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 협의회(민교협)'는 17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교수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조선일보>는 진실 왜곡과 국론 분열을 즉각 중단하라"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날 성명은 지난 11일 이명박 대통령이 "많은 억측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음에도 당시 (촛불 집회에) 참여했던 지식인과 의학계 인사 어느 누구도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고 발언한 것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발표됐다. (☞관련 기사 : '기고만장' MB "촛불 지식인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
▲ 2008년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명박산성' 상징물을 찢는 행사를 벌이고 있다. ⓒ프레시안 |
이날 서울대 민교협은 "지난 2008년 정부는 충분한 전문가 검토를 생략한 채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을 졸속으로 진행했으며, 광우병 유입에 대한 국민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하기보다는 자신의 실책에 대한 변명만을 일삼았다"며 "더구나 촛불로 상징되는 시민 주권의 요구에 대해 정부가 보인 폭력적 대응은 우리 사회가 독재 정권 시절로 회귀했음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이어서 "정부의 폭력적 대응에 굴하지 않고 지속된 촛불 집회에 결국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의 의견을 수용하겠다며 두 번이나 머리 숙여 사과했다. 그러나 촛불 집회 이후 만 2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정부는 거대 언론 권력과 함께 촛불 집회를 폄훼하기 시작했고, 스스로의 사과를 부정하며 적반하장의 입장으로 돌변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정부와 한나라당은 6월 지방선거에 앞서 4대강 사업 강행, 미디어 관련법 개정, 무상 급식 반대 등 정권의 과오에 대한 책임을 모두 촛불 집회에 떠넘기려 하고 있다"면서 "이들의 행태는 국민의 건전한 정책 비판에 대해 좌파니, 사회 전복이니 하는 딱지를 붙여 건전한 사회적 자정 능력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우리는 이른바 '명박 산성'으로 상징되는 소통 거부 행위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그간의 권위주의적 권력 행사가 국민을 절망으로 내몰고 사회 분열을 조장하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지금도 계속되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국민 모독 행위를 볼 때, 이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언제든 자신이 한 말을 뒤집으며 국민을 저버릴 수 있음을 명명백백하게 알 수 있다"고 규탄했다.
2008년 촛불 집회 당시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지적했던 우희종 교수(수의과대학)는 "대통령의 발언과 <조선일보>의 보도는 과학과 학문에 대한 모독이자, 국민에 대한 기만"이라며 "정부는 2년 전 촛불 집회로 나타난 국민의 우려에 대해 제대로 된 반성은커녕, 오히려 대통령이 당시 목소리를 냈던 지식인들의 반성을 요구하고 있다. 반성은 오히려 정부가 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0일자 <조선일보>에 '촛불 의료인'으로 인터뷰 기사가 실리기도 했던 우 교수는 <조선일보>의 기사가 실제 인터뷰 내용과는 달리 사실을 왜곡했다고 반발해 왔다. (☞관련 기사 : 우희종 교수 "<조선일보> 인터뷰 기사, '짜깁기' 창작물")
▲ 우희종 교수가 '짜집기 기사'라고 반발한 10일자 <조선일보> 인터뷰 기사. ⓒ조선일보 |
한편, 서울대 수의학과는 내달 15일 미국산 쇠고기와 광우병 위험성을 주제로 전문가 심포지엄을 열 계획이다. 오는 19일엔 광우병국민대책위원회 전문가 자문위원회 소속 교수·전문가들이 모여 '촛불 2주년, 왜곡으로는 감출 수 없는 촛불 운동의 진실'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다.
<프레시안> 등이 후원하고, 황상익 서울대학교 교수(의과대학)가 사회를 맡은 이 토론회에서는 우희종 교수,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박상표 정책국장 등이 발제자로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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