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근대화와 '물 파괴의 역사'
한국의 근대화는 사실상 자연을 활용하고 넘어서려는 역사와 그 궤를 같이 했다. 그럼에도 근대화에 관한 연구는 방대한 것에 비해, 근대화 과정에서의 생태계 파괴를 추적한 연구는 그다지 많지 않은 편이다.
저자는 '물의 변화'가 근대화의 주요한 문화적·정치적 내용이며, 한국 사회가 겪은 근대화의 특징을 드러내주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한국의 근대화와 궤를 같이한 '물 파괴의 역사'를 풍부한 자료를 통해 추적한다.
▲ <생명의 강을 위하여>(홍성태 지음, 현실문화 펴냄). ⓒ프레시안 |
아울러 물의 생산과 소비가 구조적으로 분리되면서, 깨끗한 물의 생산은 국가의 몫으로 굳어진다. 이는 훗날, 물의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 체제가 정착되면서 '물 부족론'이라는 이데올로기가 파생되는 배경이 된다.
본격적으로 강의 개발과 파괴가 시작된 것은 박정희 정부 때부터이다. 이때부터 '근대적 생산력'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댐이 전면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한강 개발 3개년 계획'이 수립돼 이후 전두환 정부의 '한강 종합 개발 사업'의 바탕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개발 사업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보는 한강의 모습이 완성됐다. 콘크리트 호안과 제방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콘크리트 수로'의 모습 말이다.
저자는 이러한 강 개발 역사를 추적하면서, 한국의 물 파괴의 역사가 철저한 '하향식 근대화' 과정을 통해 국가 권력에 의해 집행됐으며, 그 정점엔 바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 있다고 지적한다.
"'파행적 근대화'는 근대화의 정치적 고갱이인 민주화를 사실상 부정한 억압적 근대화이고, 무조건 많은 돈을 버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강요한 천박한 근대화이며, 이로써 사람과 자연에 대한 '이중의 착취'가 만연한 위험한 근대화이다. '파행적 근대화'로서 우리의 근대화는 일제의 '식민지 근대화'로 시작되어 박정희의 '폭압적 근대화'로 본격화되었고, 이제 이명박 정부의 '파괴적 근대화'로 폭주하고 있다.
'식민지 근대화'로 강의 파괴가 시작되었고, '폭압적 근대화'로 강의 파괴가 본격화되었으며, '파괴적 근대화'로 강의 파괴가 극단화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파괴적 근대화'는 '식민지 근대화'의 완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토건 국가' 대한민국과 4대강 사업
저자는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 '토건 국가론'을 기반으로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비판한다. 저자에 따르면, 토건 국가란 "토건업의 유지와 확대를 위해 불필요한 대규모 개발 사업을 끊임없이 벌여서 막대한 재정을 탕진하고 소중한 국토를 파괴하는 기형적인 개발 국가"를 뜻한다.
저자는 한국 사회를 저변에서 지탱하고 유지하는 두 축이 바로 '토건 정치'와 '토건 경제'라고 지적하며, 한반도 대운하와 4대강 사업이야말로 '토건 국가'인 한국 사회의 자화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일이라고 말한다. 이들 사업이야말로 "병적으로 비대한 토건업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토건 국가의 산물"이며, 이 사업에 대한 관심은 토건 국가의 문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는 토건 국가의 대안으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복지 국가인 '생태 복지 국가'로의 전환을 제시한다. 종래의 복지 국가가 여전히 '자연의 착취' 문제를 안고 있었다면, 이 문제를 해결한 국가 모델이 바로 생태 복지 국가인 것이다.
저자는 정부 조직과 재정 구조를 개혁해 불필요한 토목 사업으로 탕진되는 세금을 복지에 쓰고, 대대적인 파괴로 귀결되는 불필요한 토건 사업을 중단해 환경 문제 역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이 나라의 진정한 선진화를 위해 하루빨리 토건 국가를 개혁해야 한다"며 토건 국가의 문제점을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날카롭게 비판한다. "강의 파괴는 곧 우리 자신의 파괴"라며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내고 있는 이 책은, 거대한 토건 국가와의 '한판 전쟁'을 벌이는 학자이자 활동가인 저자의 분투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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