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5% 이상 대량보유자의 자금 출처를 상세하게 밝히도록 한 '5%룰'에 대해 외국투자자들이 묵살로 일관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재벌 2세들도 '5%룰' 보고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용 등 재벌 2세들, "월급으로 수천억대 주식 매입"**
삼성.현대.SK그룹 등 주요 계열사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들은 지난 2일까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지분보유상황 보고서에서 많게는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보유지분 매입자금 출처를 '근로소득 등 자기자금'이라고 신고했다
이들이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는 시가 5천억원 규모인 보유지분 96만주를 '근로소득 등 자기자금' 4백50억원으로 지난 97년 매입했다. 신세계 정용진 상무도 시가 2천7백억원대의 보유주식(88만주) 매입자금 출처를 '근로소득 및 배당 등 금융소득'이라고 신고했다. 기아자동차의 정의선 사장도 시가 4백40억원의 기아차 주식 취득자금을 '근로소득 등'이라고 신고했다.
CJ는 이재현 회장 등의 자금출처를 아예 밝히지 않았다. 롯데제과도 계열사인 호텔롯데. 롯데건설 등 계열사들의 자금출처만 밝히고 신격호 회장과 신동빈 부회장 개인의 주식매입자금 출처는 밝히지 않았다.
이같은 자금 출처 보고는 '부실' 내지 '허위보고'에 해당한다. 금감원에 따르면 개정된 5%룰은 지분매입 자금의 출처가 자기자금일 경우는 근로소득이나 금융소득, 증여자금 등으로 구분해서 신고하도록 했다. 자금원의 주요출처만을 밝힐 수도 있지만 상속이나 증여로 조성된 자금이나 금융소득의 기여도가 더 많음에도 근로소득을 위주로 신고했다면 허위신고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금감원, "보고서만으로 검찰 고발하기 어려워"**
개정된 증권거래법은 지분현황 신고에서 자금출처 등을 허위기재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백만원 이하의 벌금, 의결권제한, 지분처분명령 등의 처벌조항을 신설하고 있다.
그러나 금감원 관계자는 6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보고서만으로는 허위신고라고 검찰에 고발할 만큼 근거가 되지 못하며, 물증을 제시할 만큼 조사권한이 있지도 않다"면서 "미국의 경우도 증권거래위원회에서 일일이 허위.부실 보고서를 검증하고 있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불성실 신고에 대해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이에 따라 '강화된 5%룰'은 국내외 투자자를 막론하고 자금 출처가 투명하게 공개되도록 한다는 당초의 취지와 달리 실효성에서는 과거와 달라진 게 없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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