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실험 임박설'과 맞물려 미국이 북한에 대한 '강경대응'에 이미 착수했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23일 방한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이같은 입장을 한국 등 주변국에 통고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우리 정부도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더이상 북한에 대해 우호적 정책을 펼 수 없음을 경고하고 나서 북한의 향후대응이 주목된다.
***<산케이> “美, ‘새로운 선택’ 이미 검토 착수”**
25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미국의 한 정부 고위 당국자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 이외 ‘새로운 선택’에 대해 이미 검토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고위 당국자는 “지난해 6월 3차 6자회담에서 미국이 북한에 제안한 안에는 경제협력 등 북한이 원하는 항목이 많이 포함돼 있다”면서 “그러나 북한은 1년 가깝게 회답이 없어 새로운 방안에 대한 검토를 이미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에 따르면, 미국이 고려하고 있는 ‘새로운 선택’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북핵문제를 회부하는 방안이 분명히 포함돼 있으며 이외에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한층 압력을 가해 해결에 적극 나서도록 하는 방안과 북한의 핵-미사일 수출을 저지하는, 사실상의 '해상봉쇄'를 의미하는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강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그는 또 “한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고위 관리가 이번주 이 사안으로 방미한다”고 밝혀, 26일 시작되는 이종석 NSC 사무차장의 방미 목적에 ‘새로운 선택’에 대한 논의가 포함돼 있음을 분명히 밝혔다.
워싱턴 외교당국에 따르면, 미국은 북핵문제를 안보리에 회부하는 동시에 바로 제재 논의에 착수하지는 않고 비난 결의문 채택 등의 수순을 밟을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에서 북한에 대한 폭넓은 ‘포위망’을 형성해 외교 압박을 가하려는 목적인 것과 동시에 이는 중국에 대한 비난 및 압박의 성격도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힐 차관보 "북한을 협상장에 불러내는 데 실패"**
23일 방한한 힐 미 국무부 차관보도 '새로운 선택'을 분명히 예고했다.
힐 차관보는 이날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5개국 이외 한 나라(북한)만 참여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북핵문제를 이렇게 아니면 저렇게라도 풀어야 한다”고 말해 미국이 다른 방안을 구상하고 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그는 “북한이 6자회담장에 돌아오지 않은 지 10개월이 되고 있다”며 “이제 북한을 회담장으로 끌어오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든지 아니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을 회담장으로 불러내는 데 실패한 만큼 이에 대해 관계국들과 대화할 생각”이라면서도 “북한은 6자회담을 통한 해결에 동의했으면서도 협상을 통한 해결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으로 보이며 대화조차 원치 않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힐 대사와 우리 정부의 25일 조율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힐 대사는 이날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 한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송민순 외교부 차관보, 이종석 NSC 사무차장 등을 만나 북핵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힐 대사는 이어 26일에는 중국으로 건너가 중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부부장을 만나고 27일에는 일본에서 일본 6자회담 수석대표, 사사에 겐이치로 일본 외무성 아주국장을 만나 3각 협의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WP, “힐 차관보 방문, 北핵실험 여부 협의 위한 것” **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의 '북한 핵실험 임박설' 보도에 이어 <워싱턴포스트>도 23일(현지시간) 이같은 보도를 확인하고 “미국 관리들은 북한의 첫 번째 핵무기 실험 정보가 불완전하고 확정적인 것이 아니라도 경고하면서도 점차적으로 그 가능성에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관리는 WP와의 인터뷰에서“북한의 미사일 기지와 지하 실험으로 사용될 수 있는 다른 장소에서 활동이 증대되고 있는 신호에 의해 북한의 의도에 대한 우려가 높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WP는 힐 차관보의 한-중-일 동북아 3국 방문 이유에 대해서도 “핵실험이 작동되고 있다는 신호에 대해 협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미국 관리들은 특히 북한의 주요 후원국인 중국이 대북 지렛대를 이용해 북한의 핵실험을 막아줄 것을 원하고 있다”고 말해 이번 방중에서 강한 대중 압박을 가할 것임을 시사했다.
***반기문 "북 핵실험하면 미래 보장받지 못해" 경고**
이처럼 대북강경론이 고조되면서, 우리정부도 북한에 대해 더이상 미국을 자극할 '핵실험' 등을 하지 말 것을 경고하고 나서기에 이르렀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25일 오전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가진 21세기 동북아미래포럼 초청연설에서 "핵무기는 결코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고 정치.경제의 고립만을 자초하고 심화시킬 것이며, 핵무기를 보유하면서 국제사회와 정상적인 관계를 갖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며 "만일 북한이 무모하게 핵실험까지 하는 조치를 취하면 이제까지 고립되어 왔던 북한 스스로의 고립을 더욱 심화시키고 미래를 보장받지 못하는 길로 가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 장관은 "북한이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무장관의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 사과 등을 요구하는데 라이스 장관은 북한 주권국가 발언, 미북간 회담틀내 양자대화 발언 등 외교적으로 의미있는 발언을 많이했다"며 "북한의 요구는 비현실적이며 북한도 이제 (이런 말의 의미를) 알아듣고 회담장에 나와야 한다"고 6자회담 복귀를 재차 촉구했다.
반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할 경우 더이상 우리 정부도 미-북 사이의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없음을 북측에 경고하는 발언으로 해석가능해 주목된다. 이는 노무현대통령이 독일 방문기간중 "북한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하겠다"는 경고에 이어 나온 발언으로,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면 북핵문제의 유엔 안보리 회부 등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밝힌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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