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중국 전역에서 대규모 '2차 반일 시위'가 불 붙었다.
특히 중국의 '경제중심'이자 4천5백여개 일본기업이 진출해 있는 상하이에서 처음으로 1만명 이상이 참가한 가운데 "일제불매"를 외치며 일본총영사관과 일본 음식점을 향해 돌과 패트병 등을 던지는 등 격렬한 양상으로 전개돼 일본을 크게 긴장케 했다. 항저우와 톈진에서도 1만명 가량이 참석해 일본을 규탄했다. 그러나 1차 시위를 주도했던 베이징과 광저우 등지에서는 비교적 평온한 분위기가 유지됐다.
***상하이 반일시위에 1만명 집결, 일식점 간판 부수기도**
일본-대만 언론과 중국내 ‘애국-반일’ 사이트인 <애국자동맹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뉴스에 따르면, 16일 오전 9시(현지시간) 상하이 시내 중심부 인민광장에 모이기 시작한 학생들 중심의 시위대는 곧이어 일본 총영사관을 향해 행진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상의 집회 계획에 호응한 학생 2백여명으로 시작된 이날 시위는 인민광장 이외 와이탄에서도 시작된 집회 참가자들이 합류하며 행진대열 규모가 순식간에 1만명 이상으로 불어났다.
이들은 ‘일본제품불매’ 등의 구호를 적은 현수막과 전단지를 들고 상하이 시내 번화가인 옌안루(延安路)를 지나 일본총영사관으로 향했으며, 이 과정에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흔들며 "타도 일본인", "역사를 직시하라", "애국심을 높이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일부 참석자들은 아예 반일 구호가 적혀 있는 티셔츠를 입고서 행진을 하기도 했다.
시위대는 오전 11시경 총영사관 부근에 도착했으나, 경찰들이 영사관 1백미터 앞에서부터 골목을 봉쇄해 더 이상 나가지 못하게 되자, 이때부터 일부 시위대가 총영사관을 향해 패트병 등을 던지기 시작했다. 또한 일부 참가자들은 또 “애국 무죄”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벽돌 등을 던져 일본 음식점의 간판을 부수기도 했다.
현장에 있었던 한 네티즌은 “집회 참가자들은 중국 국가를 함께 부르며 행진하고 있고 현장의 열기와 소리가 상당히 커서 전화소리도 제대로 들리지 않을 정도이며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다”고 <동맹망> 게시판에 수시로 현장의 뜨거운 열기를 전하기도 했다.
길가에는 상당수의 경찰들이 배치돼 폭력시위를 억제했으나 시위 행진을 막지는 않았으며 배치된 병력은 대략 2만여명 정도라고 대만의 <둥쌈(東森)>신문은 전했다.
상하이에서 대규모 반일 시위가 일어나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상하이에는 일본계 진출 기업이 약 4천5백사에 이르고 체재중인 일본인들도 3만명에 달해 일본을 크게 긴장케 하고 있다. 상하이는 중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생산하는 중국의 경제중심이다.
***항저우, 톈진서도 대규모 반일 시위**
상하이 이외에도 전국 주요 도시에서도 이날 반일 시위가 열렸다.
<둥쌈신문>과 <교도(共同)통신> 등에 따르면, 상하이 인근 저장성 항저우에서도 시민 1만명이 모여 시위와 행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곳에서는 투석 등에 의한 피해가 보고되고 있다.
중국의 또다른 경제도시인 톈진에서도 톈진박물관 앞에 약 2천명의 시민들이 모여 반일 서명 등 집회를 시작했고, 은허 광장에서 경찰 3백명이 이들의 움직임을 제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톈진 집회는 당초 조용한 서명활동을 시작했으나 중국 국가를 부르며 행진하기 시작하면서 “일본제품불매”, “댜오위다오는 중국 땅” 등을 외쳤다. 경찰들이 더 이상의 행진을 저지하자, 시위대는 “애국 운동을 왜 저지하냐”고 강력항의하기도 했다.
***베이징 및 광저우는 비교적 평온, 경비 삼엄**
반면에 베이징, 광저우 등 지난주말 1차 반일시위가 대규모로 벌어졌던 도시에서는 비교적 평온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베이징의 경우 톈안먼광장의 인민영웅기념비 근처에 경찰을 실은 소형 버스 20대가 배치돼 정사복 경찰 상당수가 경계를 펼치고 있으며, 이날 오전에 광장에 붉은 색 현수막을 걸려던 2명이 경찰에 연행되는 작은 ‘소동’만 발생했을 뿐이다.
베이징에서는 또 무장 경찰관 1천여명과 경찰차량 수십대가 일본 대사관 앞에 진을 치고 있고 방수차까지 동원돼 있으며 10m마다 경비를 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대사관저 앞의 일부 도로도 봉쇄됐고 무장 경찰관을 실은 버스 15대와 트럭, 방수차가 배치돼 있다고 일본 언론들은 보도했다.
광저우에서도 1차 시위와는 달리 안정된 상황이라고 광저우 일본 총영사관이 전했다. 광저우에서는 이날 집합 장소로 정해졌던 톈허 스포츠센터 앞에 집회를 하려 했던 시민 3,40명이 모였으나 경찰들의 제지로 현장에서 해산했다.
***中당국, "무허가 시위는 금지"**
한편 베이징 공안당국이 무허가 집회 금지 담화를 발표한 데 이어 상하이와 우한 공안당국도 15일 같은 내용의 무허가 집회 금지 담화를 발표해 중국 당국도 이날 집회가 폭력화되지 않도록 상당히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상하이와 우한 공안당국은 이날 무허가 집회 금지와 함께 “이를 위반한 시민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이러한 방침은 전국 주요 도시에서도 시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지방 차원의 정책이 아니라 중국 공산당과 국무원이 중앙 차원에서 협의한 후 지방에 일제히 통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공안당국은 이에 앞서 홈페이지를 통해 “최근 일부 웹사이트와 휴대전화로 집회 실시를 알리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면서 “광범위한 대중과 청년학생은 당과 정부가 국가-민족의 장기적 관점에서 올바르게 중-일 관계를 처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믿어주기 바란다”며 자제를 촉구했었다.
상하이 공안당국은 아울러 이날 모든 상하이 시민 휴대전화에 무허가 시위 참가를 금지하는 내용의 문제를 일제히 송신하기도 했다. 아울러 베이징 주재 일본 대사관에 따르면 지난 주말 대규모 반일 시위에서 투석 등 위법 행위와 관련된 7명의 신병을 확보했다는 통고를 중국 공안당국으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산케이신문>은 “베이징과 청두에서 모두 22명이 구속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요미우리신문>은 상하이 시위소식을 전하며 "중국 공안당국이 행진을 묵인하고 있다"고 보도하며, 중국당국의 미온적 대처를 비난하고 있다.
중국 당국의 이같은 '외형상의 집회 불허'는 반일 집회가 격렬한 폭력 시위로 발전할 경우 대일 외교상 불리한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그러나 대규모 반일 시위가 ‘질서 정연하게’ 이뤄진다면 대일 외교 협상에서 커다란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판단아래 평화적 시위는 묵인하는 분위기여서 일본측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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