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양국이 주일미군 재편을 둘러싸고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사전협의제도’를 본격 정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협의’란 해외 등으로의 주일미군 배치 변경시 일본 정부와 협의를 거치도록 한 것으로 한국 정부도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협의에서 사전협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어 어떤 식으로 논의가 진행될지 주목된다.
***美-日 주일미군 관련 ‘사전협의제도’ 정비**
미-일 양국은 주일미군 재배치 협의에서 미일안보조약에 규정된 ‘사전협의’ 제도를 정비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7일 <마이니치신문>이 보도했다.
일본 측은 미군 재배치를 통해 동아시아 긴급 사태 발생 및 대테러전쟁 등에서 자위대와 미군의 역할 분담을 강화하기로 하고 이에 따라 미군의 행동을 사전에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양국간 주일미군 재배치 협의는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공통 전략 목표 ▲자위대와 미군의 역할 분담 ▲주일미군의 병력 구성 재검토 등을 주제로 진행되고 있으며 지난달 말까지 진행된 심의관급 협의에서 양국은 사전협의제도를 역할분담 항목의 논의 대상으로 삼기로 하고 미국 통보 -> 양국 협의 -> 일본 정부 내의 조정 및 의사결정 등의 근간을 갖추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신문은 사전협의제도가 논의 의제로까지 오르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양국간 동맹 강화가 미군의 작전 행동에 관한 정보 공유가 필요한 단계까지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1960년 제정된 사전협의제도 한 번도 적용 된 적 없어, ‘유명무실’ **
주일미군의 사전협의제도는 1960년 안보조약 개정에 따른 교환공문에서 처음 나온 것으로 양국은 ▲주일미군 배치의 중요한 변경 ▲핵탄두 반입을 포함한 장비의 중요한 변경 ▲전투작전 행동을 위한 기지 사용 등의 경우에는 일본 정부와 사전에 협의를 실시해야 한다고 규정했었다.
그러나 사전협의가 실제로 적용된 사례는 한 번도 없었으며 베트남 전쟁이나 걸프전쟁에서의 주일미군 출동은 ‘이동’으로, 핵 탑재 함정의 기항도 ‘통과’로 간주해 사전협의 대상에서 제외했다. 신문은 이와 관련 “사전협의 대상에는 핵탄두 반입도 포함되지만 핵 탑재 함정 기항을 ‘통과’로 해석해 대상 외로 한 것은 밀약을 기초로 행한 혐의가 짖다”고 지적했다.
사전협의제도는 당초 미국의 전쟁에 일본이 끌려들어가지 않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어진 것이지만 지금까지는 이처럼 유명무실했으며 일본 정부도 미군의 전투작전이나 핵 반입 시비에 대한 판단 압박을 피하기 위해 제도의 형해화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신문은 이어 “사전협의가 실질적으로 기능하게 되면 주일미군이 이라크전과 같은 전투 행동에 동원될 경우 앞으로는 일본 정부로서의 명확한 입장 표명이 요구될 것이며 이에 대한 자위대의 역할 분담이 요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정부, “주한미군도 사전협의 필요”. 잘못 적용 시 ‘출입 면허증’ 부여 꼴**
한편 사전협의 문제는 한국 정부도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협의에서 필요한 부분으로 인정하고 있어 어떤 식으로 논의가 진행될지 주목되고 있다.
지난 3일 서울에서 첫 회의가 열린 안보정책구상(SPI) 회의와 전략적 유연성 문제 협의에서 우리 정부는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한 외교부 당국자는 회의 후 가진 브리핑에서 “사전협의를 한다는 것이 우리 입장”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이같은 입장은 사전협의 없이 주한미군이 자유롭게 한반도에서 ‘출입’하게 돼 주한미군이 중국-대만의 양안관계 등 동북아의 민감한 문제에 한국의 의사와 상관없이 동원될 경우 한국의 위치는 상당히 난감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양안관계에서 대만을 지지하고 주한미군을 양안 문제에 투입할 경우 중국의 반발은 불을 보듯 분명하고 중국은 한반도내 주한미군 기지를 적대적 입장에서 바라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당국자는 아울러 “사전협의를 하더라도 실효성 있게 이행해나가야 한다”고 덧붙여 사전협의가 일본의 과거 경우처럼 유명무실해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정부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가 처음 거론될 때부터 사전협의제도를 검토하면서도 사전협의제도 규정이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주한미군이 오히려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게 되면 일종의 ‘출입 면허증’을 부여하게 되는 꼴이라고 우려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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