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역대 수상자중 최고령 수상자 기록을 경신하며, 7번째로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던 마틴 스콜세지에게 또다시 분루를 삼키게 했다. 남우주연상을 꿈꾸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역시 영화 '레이'를 찍는 과정에 눈을 가리고 장님 생활을 한 흑인배우 제이미 폭스에게 무릎을 꿇어야 했다.
***클린트 이스티우스의 저력**
27일(현지시간) 저녁 미국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 코닥극장에서 열린 제77회 아키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복싱영화 '밀리언달러 베이비'가 작품, 감독, 여우주연, 남우조연 등 핵심 4개 부문을 석권하며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애비에이터'를 쓰러트렸다.
'밀리언달러 베이비'는 왕년에 명트레이너였던 복싱체육관 관장 프랭키(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은퇴한 복서 출신의 체육관 관리인 스크랩(모건 프리먼), 그리고 서른 한살의 가난한 여성프로복서 지망생 웨이트리스 매기(힐러리 스웽크) 사이의 갈등과 화합을 그린 휴먼 드라마로, 74살의 크린트 이스티우드의 인생에 대한 깊은 고찰이 수상의 결정적 역할을 했다. 특히 영화속에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힐러리 스웽크가 외로운 서로를 보듬으며 부녀가 돼가는 과정은 아카데미가 좋아하는 '감동'이라는 필요충분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스트우드는 1992년 '용서받지 못한 자'로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한 이래 13년만에 또다시 두 상을 휩쓸어 '매스터피이스'라는 별명을 새삼 실감케 했다. 이스티우드는 수상전에 올해 미국감독협회상의 감독상을 받아 그의 수상은 이변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LA타임스의 영화평론가로서 미국 영화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케네스 튜란은 시상식전에 이스트우드가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스콜세즈가 존경받는 감독이라면 이스트우드는 영화인들로부터 거의 숭배대상의 경지에 오른 감독"이란 점과 "아카데미의 막강군단인 배우 회원들이 동료출신 감독을 지지하는 경향을 강하게 보여왔다는 점을 수상이유로 꼽았다.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터됐던 '애비에이터'는 촬영, 편집, 의상디자인, 미술감독상을 수상했으나 핵심부문에서는 추가여우조연상(케이트 블란쳇) 하나에 만족해야 했다. 특히 '애비에이터'의 작가출신 감독 스콜세지는 올해 아카데미상 후보로는 7번째, 감독상 후보로는 5번째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또다시 분루를 삼켜야 했다.
***남우주연상-조연상, 최초로 모두 흑인배우가 차지**
아카데미상 사상 흑인배우로는 열 번째 후보에 올랐던 '레이'의 제이미 폭스는 지난 해 타계한 소울음악의 '대부(代父)' 레이 찰스로 열연해 남우주연상을 차지하며, 내심 이 상을 노리던 '애비에이터'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참패를 안겨주었다.
제이미 폭스는 '레이' 촬영기간중 배역을 완전소화하기 위해 촬영기간 내내 눈을 가리고 생활하는 집념을 보인 데다가, 어렸을 적 피아노를 배우고 여러 콩쿠르에도 나갔던 음악적 소양이 결합돼 남우주연상 획득의 쾌거를 이룩했다.
남우주연상과 함께 남우조연상 역시 올해로 네번째 아카데미상에 도전했던 흑인배우 모건 프리먼에게 최초로 돌아가, 남우주연상과 조연상을 흑인 배우가 모두 휩쓰는 초유의 결과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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