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이 집권 후 처음 중국을 방문했던 2000년 5월부터 가장 최근이었던 2006년 1월 방문까지 그의 일정에 다롄이 포함된 적은 없었다. 그는 왜 이번엔 다롄에 들렀을까.
전문가들은 대체로 북한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라진항 건설 계획과 관련이 있는 여정이라고 보고 있다. 동북아시아 국제물류 허브를 지향하는 국제화된 도시이자 그간 중국의 외자 유치 관문으로 기능해온 다롄은 여러모로 라진항 개발에 있어 '모델'이 될만한 여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랴오닝성 랴오둥반도 남단에 위치한 다롄은 랴오닝성, 지린(吉林)성, 헤이룽장(黑龍江)성을 아우르는 동북 3성의 교두보 격인 도시다. 동북 3성 내 항구 도시는 다롄 뿐만이 아니지만 이 도시가 3성 물류의 90%를 책임진다. 동북 3성의 항구도시 가운데 유일하게 바닷물이 얼지 않는 부동항을 끼고 있어 지리적 조건도 유리하다.
역사적으로는 다롄은 동북 3성에서 개혁·개방을 가장 먼저 한 도시다. 원래는 작은 어촌이었던 다롄은 1894~5년 청일전쟁 후 러시아가 조차(租借)해 항만으로 개발됐고 10년 뒤인 러일전쟁 후 다시 일본이 조차해 만주 진출의 거점으로 쓰인 역사를 갖고 있다.
또 철광석 등 원료와 공예품, 식량 수출입 등 북중 간 교역도 활발한 곳이다. 외자 유치와 무역에 유리한 인프라가 잘 발달돼 있고 보세 및 중계무역 구역도 형성돼 있다.
이처럼 다롄은 안정적인 외자 유치 창구 획득과 라진시를 경제특구·물류도시로 발전시키길 원하는 북한이 벤치마킹하기 좋은 도시다.
▲ 다롄(A로 표시된 지역)은 랴오둥반도 남쪽에 위치해 있는 물류 거점이다. ⓒ구글 맵스 캡쳐 |
또한 다롄엔 2008년 북한으로부터 라진항 1호 부두 독점사용권을 넘겨받아 동해 출항권을 따낸 창리그룹의 본사가 위치해 있기도 하다.
3일 오전 김 위원장이 다롄에 당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창리그룹 본사를 방문하거나 관계자를 만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예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3일 오후 현재 그가 베이징으로 향하고 있는지 아직 다롄에 남아있는지조차 불확실할 정도로 여정이 극비리에 진행되고 있어 세부 일정은 파악하기 어렵다.
한편 중국으로서도 김 위원장의 다롄 방문을 유도한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다. 장용석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관심 분야를 보려고 하는 북한의 생각과, 북한에 일종의 '교육'을 시키려는 중국의 생각이 합쳐진 결과로 보인다"며 "중국은 지원을 하더라도 일방적으로 주지 않고 북한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교육'을 하는 듯하다"라고 설명했다.
다롄에서의 일정이 비공개에 부쳐진 가운데 가운데 일본 <교도통신>은 김 위원장 일행이 이날 오후 베이징으로 향했다고 북중관계에 밝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아직 다롄에 머물고 있으며 다롄 내 호텔에서 1박을 할 계획이라는 설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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