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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 "법원결정은 '표현의 자유' 박탈한 위헌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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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 "법원결정은 '표현의 자유' 박탈한 위헌판결"

"미국에선 <화씨 911>, 현직대통령 조롱하고 빈정댔으나..."

<그때 그사람들>의 다큐장면 삭제를 지시한 법원 판결에 대한 영화인들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감독을 비롯한 제작사, 배급사, 배우 등 영화관련자들의 모임인 '영화인회의'와 젊은 영화감독 모임인 '디렉터스컷(Director's CUT)'은 법원 판결직후인 31일 오후 각각 성명을 통해 "법원의 이번 결정은 표현의 자유를 박탈하는 만행"이라고 질타했다.

영화인회의는 "법원의 결정은 상상과 허구가 본질인 영화를 포함한 예술 창작에 대한 무지와 천박한 편견 그리고 지극히 정치적인 판단으로 보인다"며 "영화인회의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사실상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박탈하는 폭거로 규정하고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영화인회의는 또 "현직 대통령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넘어 조롱하고 빈정거리기까지 한 <화씨911>이 미국에서 어떤 제재도 받았다는 뉴스를 듣지 못했다"고 반문한 뒤 "그런데 고인이 된 전직 대통령의 특정 사건을 소재로 영화적 허구와 상상으로 만든 영화에 대해 법원이 이토록 경직된 결정을 내린 것은 다분히 정치적 판단이라는 혐의를 받고도 남을 일이다. 이는 법원이 국민들의 문화적 소양을 가벼이 보고 계도의 대상으로 보는 오만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젊은 영화감독들 모임인 디렉터스컷도 이날 성명을 통해 "오늘 내려진 <그때 그사람들> 상영 금지 결정은 명백한 사전검열"이라며 "뿐만 아니라 창작물의 일부분에 대해 가위질을 요구하는 것은 사전검열을 넘어 스스로 창작자와 관객을 대신하고자 하는 오만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헌법재판소는 2001년 영상물의 등급보류조차 사전검열에 해당하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을 위반한다는 취지의 위헌판결을 내린 바 있다. 어떠한 이유로도 사전검열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실현하기 위한 필요불가결한 조치임을 확인한 것이다"라며 "따라서 오늘의 가처분 결정은 헌법과 헌법재판소의 결정, 그리고 국민이 누려야 할 표현의 자유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이들 단체의 성명 전문이다.

***그때 그사람들"에 대한 가처분 결정은 표현의 자유를 박탈하는 만행이다!
- 천박한 편견과 영화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법원의 반문화적인 결정을 강력 규탄한다!-**

서울중앙지방법원(재판장 이태운)은 1월 31일 영화 <그때 그 사람들>에 대한 상영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 들여 "영화 시작과 끝의 흑백 다큐멘터리 장면을 삭제하고 영화를 상영하라"고 결정했다. 법원의 이러한 결정은 상상과 허구가 본질인 영화를 포함한 예술 창작에 대한 무지와 천박한 편견 그리고 지극히 정치적인 판단으로 보인다. 사단법인 영화인회의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사실상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박탈하는 폭거로 규정하고 강력히 규탄한다.

모든 예술 작품이 그러하듯 영화도 만드는 이들의 창작과 표현의 자유는 물론이고 관객들의 볼 권리도 폭넓게 보장해야 하는 것은 굳이 헌법 정신을 되새기지 않더라도 되돌릴 수 없는 도도한 시대적 흐름이기도 하다. 따라서 영화 상영 전에 작품의 일부 장면을 문제 삼아 상영을 제한하는 것은 어떠한 논리와 명분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 시대착오적이고 반문화적인 만행이다.

더욱이 결정의 근거로 예시한 "영화 시작과 끝 부분에 별다른 설명없이 비교적 긴 시간 삽입된 다큐멘터리는, 관객들에게 영화가 실제상황을 재현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줄 여지가 충분하고, 영화 속 '각하'가 실제 박 전 대통령을 묘사한 것처럼 사실과 허구의 구분을 모호하게 해 고인의 인격권을 침해할 수 있다"거나, "다큐멘터리 장면을 그대로 두면, 실제인물을 소재로 채용했지만 감독의 창작력에 의해 영화적 허구로 승화됐다는 판단을 유지하기 곤란하다"는 따위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법원이 누구도 단정할 수 없는 영화의 작품 내적인 부분까지 재단하는 심각한 오류를 범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다큐멘터리 장면이 실제 상황을 재현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을지는 관객들이 판단할 영역이며, 사실과 허구의 구분이 모호한지 아닌지도 역시 관객들이 판단할 몫이다. 게다가 소재가 감독의 창작력에 의해 영화적 허구로 승화됐는지 아닌지까지 법원이 판단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판사가 영화평론가나 영화학자를 자처하고 나선 꼴로 권위를 가져야 할 법원의 결정을 해프닝으로 끌어내린 수치스러운 일이다.

현직 대통령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넘어 조롱하고 빈정거리기까지 한 <화씨911>이 미국에서 어떤 제재도 받았다는 뉴스를 듣지 못했다. 또 우리는 현직 대통령의 장인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서 판매도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런데 고인이 된 전직 대통령의 특정 사건을 소재로 영화적 허구와 상상으로 만든 영화에 대해 법원이 이토록 경직된 결정을 내린 것은 다분히 정치적 판단이라는 혐의를 받고도 남을 일이다. 이는 법원이 국민들의 문화적 소양을 가벼이 보고 계도의 대상으로 보는 오만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한편, 법원의 이번 결정은 아주 치명적인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대단히 위험한 판단이다. 이번 결정이 선례가 되어 무시로 가처분 신청을 남발하게 된다면 영화예술, 영화산업은 심각하게 위축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영화의 획기적인 발전이 거듭된 것은 사실 창작과 표현의 자유가 비약적으로 신장되었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법원의 이번 결정이 헌법을 부정하는 정치적 판결로 규정하며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관객과 함께 가능한 방법을 다 동원해 싸워 나갈 것임을 천명한다.

2005.1.31

사단법인 영화인회의
이사장 이춘연

***법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넘어서려 하는가**

1. 창작자로서 우리는 창작물이 대중에게 공개되기 전에 어떠한 방식으로건 창작에 대한 간섭이 이루어지는 것에 반대한다. 창작자는 창작물에 의해서만 평가받을 뿐이다. 창작이 완성되기 전에 이루어지는 어떠한 형태의 간섭도 사전검열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2. 오늘 서울지방법원 민사50부 이태원 판사에 의해 내려진 "그때 그사람들" 상영 금지 결정은 명백한 사전검열이다. 뿐만 아니라 창작물의 일부분에 대해 가위질을 요구하는 것은 사전검열을 넘어 스스로 창작자와 관객을 대신하고자 하는 오만한 결정이다.

3. 헌법재판소는 2001년 영상물의 등급보류조차 사전검열에 해당하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을 위반한다는 취지의 위헌판결을 내린 바 있다. 어떠한 이유로도 사전검열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실현하기 위한 필요불가결한 조치임을 확인한 것이다. 따라서 오늘의 가처분 결정은 헌법과 헌법재판소의 결정, 그리고 국민이 누려야 할 표현의 자유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결정이다.

4. 이번 재판부의 가처분 결정은 명백히 부당한 것임을 지적한다. 이에 우리는 관객과 함께 창작자와 관객을 대신하고자 하는 재판부의 오만한 결정에 맞서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2005.1.31

젊은 영화감독 모임 디렉터스컷 (Director's C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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