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무성은 2일 “미국이 믿을만한 성의를 보이고 행동해 6자회담이 개최될 수 있는 조건과 명분을 마련한다면 어느 때든지 회담에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우리 외교부는 “북한이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방북 때 밝힌 것은 회담의 전제조건이라기보다는 조개재개를 위한 분위기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이번 비망록에서 미사일 발사 유예 조치 철회 의사를 밝혀 그 배경을 둘러싸고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 외무성, “미 믿을만한 성의 보이고 조건.명분 마련하면 회담 복귀”**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외무성은 2일 비망록을 통해 “미국이 믿을만한 성의를 보이고 행동해 6자회담이 개최될 수 있는 조건과 명분을 마련한다면 우리는 어느 때든지 회담에 나갈 것”이라며 “한반도의 비핵화 목표를 견지하며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우리의 원칙적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비망록이란 북한이 주요 사건이나 현안에 대해 정치.법률적 측면에서 진상과 함께 입장을 밝힐 때 사용해 오던 형식으로 이번 비망록은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6자회담 조기재개를 위한 방안을 협의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시기와 때를 맞춰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외무성은 이번 비망록에서 “6자회담이건 북-미 쌍무회담이건 미국과 마주앉을 그 어떤 명분도 없으며 북미 핵문제는 부시 행정부의 극단적 적대시정책의 산물로 그 해결의 기본열쇠는 미국이 적대시정책을 북미 평화공존정책으로 바꾸는데 있다”면서 “미국은 하루빨리 6자회담의 기초를 복구해 회담개최 조건과 분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무성은 또 “2기 부시 행정부는 1기 때와 같이 우리와 공존하지 않으며 우리 인민이 선택한 제도를 전복하겠다는 것을 정책으로 정립함으로써 6자회담에 참가할 명분을 말끔히 없애버렸다”면서 “부시 정부는 말로는 우리에 대해 적대시하지 않으며 침공의사도 없다고 하지만 실지에 있어서는 제도전복을 궁극 목표로 설정하고 그 실현을 위해 강경과 유화를 배합한 양면 술책에 집요하게 매달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외무성은 이에 따라 “미국은 응당 '폭정의 종식'발언에 대해 사죄하고 이 발언을 취소해야 하며 제도전복을 노린 적대시정책을 포기하고 평화공존에로 나올 정치적 의지를 명백히 밝히며 그를 실천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면서 ”이렇게 미국이 회담을 개최할 수 있는 조건과 명분을 마련할 때라야 우리가 미국과 마주앉아 회담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해 ‘조건과 명분’ 내용을 분명히 했다.
***외교부, “북 내세운 것, 조건이라기보다는 분위기 조성”**
한편 이에 앞서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우다웨이 부부장의 방한과 관련 비공개 브리핑을 가진 자리에서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방북 때 북한이 언급한 내용은 회담 전제조건이라기보다는 회담 재개에 필요한 분위기”라고 밝혔다.
이같은 한국정부의 판단은 우다웨이 부부장이 반기문 외교부 장관과 이태식 차관, 송민순 차관보 등 한국측 고위 외교라인을 접촉한 뒤 나온 것으로 이 당국자는 “방북 결과에 대해 하나하나 집어 가며 얘기를 맞춰봤으며 한.미.일 3자 협의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으로 의견을 나눴다”고 말했다.
당국자는 또 이같은 평가가 중국과 북한간의 대화 이후 이를 심층 분석하는 과정에서 도출된 것임을 시사하며 “온도계가 몇도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은 잠바라도 입으면 따뜻하겠다는 분위기와는 다른 것”이라고 말해 북한의 요구가 분위기 조성임을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계속적으로 떼야 하는 군불은 아닌 것 같지만 6자회담 전망이 밝아졌다고 말하지는 않겠다”면서 “지금은 6자회담 재개만이 아니고 재개됐을 경우 실질적인 진전이라는 두 가지를 위한 기초 작업이 병행되고 있다”면서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한편 이 당국자는 우 부부장이 ‘새로운 상황’이라고 표현한 것과 관련, “왕 부장의 방북 결과 대해 다른 해석들이 있었는데 그런 해석에 대해 분명하게 분위기 조성차원이란 점이 나온 것을 들고 연결지어 말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北, 비망록서 미사일 발사유예조치 철회 의사 밝혀**
한편 북한 외무성은 이번 비망록에서 미사일 발사 유예 조치 철회 의사를 밝혀 그 배경을 둘러싸고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외무성은 “핵무기를 휘두르며 우리를 선제타격하겠다는 부시 행정부의 정책기도에 맞서 정당방위를 위해 우리가 핵무기를 만들었고 또 만드는 것은 너무나도 응당한 것”이라면서 “미국의 핵압살 정책에 대처, 자위를 위해 2003년 1월 10일 핵무기전파방지조약(NPT)에서 탈퇴했고 국제조약 밖에서 정정당당하게 핵무기를 만들었다”고 재차 핵무기 보유를 밝히면서 미사일 문제를 거론했다.
외무성은 “미사일문제에서도 북한은 국제조약이나 그 어떤 국제법적 구속을 받고 있는 것이 없다”면서 “일부에서는 마치도 우리의 미사일 발사 보류 조치가 아직도 유효한 듯이 떠들고 있다”고 말해 미사일 발사 보류 조치 유효성은 이미 지났음을 강조했다.
외무성은 이러한 판단 배경으로는 “이전 미 행정부시기인 1999년 9월 '대화가 진행되는 기간 미사일발사 임시중단'조치를 발표했으나 2001년 부시 행정부가 집권하면서 북미 사이의 대화는 전면 차단됐다”고 제시했다.
아울러 일본에 대해서는 “일본은 미국에 추종, '무조건적인 회담 복귀'요 '제재'요 하며 분수없이 놀아대고 있다”면서 “원래 일본은 미국의 철저한 하수인으로 6자회담에 참가할 자격도 없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외무성은 또 “일본이 우리에 대한 제재발동을 시도하고 있는데 우리는 일본의 기도에 대해서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해 일본의 대북제재에 대해 경고했다.
***美, “미사일 발사, 6자회담 정신과 일치 안해”**
미국은 이러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유예 조치 철회 의사 표시와 관련, 6자회담 정신에 일치하지 않는다고 밝히는 등 반대 입장을 재차 분명히 했다.
미 국무부 애덤 어럴리 부대변인은 2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미사일) 시험(발사) 또는 기타 군사행동을 취하겠다는 위협은 도움이 되지 않으며 6자회담 정신에 일치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어럴리 부대변인은 또 북한의 비망록 내용 전반에 대해 논평하면서 “미국은 북한을 공격하거나 침략할 의도가 없으며, 6자회담은 지체없이, 전제조건 없이 재개돼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분명히 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북한이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에 대해 사과를 요구한 데 대해서는 “그에 관해선 이미 말했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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