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수교국이 25개국에 불과한 대만이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서거를 계기로 외교적 고립이 심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바티칸은 현재 1천2백만영의 가톨릭 신자가 있는 중국과 수교를 하는 대신 대만과는 단교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바티칸 단교 움직임에 '외교 고립' 우려**
7일현지시간) 미국의 CBC 뉴스는 "중국은 바티칸과의 수교 조건으로 대만과의 단교를 요구할 것이 거의 틀림없다"면서 대만의 야당의원 스츠의 발언을 인용했다.
그는 "대만은 전세계에 외교관계를 가진 나라가 25개국 뿐인데, 그중에서 가톨릭 국가가 16개나 된다"면서 "바티칸이 중국과 수교를 하게 되면 나머지 15개 가톨릭 국가들도 영향을 받아 차례로 단교하는 도미노 효과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되면 국제사회에서 대만의 외교적 위상은 심대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때문에 천수이볜 대만 총통은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교황 장례식에 모인 교황청 관계자와 각국 정상들에게 외교적 지원을 호소하고자 바티칸을 찾았다. 대만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려는 중국의 견제로 유럽 국가들이 비자발급을 꺼려 대만의 지도자가 유럽을 방문한 것 자체가 천수이볜 총통이 처음일 정도로 이례적인 방문이다.
그러나 천수이볜 총통의 외교적 승리라는 일각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중국은 천수이볜 총통에게 비자를 내준 바티칸과 이탈리아 정부를 비난하면서 교황 장례식 조문단 파견을 거부할 정도다.
***중국, "대만과 단교하면 언제든지 바티칸과 수교"**
이미 중국은 교황 서거 직후인 지난 5일 칭강(秦剛)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바티칸이 대만과 단교하고 종교를 내세워 중국의 내부문제에 개입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바티칸과 수교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대만과의 관계단절을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또 홍콩 교구 천르쥔(陳日君) 주교는 전날 "바티칸은 지난 51년 사제 추방으로 단교한 중국과 다시 수교할 것을 원하고 있으며 대만과 단교할 준비가 되어 있다 "고 주장하기도 했다.
벨기에 출신의 고드프리트 다닐스 추기경도 교황 선종 3일 전인 지난 3월31일 중국을 방문, 후이량위(回良玉) 종교담당 국무원 부총리와 만나 공통 관심사를 논의했다. 추기경과 중국 지도자의 만남은 단교 이후 54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중국 정부도 교황 위독 소식이 전해지자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회복을 기원했는가 하면, 교황이 선종한 뒤 애도를 표시하며"새로운 교황이 중국과 바티칸의 관계를 향상시킬 조건들을 만들어가기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다. 교황에 대한 이런 발언 역시 단교 후 처음 있는 일이다.
18일부터 시작되는 차기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비밀회의)에서 누가 새 교황이 되느냐에 따라 중국.대만.바티칸의 외교관계에 중대한 변화가 닥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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