대한 조속히 주한미대사를 지명해야 한다”면서 “정부도 미 정부에 빠른 시일내 임명해서 파견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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