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일중인 러시아의 빅토르 크리스텐코 산업에너지 장관은 22일 시베리아 석유 공급을 강력히 원하는 일본에 구체적인 언급을 일절 하지 않고 전문가 협의를 계속한다는 데에만 합의했다.
일본은 반면 크리스텐코 장관이 ‘석유를 일본보다 중국에 먼저 공급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해 크게 긴장하며 “건설 협력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중국 라인이 먼저 건설되면 자금 협력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압박을 가했다.
***방일 러시아 장관, 시베리아 석유에 애타는 日에 ‘묵묵부답’**
<이타르타스통신>과 <교도통신> 등 러-일 양국 언론에 따르면, 일본을 방문중인 크리스텐코 장관은 이날 마치무라 노부다카 일본 외상과 제7회 ‘러-일 무역경제 정부간 위원회’ 회의를 갖고 양국간 주요 경제무역 현안과 관련한 협정문에 서명했다.
양측은 그러나 최대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러시아 시베리아 석유 공급 문제와 관련해서는 “양국의 이익에 맞는 송유관을 신설하는 데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견 교환을 계속하기로 했다”며 전문가 협의를 갖는다는 선에서만 합의를 이뤘다.
크리스텐코 장관은 특히 “송유관의 끝은 태평양 연안이 될 것”이라고만 밝히고, 일본에 유리한 ‘나홋카 노선’과 중국에 유리한 ‘다칭 노선’ 가운데 어느 노선을 먼저 만들어 공급하게 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일본측을 애타게 만들었다.
그는 아울러 “러시아로서는 동시베리아에서 태평양 연안으로의 접근권을 확보하는 것이 정치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하다”면서도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국가들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해, 우회적으로 중국 노선을 선호한다는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日, “지원 최선”-“中 먼저면 협력 안해”**
이같은 러시아의 냉담한 분위기에 일본은 크게 당황해하는 분위기다.
크리스텐코 장관은 앞서 방일직전 일본 언론들과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국용 지선이 먼저 건설될 가능성이 높다”며, 일본의 70억달러 지원 제안에 대해 “전세계에는 많은 투자자가 있어 융자 조건에 따라 판단할 것”이라고 일축했었다.
마치무라 외상은 이에 이날 회의에서 “송유관 건설은 러-일 양국이 더욱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도록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라며 러시아에 노골적 구애를 했다. 반면에 나카가와 쇼이치 일본 경제산업상은 21일 크리스텐코 장관과의 회담에서 “송유관이 태평양 연안 노선으로 건설된다면 일본은 자금을 제공할 것”이라고 예의 70억달러 지원 제안을 재차 하면서, "그러나 러시아가 중국 다칭 노선을 먼저 건설하고 석유를 공급한다면 일본의 자금 지원은 어려울 것"이라고 압박을 가했으나 러시아에서 돌아온 응답은 '차가운 침묵'뿐이었다.
'돈의 힘'을 앞세운 일본외교가 잇따라 참패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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