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21일 "북한이 계속해서 6자회담 복귀를 거부한다면 국제적인 시스템에서의 다른 선택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의 북핵 문제 상정을 강력 시사했다.
특히 라이스 장관의 유엔 안보리 상정 시사는 현재 미국 주도하에 오는 9월 목표로 추진중인 이른바 '유엔 개혁'과 맞물려, 미국이 일본 등 친미국가들을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대거 진출시킨 뒤 북핵문제를 밀어부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낳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라이스, "北 회담복귀 안하면 다른 선택 고려"**
21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라이스 국무장관은 이날 마지막 아시아 순방국인 중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만일 북한이 6자회담 참가를 계속해서 거부한다면) 미국과 아시아 동맹국들은 '다른 선택'을 추구해야 할 것"이라며 "분명하게 모든 사람들은 국제적인 시스템에 다른 선택이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해 북핵 문제의 유엔 안보리 상정을 강력 시사했다.
AP 통신도 "라이스 장관은 구체적인 다른 선택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면서도 "그 다른 선택에는 유엔 안보리를 통한 대북 강경 경제 제재 등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신은 아울러 "라이스 장관과 다른 미국 관리들은 반복해서 그럴 의도가 없다고 말은 하고 있지만 이론상으로는 미국이 군사 공격을 감행할 수도 있다"고 무력사용 가능성도 덧붙였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한 미 국무부 관리는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라이스 장관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국무원 총리를 만나 북핵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며 '북한은 바로 6자회담에 복귀해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그러나 만일 북한이 복귀하지 않으면 미국 등이 취해야 하는 다른 외교적 단계에 대한 고려를 시작해야 한다는 점도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외신 보도는 라이스 장관이 중국에게 6자회담이 조기에 재개되지 않을 경우 북핵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상정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최후 통첩설', 사실로 드러났나**
라이스 장관의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다른 선택' 추구 가능성 발언은 라이스 장관의 한-중-일 순방을 시작하는 18일 당일 일본 <교도(共同)통신>의 '최후 통첩설'과 맞물리며, 미국이 본격적으로 강경 대북 정책으로 선회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교도통신>은 이날 "미국 정부는 3월초 한-중-일 3국에 18일부터 시작되는 라이스 장관의 방문이후에도 북한이 계속해서 6자회담에 참석하지 않을 경우 대북 압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통보했다"고 보도했었다. 복수의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라이스 장관의 방문이 끝날 때까지 북한의 입장에 변화가 없으면 6자회담 이외의 방안 선택을 요구하는 정부와 의회의 움직임을 억제하기 매우 어렵다"는 미국 입장을 한국 등에 전달했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게다가 라이스 장관이 한국을 방문하자마자 제일 먼저 찾은 곳이 현재 한-미간 연합훈련의 일환으로 '전쟁 모의게임'이 진행되고 있는 한미연합사 지휘통제소 벙커였다는 점도 분명한 대북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 국무장관이 방한하며 외교적 행사가 아닌 미군 군사시설부터 방문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미국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으며, 여차하면 유엔 안보리 상정을 비롯해 군사공격까지 포함한 대북 강경책을 사용할 수 있음을 경고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美, 日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후 북핵 안보리 상정? **
이와 관련, 주목해야 할 대목은 현재 유엔에서 급박하게 진행중인 안보리 상임이사국 확대 등 미국 주도하에 진행중인 이른바 '유엔 개혁'이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20일(현지시간) <보다 확대된 자유 : 모든 사람들을 위한 발전, 안보, 인권을 향해>라는 제목의 62쪽 보고서를 통해 유엔 회원국들에게 "안보리 개혁안에 대한 입장을 오는 9월까지 밝혀 달라"고 촉구했다. 요컨대 올 가을에는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등 유엔개혁을 매듭짓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다.
현재 코피 아난 사무총장은 아들의 공금횡령 비리 의혹 등으로 미국에 약점을 잡혀, 미국 주문대로 친미국가들을 대거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진출시키는 유엔 안보리 개편작업을 적극 추진중이다. 미국은 이라크 침공당시 유엔 안보리 국가등의 거센 반발로 이라크전에 대한 유엔 결의를 얻지 못한 데 반발, 유엔 안보리 개편작업을 올 가을까지 매듭짓는다는 목표아래 강력한 유엔 개편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문제는 유엔이 안보리 개혁 시한으로 제시된 9월이 미국의 대북공세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와 일치한다는 점이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20일(현지시간) 이와 관련, "미국은 올 여름이 지나갈 때까지 유엔 안보리에 북핵문제를 상정하는 방안 등 다른 수단을 고려하지 않으면서 기다릴 것 같지 않다"며, 북한의 회담 복귀가 더 지연될 경우 미국이 올 가을께 유엔 안보리를 통해 제재 성명 등의 강경압박책을 구사할 것으로 내다봤다.
라이스 국무장관은 이번 아시아방문 기간중 독도분쟁을 이유로 한 한국의 우회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북핵문제가 안보리에 상정될 경우 6자회담에서 일정한 발언권을 행사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발언권은 급속히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어, 한반도 긴장이 한층 고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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