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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부 "3천억 주고 7월까지 핵폐기장 부지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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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부 "3천억 주고 7월까지 핵폐기장 부지 선정"

민노당-환경사회단체 반발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정부가 연내 중ㆍ저준위 핵폐기물처리장 부지 선정 방침을 밝힌 가운데 민주노동당과 환경ㆍ사회단체 등이 강력 반발하고 나서 또한차례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산업자원부, "3천억 주고 연내 핵폐기물처리장 부지 선정하겠다"**

16일 산업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18일부터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핵폐기물처리장 유치 지역에 3천억원을 지원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중ㆍ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 시설의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통과시킨 뒤 오는 7월까지 부지선정을 완료하기로 했다.

이희범 산자부 장관과 산업자원위원회 소속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지난 15일 당정협의를 갖고 이같은 내용의 핵폐기물처리장 방침에 합의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개최된 제253차 원자력위원회에서는 중ㆍ저준위 핵폐기물처리장을 우선적으로 설치하고, 고준위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의 경우에는 시간적 여유를 갖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최적의 해결방안을 모색하기로 결정하기로 한 바 있다.

이같은 정부 방침에 대해 민주노동당 조승수 의원을 비롯한 일부 산자위 소속 의원과 환경ㆍ사회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법안 통과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이들은 최근 조승수 의원 대표발의로 '방사성폐기물관리법안'을 내놓는 등 정부 입장에 공식적인 반대 입장을 밝혔다.

조승수 의원이 내놓은 법안은 "산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주)와 독립적인 핵폐기물처리를 전담하는 국가 기구를 설치하고, 이 기구에서 원자력 정책과 핵폐기물처리장 정책 전반에 걸친 업무를 수행해 사회적 합의를 모색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원자력 정책과 핵폐기물처리장 정책 전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전제된 후, 부지 선정을 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원자력계-환경ㆍ사회단체, "핵폐기물처리 정책, 사회적 합의부터 시작해라"**

15일에는 원자력계와 환경ㆍ사회단체가 공동으로 '국가 방사성폐기물관리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를 개최하고, 정부 방침을 강력 성토했다.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개최된 이날 토론회는 '탈핵과 대안적 전력정책 국회의원 연구모임'이 주최하고 청와대 지속가능발전위원회에서 후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황일순 서울대 교수(원자핵공학과)는 "인구 밀도가 비교적 높은 스위스의 경우 정부에 대한 신뢰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중ㆍ저준위 핵폐기물처리장 확보에 느린 행보로 접근하고 있다"며 "정부는 일정부터 박아놓고 밀어붙이기보다는 중ㆍ저준위 핵폐기물과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로드맵과 투명한 정책을 수립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석광훈 녹색연합 정책위원도 "최근 정부가 급조해서 발표한 중ㆍ저준위 핵폐기물처리장 우선 추진 방침은 과거의 악순환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 동안 19년간 정부가 실패한 가장 큰 원인인 부지선정을 우선해서 추진하는 것을 똑같이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석 위원은 "그 동안 국제사회의 경험에 따르면, 부지 선정은 독립적인 핵폐기물처리 기구와 투명한 정책 수립, 장기간의 연구개발(R&D), 안정적인 관리 기금 확보, 사회적 합의 등이 전제된 뒤에야 비로소 그 결과물로서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며 "정부가 여전히 거액의 지원금을 빌미로 부지 선정부터 밀어붙인다면 그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ㆍ저준위 핵폐기물처리장이라고 하더라도 부안 사태와 같은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핵폐기물처리사업 한수원-산자부로부터 독립시켜야"**

이날 토론회에서는 정부가 부지 선정을 추진하기 전에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항들이 다각적으로 지적됐다.

석광훈 위원은 "우선 핵폐기물처리 사업을 한국수력원자력과 산자부로부터 분리해 별도의 핵폐기물관리 기구를 통해 운영하도록 체제를 개편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 방사성폐기물관리법의 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밖에 현재 신규 원자력 발전소 건설 예산으로 전용되고 있는 5조6천억원에 달하는 원전사후처리충당금을 기금화해서 핵폐기물의 관리ㆍ처리를 위한 안정적인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원자력연구소 한필수 박사는 "많은 나라들이 고준위 핵폐기물을 처분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기초 연구 기간만 9년에 달할 뿐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영구 핵폐기물처리장 건립을 위해 필수적인 지하실험시설(URL) 확보도 못하고 있다"고 현실을 폭로했다. 정부가 원전 건설과 핵폐기물처리장 설치를 위한 부지 선정에만 신경을 쓰면서, 정작 꼭 필요한 핵폐기물처리 관련 연구개발에는 소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비지향 정책 천명해야"**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그 동안 정부가 명확한 입장을 유보해온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 문제가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정부가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 문제를 별도로 취급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여전히 그 구체적인 방안은 공백 상태이기 때문이다.

황일순 교수는 "지금까지 핵폐기물처리장 건립이 표류해온 큰 원인 중 하나는 정부가 중ㆍ저준위 핵폐기물처리장에 사용후 핵연료 중간 저장 시설을 종합 시설화하려 했기 때문"이라며 "사용후 핵연료 처리에 대한 기술 확보가 일천한 당시 사정과 핵무기의 원료를 생산하는 재처리를 하려 한다는 국제 사회의 눈길을 염두에 두면 최선의 결정이었지만 이를 명백히 공개하고 설명하는 논리가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원자력 정책 전문가인 강정민 박사는 "아예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비지향 정책'을 세우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에서 황 교수가 지적했듯이) 사용후핵연료 처리에 대한 정부 정책의 부재는 중ㆍ저준위 핵폐기물처리장 확보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재처리를 하더라도 고준위 핵폐기물의 양이 주는 것도 아니고 새로운 중ㆍ저준위 핵폐기물이 발생해 환경적ㆍ경제적으로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때문에 영국과 프랑스도 재처리를 중단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이 경우 재처리를 하는 나라는 핵무장 가능성을 의심받고 있는 일본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우리나라는 1991년의 한반도 비핵화 선언 이후에도 재처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며 "2004년 핵물질 실험을 둘러싼 논란에 휩싸인 것에서 경험했듯이 국제 사회가 재처리를 통해 핵무기 물질인 플루토늄 생산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도 재처리 비지향 정책을 우선적으로 세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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