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오쯔양(趙紫陽) 중국 공산당 전 총서기의 장례식이 우여곡절 끝에 사망한지 12일만인 29일 치러지게 됐다. 하지만 관심을 끌었던 자오에 대한 재평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톈안먼 사태라는 '과거'는 민중의 힘을 두려워하고 있는 중국 당국에게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셈이다.
***29일 자오 장례식 앞두고 중국 크게 긴장, 군경병력 출동**
익명을 요구한 중국 정부 당국자는 27일(현지시간) AP 통신에 "자오 전 총서기의 유체고별의식을 29일 오전 9시에 바바오산 혁명열사 공묘에서 치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의 공식적인 확인과 중국 관영 매체의 공식 보도는 나오고 있지 않으나 중화권 매체들도 '29일 장례식'을 일제히 보도했다.
이와 관련 홍콩의 친중국계 신문인 <문회보>는 28일 "장례식에는 자오 생전의 친지와 각계인사 2천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자오쯔양 동지 장례위원회'는 27일 초청장인 '출석증'을 발송했다.
장례식이 치러짐에 따라 중국 당국은 상당히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바바오산의 장례식장에는 출석증이 없으면 입장이 금지되고 현장에는 가방 및 사진기 휴대가 허용되지 않으며 사진 및 동영상 촬영이 금지된다. 아울러 외국 인사 및 기자들의 출입도 불허된다.
뉴욕에 본부를 두고 있는 중화권 뉴스 사이트인 <대기원시보>(大紀元時報)도 "중국 당국은 장례식 당일 소요 사태를 우려, 삼엄한 경계를 펼치며 군경까지 출동했다"고 전했다. <대기원>에 따르면 베이징 톈안먼 광장 주변에는 평소보다 3~5배에 달하는 경계병력이 배치됐고 주차돼 있는 대형버스에는 실탄을 장착한 군인들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례식 거행에 대해 중국 당국이 이처럼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데는 "이 문제는 중국 공산당 풀기 매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톈안먼 페이퍼>의 편자이기도 한 엔드류 네이션 콜롬비아대 교수는 <대기원>과의 인터뷰에서 "추도식을 연다면 시민들은 추도회에서의 발언을 민감하게 관찰하고 자오에 대한 평가가 정확한지 판단할 것이며 반면 추도회를 열지 않는다면 중국인들은 공평하거나 공정하지 않다고 여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오 재평가는 없을 듯. 톈안먼 사태 재평가와 연관돼 中당국에 부담 **
한편 추도사의 실시 여부 및 내용은 고별의식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부분이었으나 결국 하지 않는 방향으로 의견정리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회보>는 "고별의식에서 추도사는 하지 않기로 했으며 당국의 재평가도 또한 없을 것"이라며 소식통을 인용 보도했다.
당초 유족들과 중국 당국은 자오의 재평가와 장례 절차를 둘러싸고 이견을 노출, 장례식이 상당기간 연기돼 왔다. 당국은 자오에 대해 톈안먼 사태 당시 '중대한 착오'를 저질렀다는 평가를 여전히 강조하고 있으나 유족들은 정당한 평가를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해 왔었다.
중국 당국으로서는 일부의 자오에 대한 재평가 요구가 자칫하다가는 사회 전체로 퍼져나가는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동안 중국 인권단체들과 국내외 비판적 지식인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자오에 대한 재평가를 요구했었다.
실제로 자오의 85세 생일이었던 지난해 10월 18일 자오의 최측근이자 톈안먼 사태 당시, 처벌받은 최고위 관료인 바오퉁(鮑彤) 등 69명은 '자오쯔양 선생 석방과 자유 회복을 위한 인터넷 상의 공개 서명운동'을 착수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고별의식은 치르긴 하되 상당히 간단하게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홍콩의 <중국인권민주화운동정보센터>측은 자오의 딸인 왕예난(王雁南)의 말을 빌어 "고별의식은 매우 간단할 것이며 식장 안에 머무는 시간은 단 몇 분에 불과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 중국 지도부가 주도적으로 자오에 대해 재평가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은 이미 제기돼 왔었다. 자오에 대한 재평가는 톈안먼 사태에 대한 정치적 논쟁 및 결정과 불가분의 관계여서 중국 정치의 민주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않고서는 자오의 명예와 권리 회복이 실현되기 어렵고 현 중국 지도부로서는 톈안먼 사태를 재평가할 아무런 정치적 이득이 없다는 지적이다.
***혁명열사 공묘 1실 안치, 자오 지위 일부 인정**
하지만 고별의식을 혁명열사 공묘에서 갖고 그의 유골을 공묘내 1실에 보관키로 한 것은 중국 당국이 어느 정도 유족과 타협을 한 결과로 보인다. 1실은 리셴넨(李先念) 전 국가주석 등이 안치된 곳으로 자오가 이와 동급의 대우를 받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고별의식에는 중국 공산당, 국무원, 중국전국인민대표대회 몇 정협 명의의 화환이 준비중이고 전국인대 전 부위원장인 톈지윈(田紀雲)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당 원로들의 움직임은 그동안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현 중국 지도부를 강하게 압박하는 요인이었다.
특히 완리(萬里) 전 전인대 위원장, 차오스(喬石) 전 위원장 등 생전 자오와 연을 갖고 있던 원로들이 자오 장례식을 관례대로 생전 직책에 따라 공정하게 치러줄 것을 요구하고 나서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완리는 1970년대 안휘성 총서기를 역임하며 쓰촨성을 책임지고 있던 자오와 함께 대담한 농촌 경제 개혁정책을 함께 단행했던 인물로 당시 '쌀이 필요하면 완리를 찾고 식량이 필요하면 자오쯔양을 찾아라'는 말이 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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