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극우단체 `새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가 만들어 올해 검정을 앞두고 제출한 '개정판 중학교 역사.공민교과서'에서 독도 전경사진을 새로 게재해 분쟁지역화를 공식화하는가 하면, "일제시대 창씨개명은 자발적이며 조선 근대화를 도왔다"고 주장하는 등 종전보다 역사왜곡을 한층 심화시킨 것으로 알려져, 4년만에 '제2차 우익 교과서' 파동이 재연될 전망이다.
내달초로 예정돼 있는 일본 정부의 검정 결과에 따라 한-일 양국관계가 수교이래 최대 긴장국면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日 '후소샤' 우익교과서, 독도사진게재 분쟁지역의도 노골화**
이같은 사실은 '아시아평화와 역사교육연대'가 입수한 우익계열 출판사인 후소샤(扶桑社)의 개정판을 통해 확인됐다. `아시아평화와 역사교육연대'는 11일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은 내용의 후소샤 역사왜곡 전모를 공개할 예정이다.
`아시아평화와 역사교육연대'는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2005년도 새역모 교과서는 이전보다 훨씬 개악된 내용을 담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며 "겉으로는 표현을 부드럽게 했을 뿐, 실상 그 내용은 일제의 가해사실인 조선인 강제연행, 위안부 문제, 남경대학살 문제를 기록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사회교과서인 공민교과서의 경우 앞부분 분쟁지역을 다룬 화보에 독도 전경 사진을 새로 추가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크게 일 전망이다.
지난 2001년도 검정을 통과했던 현행 후소샤 교과서의 앞부분 화보에는 일본 열도와 북방 4도, 센카쿠 열도, 조어도만 게재돼 있었다. 그러나 이번 개정판에는 "한국과 일본간 영유권을 둘러싸고 대립하고 있는 다케시마(독도의 일본 명칭)"란 설명과 함께 독도 전경사진을 새로 게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개정판 내용은 최근 독도 공세를 펼치고 있는 일본 우익들의 움직임과 맞물린 것으로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동시에 국제분쟁지역화하려는 속셈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또한 공민교과서는 새로이 일본 방위문제와 주권침해문제를 거론하며 북한 공작선과 핵, 미사일 개발 등 북한의 위협을 부각하고, 현재 진행중인 헌법 개정절차 논의 동향을 현행본보다 상세히 기술해 '평화헌법'을 전면 개정하려는 우익의 속내를 드러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씨 개명 강제성 희석, "일본, 조선 근대화 도와"**
역사교과서에서도 개악된 내용들이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소샤 역사교과서는 우선 일제시대 창씨개명의 진상을,"조선인 희망에 따라 일본식으로 개명하는 것을 일본 정부가 승인해 줬다"는 식으로 왜곡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1년 현행판에서는 이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았다.
개정판은 또 일제시대 강제동원과 황민화 정책 기술 부분이 약화됐으며 "조선인민들이 식민지에 의한 고통과 희생을 강요당했다"는 표현이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강제 징용을 "전쟁 말기 징용 징병대가 확대 적용됐다"고 주장해 강제적인 게 아니라 자발적이라는 느낌을 갖도록 역사적 사실을 왜곡했으며, "조선인 중 일부가 한일 합방을 수용했다"는 기술도 새로 첨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역사교과서 개정판은 '조선 근대화를 도운 일본'이라는 별도 칼럼을 신설해 '식민지 근대화론'을 첨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식민지 근대화론은 최근 국민을 격분케 한 한승조, 지만원, 조갑제의 주장과 일치하는 것이다.
***"조선은 중국의 복속국" 표현. 종군위안부 문제 여전히 거론 안해**
역사교과서는 이밖에도 19세기 구한말을 "당시 조선은 중국의 복속국"이라고 기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표현은 4년전 검정 당시에는 후소샤 자체 수정을 통해 단순히 "강한 정치적 영향하에 있다"고 고쳤으나, 이번에 재차 종전 표현을 살려 검정을 신청한 것이다.
역사교과서는 아울러 임진왜란 당시 조선이 입은 피해 부분도 삭제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2001년 교과서와 마찬가지로 종군위안부 문제도 이번 교과서에서는 계속 빠졌으며, "합병이 동아시아 안정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여전히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엽적 내용은 일부 개선**
지엽적인 내용 일부는 현행 교과서보다 개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본에서는 '이씨 조선'이라는 명칭을 사용했으나 이는 조선왕조의 공식 국호가 아니라는 반발에 따라 신청본에서는 '조선국' 명칭을 사용하고 '이씨 조선'이라는 명칭은 괄호로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사이고 다카모리가 주장한 '정한론'에서는 자신이 죽게되면 이를 빌미로 조선을 공격하라는 내용이 현행본에서는 기술돼 있었으나 이 내용은 삭제됐고, 신라-백제의 일본 야마토 정권에의 조공설과 4세기 후반 고구려의 신라 압박설 등도 뺐으며, "일본은 무가사회이고 조선은 문관사회"는 도식적인 비교도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 4월초 검정 결과 주목**
일본 후소샤판 공민교과서와 역사교과서의 내용이 드러남으로써 일본 문부성이 4월초로 예정된 검정에서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만약 일본정부가 역사왜곡 내용을 대폭 수용할 경우 최근 일본의 '다케시마의 날' 제정과 맞물려 한일관계는 수교이래 최대 위기로 악화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교과서 내용이 검정을 통과하기 전에 외부에 공개되는 것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지난 2001년 검정 당시 후소샤판 신청본 내용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큰 논란이 일었던 점 때문에 일본 정부는 지난해 4월 후소샤판을 비롯한 신청본 8종을 접수 받은 다음에도 신청본 내용을 일체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극도의 보안은 후소샤판 신청본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채 그대로 통과하려는 의도이며,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 등의 압력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기도 해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이번 중학교 교과서 검정을 앞두고 일본 문부성 간부들은 이달초 집권 자민당의 '일본의 전도와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의원 모임' 총회에 참석, 검정 이후 8월 실시되는 중학 교과서 채택에서 '공정한 채택 환경 확보를 위해 제도 개혁'에 나설 방침을 분명히 했었다. 제도 개혁이란 사실상 교과서 채택을 주도했던 현장 교사들의 목소리보다는 교과서 채택을 결정하는 교육위원회와 교육위원의 권한을 명확히 해 이들이 우익 교과서를 채택하는데 '외부 방해'를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이같은 우경화 흐름을 반영해 문부성이 후소샤 교과서를 지엽적 수정만 한 채 통과시킬 경우 한일관계는 크게 악화되고, 북핵문제를 둘러싼 한-미-일 공조도 파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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