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2일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와 배상’ 발언과 관련, “그간 일본의 책임있는 정치지도자들의 무책임한 발언이 많이 있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 국민들 사이에는 아직 진정한 사과와 반성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구심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한일협정 재협상 문제에 대해서는 "현실적이지 않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 외교, “무책임한 日정치인 발언, 사과 진정성 의혹 야기”**
반기문 장관은 이날 외교부에서 가진 정례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과거 수차례 일본측의 공식 사과가 있었다”면서도 “그런 중요한 선언과 사과 등에도 불구하고 그간 일본의 책임있는 정치지도자들의 무책임한 발언이 많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반 장관은 노 대통령의 전날 사과와 배상 발언과 관련해 ‘과거 사과가 부족한지, 어떻게 하면 사과가 되는 것인가’라는 일본 특파원 질문에 이같이 답하고 “이런 상황 하에서 우리 국민들 사이에는 아직 진정한 사과와 반성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인식이 불식되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이러한 사과는 대통령이나 정권이 바뀌는 것과 무관하며 일본측이 한국정부와 국민에 대해 어떻게 진솔하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화해의 뜻을 실천적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한일간 불필요한 긴장을 고조시킨 것은 주로 일본 정치인들이며 이들은 한국민의 감정을 충분히 배려하지 않은 발언을 자주해 왔다”고 비판했다.
그는 아울러 “노 대통령의 발언은 일본이 인류사회의 보편적 원리와 이웃나라와 책임의식을 갖고 진실규명, 사과, 배상을 해야 된다는 차원에서 밝힌 것”이라며 “양국이 진정한 의미의 미래지향적 관계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일본 스스로 더욱 성의있는 자세와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기본적인 기존 입장을 거듭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일본 기자들의 질문이 잇따르는 등 일본측이 이번 발언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한일협정 재협상 현실적이지 않아”**
반 장관은 그러나 한일협정 재협상 문제에 대해서는 “한일협정은 지난 40년간 한일관계의 여러 면에 있어 기본적인 틀을 제공해왔고 한일협정에 따라 많은 협력관계가 진행돼 온 것이 사실”이라며 “한일협정 그 자체를 재협상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다만 “한일관계에 관해 과거사 규명차원에서 어떤 문제를 어떤 방법으로 협의해 나갈 것이 있는지 외교당국간 세밀히 검토해나가겠다”면서 “노 대통령의 발언 내용에 따라 구체체적으로 협의할지는 실무적으로 잘 다룰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배상 문제가 종군위안부 등 구체적 사항을 염두에 둔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광의의 포괄적 의미로 말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북핵문제 中과 협의 집중 모색하는 단계”, 북-미 양자회담 추진 시사 **
반 장관은 한편 북핵문제와 관련해서는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위해 참가국간 다각적 외교활동을 가속화하고 있다”면서 “한미일 3자회담을 기반으로 해서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중국과의 협력 방안을 집중 모색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2일 오후 한국을 방문해 반기문 장관과 이태식 차관, 송민순 차관보 등을 만나 6자회담 조기 재개를 위한 대북 설득 등과 관련해 의견을 교환했다.. 아울러 송 차관보는 다음주 중 러시아를 방문, 러시아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알렉세예프 차관과 만날 예정으로 6자회담 참가국간 다양한 수준에서 집중적인 협의가 오고가고 있다.
이밖에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3월 하순 한국 등 동북아 국가 방문을 위해 협의가 진행중이다. 이와 관련 반 장관은 “구체적 의제는 확정 안됐으나 북핵문제를 중심으로 협의가 집중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반 장관은 한편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기간이 설정돼 있는지 여부에 대해 “우리로서는 북한이 더 이상 지체없이 6자회담에 조속히 복귀하길 거듭 촉구한다”면서 “그러나 시한이 설정돼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북한은 지금까지 6자회담의 동등한 파트너로 참여해 왔다”면서 “북한 김정일 위원장도 6자 틀 내에서 미국과 직접 대화하길 기대한다고 말했고 이에 비춰볼 때 북한의 그러한 우려 및 요구사항도 6자 틀 내에서 잘 수용될 수 있다”고 말해 북-미 양자회담을 6자 틀 내에서 단순 접촉이 아닌 회담 수준으로 격상할 의도가 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에 앞서 송민순 차관보는 “6자회담장은 폭넓은 토론장이며 이는 북한이 원하는 방식도 다 포함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해 6자회담내에서 북한이 요구해 온 북미 양자접촉을 회담틀로 격상시킬 용의가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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