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 및 공공기관에 이어 시민들의 민원 처리를 직접 담당하는 지방자치단체 홈페이지에서도 주민등록번호 관리 실태가 매우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공통으로 사용하는 전자정부 시스템에서도 주민등록번호가 무방비로 노출돼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지자체 1백18곳, 71% 81곳에서 주민등록번호 무분별 노출**
지문날인반대연대와 정보인권활동가모임은 10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시 단위 이상의 지방자치단체 1백18곳을 대상으로 주민등록번호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의 조사 결과, 조사 대상 1백18곳의 71%인 81곳에서 주민등록번호가 노출돼 있었다. 특히 이 중 52곳은 공문서를 통해서 특정인의 주민등록번호가 공개돼 있어서 공공기관과 담당자의 정보인권 의식 수준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서울시의 경우에는 등록된 대부업체 대표자 3백여명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는 물론 법인등록번호, 소재지, 전화번호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표를 올려놓았다. 경상북도 김천시는 역대 시의원을 소개하면서, 전라남도 광양시는 통장들을 소개하면서 주민등록번호를 함께 적어놓았다. 의정부시는 자동차를 공매하면서 자동차의 원 소유주로 보이는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포함시켜 놓은 경우도 있었다.
<그림 3> 서울시는 3백여명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을 아예 표로 정리해 올려놓았다.
***"3백여명 주민등록번호, 법인등록번호 등 정보 무차별 노출"**
이들 단체들은 "특히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공통적인 형태로 주민등록번호가 발견됐다"며 "이는 전자정부 사업과 관련해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같은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민원 처리 인터넷 공개 시스템' 9곳, '자원봉사 종합관리 시스템' 7곳, '인터넷 지방세 시스템' 8곳 등 전자정부 사업과 관련한 시스템에서 주민등록번호가 관련된 곳도 중복을 고려해도 22곳이나 됐다.
행정자치부 자원봉사 종합관리 시스템의 경우에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된 복지 시설의 관리자 이름, 주민등록번호, 소속, 전화번호, 휴대전화 번호는 물론이고 관리자 ID와 비밀번호까지 나와 있어 충격을 줬다. 만약 이 ID와 비밀번호로 로그인을 할 경우 관리자만이 볼 수 있는 추가 정보까지 확인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림 18> 행정자치부 자원봉사 종합관리 시스템의 노출된 관리자 화면.
인터넷 지방세 시스템의 경우에도 1백여명의 주민등록번호와 이름이 정리된 동일한 화면이 군포시, 김포시, 수원시 등 8곳 이상의 지방자치단체에서 발견됐다.
이종회 진보네트워크 센터가 대표로 낭독한 성명서에서 이들 단체들은 "이번 조사 결과 주민등록번호 사용이 매우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주민등록번호를 관리ㆍ감독하는 것에 한계에 도달했음이 드러났다"며 "정부는 주민등록번호에 대한 개선 조치를 즉각 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들은 행자부에 실태조사 보고서와 함께 ▲노출된 주민등록번호 삭제 및 해당 공공기관 주의 조치, ▲공공기관의 취약한 정보인권 의식, 허술한 개인정보 관리 실태 개선 방안 마련, ▲주민등록번호 체계에 대한 전면 재검토,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실효성 있는 개인정보 감독기구 절차에 대한 협조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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