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18일 노무현 대통령의 3.1절 경축사에 대해 ‘국내용’이라고 평가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발언을 뒤늦게 문제삼아 “이는 이치에도 맞지 않고 국가 원수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 장관의 이같은 반박은 전날 정 장관이 대표로 발표한 '대일관계 신독트린'을 일본 정부가 일축한 데 대한 반격의 성격이 짙어, 향후 한일관계가 더욱 긴장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정동영, “日고이즈미 총리 ‘국내용’ 치부, 예의 아냐”**
정동영 장관은 이날 부내 간부들과의 간담회에서 지난 1일 노 대통령 발언에 대한 고이즈미 총리의 ‘국내용’ 평가에 대해 “대통령은 국내 사정이 어려울 때도 눈치 보지 않고 국내부담을 무릅쓰고 (한일관계를)미래지향으로 끌고 가려고 노력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내용으로 치부하는 것은 이치에도 맞지 않고 예의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고 배석했던 김홍재 통일부 대변인이 전했다.
정 장관은 이어 재차 “(고이즈미 총리의 발언은) 사실관계도 틀렸고 국가 원수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라고 고이즈미 총리를 직접 겨냥해 비판을 가했다.
이같은 정 장관의 발언은 상당히 강경한 발언으로 정부로서는 비공개 간담회에서 이뤄진 정 장관의 발언을 이례적으로 공개함으로써 일본에 대한 경고의 일환으로 삼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지난 3.1절 기념식에서 “과거의 진실을 규명해서 진심으로 사과하고 반성하고 배상할 일이 있으면 배상하고, 그리고 화해 해야 한다”면서 “이것이 전세계가 하고 있는 과거사 청산의 보편적인 방식”이라며 일본 정부를 압박했었다.
고이즈미 총리는 그러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우리(노 대통령과 고이즈미 총리)는 과거사를 반성하면서 미래지향적인 태도로 나아가자고 합의했다”면서 “노 대통령은 일본과의 우정뿐만이 아니라 국내사정을 생각하면서 발언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노 대통령의 발언을 ‘국내용’이라고 폄훼했었다.
***“고이즈미, 한국 현실 잘못 보고 있어”**
정 장관은 고이즈미 총리가 전날 자신이 발표한 '대일관계 신독트린'에 대해 ‘미래지향적인 자세’를 언급한 것과 관련해서도 “한국의 현실을 잘못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그는 “미래로 가야한다는 것은 우리의 주장이었다”며 “과거사를 새롭게 끄집어 낸 것은 일본으로, 일본은 과거사를 은폐.왜곡하고 정당화하려고 했다”고 반박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에 앞서 17일 우리 정부의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성명에 대해 “우리는 감정적인 대립을 넘어 우호관계를 발전시킬 길을 생각하면서 미래지향적인 방법으로 현 상황을 다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 장관은 이에 대해 “우리는 일본의 부족한 사과나마 받아들여서 과거사 문제를 끝내려고 했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로 가려고 했다”며 “(일본의 과거사 정당화로) 현재의 문제가 야기된 것이고 한국이야말로 동북아 평화를 위해 과거사에 발목을 잡히지 않고 미래지향으로 가려고 하는 당사국”이라고 강조했다.
정 장관의 이같은 고이즈미 비판은 발언의 강도가 대단히 높음은 물론, 보름 전의 고이즈미 발언을 뒤늦게 문제삼았으며, 이례적으로 한 나라의 장관이 다른 나라의 총리에게 직접 직격탄을 날렸다는 점에서 그 배경을 놓고 외교적으로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고이즈미 총리에 대한 '노 대통령의 우회적 반박' 성격이 짙다는 해석을 하며, 그동안의 '노무현-고이즈미 밀월'이 종지부를 찍은 게 아니냐는 분석을 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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