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이미 지난 2000년부터 전쟁예비물자(WRSA-K)계획 폐기를 통보하고 구입을 요구해 왔으나 우리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아울러 미국의 WRSA 계획 종결은 한국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전세계적인 종결 결정에 따른 것으로 이미 필리핀 등의 국가의 WRSA 계획은 폐기된 것으로 파악됐다.
국방부는 이와 관련 일부 보수언론이 이 문제를 한-미 동맹 균열로까지 몰고가는 데 대해 이례적으로 “안보상업주의”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美, 5년전 비축탄약 구입 요구..한국, 거부**
신현돈 국방부 공보관은 9일 브리핑을 갖고 “미측에서는 2000년부터 WRSA 종결 문제를 실무선에서 제기했고 2003년 SCM LCC(군수협력위원회)에서 공식 제기했다”고 밝혔다.
지난 2004년 5월 20일 폴 울포위츠 당시 미 국방부장관(현 세계은행 총재)은 조영길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WRSA 계획을 2006년 12월말까지 종료하겠다고 통보를 했고 국방부는 다음달인 6월 2일 관련 서한을 접수했으나 이는 두 번째 통보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한 국방부 관계자는 “미 의회는 이미 지난 1999년말 ‘WRSA 이양법’을 통과시킨 바 있으며 우리측에 매각을 제의해 왔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는 당시 재원 마련 등 여러 가지 사정이 겹쳐 협상을 거부했고 3년의 법안 시효가 만료됐던 2002년말 관련법이 자동 폐기됐다.
미측이 당시 이같이 적극적으로 판매를 제안해 왔던 것은 2000년을 기점으로 WRSA 비축 탄약의 손익분기점이 기점에 다다랐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으로서는 탄약의 노후화로 무기한 보유할 수 없는 상황이고 비용절감차원에서 폐기하던지 아니면 미국내로 회수해야 하나 2000년을 기점으로 회수 내지 폐기 비용이 보관비용보다 더 들기 시작함에 따라 우리에게 매각해 비용을 줄이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WRSA종료, 전세계적 美정책 변경 일환” 한미동맹균열 우려 일축**
한편 신현돈 공보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WRSA 프로그램 종료는 한국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고 미국의 정책 변경으로 전 세계적으로 종결하는 것”이라며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한-미 동맹 균열설을 일축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이스라엘 WRSA 이양법이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미 의회에 상정됐다가 올해 다시 처리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이고 필리핀, 태국, 대만은 2002년 이전에 이미 종결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필리핀과 태국 등의 비축 탄알 등은 그 양이 얼마 안돼 무상으로 이들 국가에 이양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또 “한-미 간에는 이 문제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의견을 교환하는 등 긴밀하게 협의를 진행해 왔다”면서 “WRSA 계획 종결을 한-미 군사동맹 관계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국방부 관계자도 “이 사안을 최근의 동북아 균형자 역할이나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연계짓는 것은 무리”라면서 “아울러 지난해 5월의 상황과 관련해 생각하는 것도 논리상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미 필요 탄약 구매 과정서 치열한 공방 예상**
신현돈 공보관은 이밖에 “미측에서 탄약을 반출할 것으로 예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한-미 동맹관계를 고려할 때 미측은 한반도의 안보 태세를 확고히 유지하는 방향에서 우리와 협상할 것으로 보며 미측에서 WRSA 계획 종결과 관련해 가장 효율적인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 국방부 관계자도 이와 관련해 “미측에서 제의가 들어오면 국익차원에서 접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방부는 이같은 원칙에 따라 올해에도 미 의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구매 요구가 있을 것으로 보고 현재 미군 비축 탄약 가운데 필요한 부분과 필요치 않은 부분 등 전략적인 판단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구분은 WRSA 계획으로 비축돼 있는 탄약의 10~20% 정도는 폐기될 정도로 쓸모없는 구형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러나 미군으로서는 비축물자를 가능하면 빨리 처분해야 손해를 덜 보는 입장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칼자루를 쥔 쪽은 우리라는 판단을 하고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와 관련해 전시에 대비해 탄약 등 물자를 비축하는 것은 현대전 개념에서는 맞지 않는 것으로 기회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들어가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우리측 구매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환경단체측에서는 ‘미군의 노후탄약으로 한반도가 오염되고 있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어 한-미간에는 노후탄약과 실효성 있는 탄약 구매에 대해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부, <조선> 등 보도에 “안보상업주의 우려” 이례적 비판**
한편 이날 신현돈 공보관은 브리핑을 시작하기에 앞서 이례적으로 “일부 언론의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면서 “안보상업주의를 우려한다”고 비판해 주목을 끌었다. 신 공보관은 이어 “협의 또는 결정되지 않은 사항을 추측이나 가정 하에 보도하는 것은 국민의 안보불안감만 증대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비판은 최근 <조선일보> 등의 보도를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는 9일자 기사에서 “주한미군 ‘비축탄약’ 폐기방침 정부, 알고도 1년간 숨겼다”는 제하의 보도를 했으며 7일자에서는 ‘주한미군 비축탄약을 한국이 사기로 미국과 이미 합의했다’는 내용을 보도했었다. 하지만 한-미 양국은 아직 협상을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 국방부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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