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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부, 미성년자 등 수천명 생체정보 수집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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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부, 미성년자 등 수천명 생체정보 수집 파문

"생체정보 기업에 도움 주려 한 일" vs "정보인권 불감증 개탄"

정보통신부가 뚜렷한 법적 근거도 없이 미성년자 등의 생체정보를 수집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정통부는 민간업체의 기술 개발과 상용화 등을 지원하기 위해 미성년자에게까지 돈을 주고 생체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드러나 생체정보 인권 침해 논란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혜석 의원, "정통부 수천명 생체정보 매수, 돈 주고 미성년자 것도 수집**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열린우리당 서혜석 의원은 19일 "정통부가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생체정보 DB를 위해 28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3천6백명의 연구용 지문과 2천20명의 얼굴 형상 등 모두 5천6백20건의 생체정보를 수집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서 의원은 "정통부 산하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 주관으로 이뤄진 이번 생체정보 수집 작업은 미성년자에게 돈을 주고 생체정보를 수집하는 등 큰 문제를 안고 있다"며 "정통부는 생체정보를 수집하면서 지문은 3만~4만원, 얼굴은 4만~10만원을 각각 지급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지적했다.

서 의원은 "정부가 업체들의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생체정보를 모으고 있지만 현재 생체정보의 수집과 이용을 규제하는 법은 없다"며 "생체정보 유출에 따른 폐해와 파장이 매우 큰 만큼 이를 막기 위한 관계법 제정과 제도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시급히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정통부, "생체정보 관련 기업들에 도움 주기 위해 정당하게 수집"**

한편 정통부는 이런 서 의원의 지적에 대해서 "문제될 것이 없다"는 반응이어서 생체정보 인권 침해 논란이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정통부는 "DB 구축은 생체인식 업체와 학계, 연구기관의 연구 개발 및 제품 성능 향상을 위해 시험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생체정보 DB가 필요해 추진한 것"이라며 "사생활 침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번 작업 과정에서 본인을 확인할 수 있는 성명, 주소, 연락처 등의 정보는 수집하지 않았으며 정보 제공자에게는 사용료를 지불했다"고 주장했다.

정통부는 또 "이번 DB 구축으로 기술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체들을 도와 국내 제품의 기술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며 "정보통신망법 제52조에 의거해 이번 사업을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정통부의 해명에 덧붙여 진대제 장관은 19일 국회 답변에서 "생체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은 없지만 DB 구축과 관련해 일부 보완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조속한 시일 안에 생체정보 DB 구축과 관련한 안전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문제점을 일부 시인했다.

***시민ㆍ사회단체, "정통부, 생체정보 인권 불감증 개탄할 만한 수준"**

한편 이번 수년간에 걸쳐 뚜렷한 법적 근거도 없이 정통부가 앞장서 무단으로 생체정보 DB를 구축한 것에 대해서 시민ㆍ사회단체는 "우리나라 정부의 정보 인권에 대한 불감증을 유감 없이 보여주는 일"이라며 개탄을 금치 못했다.

우선 진대제 장관을 비롯한 정통부가 생체정보 DB 구축의 근거로 든 정보통신망법 제52조에는 생체정보 DB에 관한 대목이 없다. 52조는 이번에 생체정보 DB를 구축한 KISA의 법적 지위와 활동을 규정해 놓은 조항으로 ▲정보 보호 시스템의 연구ㆍ개발 및 시험ㆍ평가,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한 대책의 연구 및 보호 기술의 개발ㆍ보급의 지원 등의 항목이 포함돼 있다. 이렇게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마련된 조항을 근거로 생체정보 DB까지 임의로 구축한 것은 도를 넘어섰다.

특히 전문가들은 설사 생체정보 DB가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임의로 정부기관이 나서서 임의로 생체정보를 수집한 것 자체에 문제를 삼고 있다. 특히 생체정보 인권에 대한 인식이 척박한 국내 상황에서 미성년자에게 대가를 지불하고 생체정보를 수집한 것은 설사 동의를 받았다 하더라도 도덕성 논란이 일 만한 부분이다.

시민과학센터 김병수 사무국장은 "개인 정보 유출 문제가 너무 빈빈히 발생해 이제 기사거리도 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된 데에는 개인 정보 보호보다는 관련 기업을 편들었던 정통부의 책임이 크다"며 "가장 민감한 개인정보 중 하나인 생체정보 이용과 관련해 사회적 합의나 보호를 위한 법ㆍ제도적 장치들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앞장서서 시민들의 생체 정보를 수집한 것 자체가 큰 문제"라고 정통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 사무국장은 또 "더구나 미성년자의 생체정보를 수집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수집할 때 동의를 제대로 받았는지도 의심스러운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 사무국장도 "이번에 정통부가 추진한 생체정보 DB의 경우에는 기업들이 시장에서 생체정보를 이용한 장사를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생체정보 이용을 오히려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우려가 있다"며 "기업이 생체정보를 무분별하게 이용할 때 이를 통제해야 할 정부가 앞장서서 생체정보를 수집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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