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은 이라크 주둔 미군에게 ‘최악의 날’로 기록됐다. 헬기 추락사고로 31명이 사망한 데 이어 추가로 6명이 저항세력의 공격으로 사망, 총 37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함으로써 이라크전 개전 이후 일일 사망자수에서 각각 최고를 기록하며 전체 미군 사망자 숫자도 1천4백명을 넘어섰다.
반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인들의 투표 참여를 촉구하는 등 ‘선거운동’에 박차를 가하고 이라크 임시정부도 통행금지 등 치안확보 대책을 발표했지만, 이라크 총선을 3일 앞두고 치안불안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유엔은 미군의 총선 개입이 지나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군 헬기 추락, 31명 사망. 이라크전이후 단일 사건 사망자수 최악**
A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이라크 주둔 미군 치누크(CH-53E) 슈퍼 스탤련 헬기 한 대가 바그다드 서쪽 3백60km 지점인 루트바 인근에서 추락, 미 해병대원 30명과 해군 1명 등 총 31명이 사망했다.
단일사건으로 미군 31명이 한꺼번에 사망한 것은 이라크전 개전 이후 최대 규모로 지금까지는 2004년 11월 블랙호크 헬기 2대가 충돌, 17명이 사망한 것이 최악의 기록이었다.
미군 당국도 이러한 사망 사실을 공식 확인하고 “이들은 선거 지원 업무를 위해 미 해병대 1사단에서 병력을 싣고 이동중이었다”고 밝혔다. 현재 수색팀과 구조대가 추락 지점으로 급히 파견된 상태다.
사고 원인과 관련해서는 이라크 지역을 책임지고 있는 존 에비자이드 중부사령관은 “사고는 기상상태가 안 좋은 가운데 발생했으나 정확한 원인은 아직 조사중”이라며 “적대적 공격이 있었다는 보고는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독일 dpa 통신은 목격자들을 인용, 지대공 미사일 공격에 따른 추락 가능성을 제기하며 다른 헬기 1대도 공격받았으나 무사히 착륙했다고 보도, 적대 공격에 따른 사고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날 미군 사망자수 총 37명, 일일 사망자수도 최악**
미군 사망자수는 이날 저항세력의 공격으로 6명이 추가로 사망함으로써 총 37명을 기록, 일일 사망자수로도 이라크전 개전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단일 사망자수로 지금까지의 최악의 기록은 2003년 3월 23일 개전 3일째 미군 28명이 사망한 것이 최악이었다.
미군 당국에 따르면 해병 4명은 바그다드 북동쪽 안바르 지방의 하디타 마을에서 저항세력의 로켓추진 수류탄 공격으로 사망했고 둘루이야 지역에서도 미 육군 순찰차량 한 대가 공격을 받아 한 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당했다. 이박에 바그다드에서도 도로에 매설된 폭탄이 터져 미군 한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당해 이날 사망자수는 총 37명을 기록했다.
AP 통신은 이와 관련, 하룻만에 미군 37명이 사망한 것은 “지난 15년이래 최고 수치”라고 전하기도 했다. 1989년 4월 미 해병 47명이 카리브 해에서 훈련을 받다 폭발물이 터져 사망했었다.
***부시, “저항세력 공격 불구 투표 참가하라”. 임시정부 통금-통행 금지**
이러한 최악의 미군 희생자 기록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재선 취임후 첫 기자회견을 가진 자리에서 “매우 슬픈 날”이라면서도 3일밖에 남지 않은 이라크 총선에 온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부시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라크인들에게 “테러리즘을 좌절시키고 무자비한 저항세력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투표에 참가하라”고 촉구했다. 이후 이라크전 전개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칠 총선 결과를 두고 ‘노골적’인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부시는 이번 선거를 “이라크 역사에서 위대한 순간이며 그들이 투표한다는 자체가 성공적”이라면서, 저항세력에 대해 “이들은 더나은 미래에 대한 분명한 견해가 없으며 자유 사회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 이라크 임시정부는 선거를 앞두고 종합치안대책을 이날 발표했다. 팔라흐 하산 알 나키브 임시정부 내무장관은 이날 가진 기자회견에서 총선 이틀전인 28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이라크 전역의 18개 주 사이에 이동을 금지시키고 통금시간을 오후 7시부터 오전 6시까지 늘린다고 밝혔다.
나키브 내무장관은 이어 바그다드 국제공항을 이 기간동안 폐쇄할 계획이며 국경도 봉쇄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라크 당국은 아울러 총선 당일 유권자를 가장해 폭탄공격을 할 것을 우려, 투표소 주변에서의 집회를 전면 금지키로 했다.
***유엔, “미군 선거개입 지나쳐”. 저항세력 공격 지속**
이처럼 미국과 이라크 임시정부 등은 총선을 앞두고 바짝 긴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유엔은 오히려 미국의 이러한 적극적인 총선 지원 양상에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유엔의 선거지원 책임자인 카리나 페렐리 선거지원국장과 키란 프렌더가스트 정무담당 사무차장은 이날 유엔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군이 이번 총선을 돕기 위한 열정이 너무 지나치다”면서 “우리는 기본적으로 이번 총선에 대한 이들의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이에 대해 “부시 정부는 성공적인 이라크 총선을 중동에 민주주의를 확산하겠다는 자신들의 정책을 확신시켜주는 증거로 본다”면서 “그러나 일부 이라크인들은 미국을 점령자로 간주하고 지속적인 개입을 비난하고 있다”면서 부정적인 효과를 시사했다.
한편 이들 유엔 관리들은 저항세력의 선거 담당자나 후보자, 투표자들에 대한 공격을 강력 비난하고 나섰으나 이날만 하더라도 최소한 8건의 저항세력 자살차량공격으로 이라크인 13명이 숨지고 40명이 부상당했다. 이들 저항세력의 공격은 특히 투표소로 이용되는 학교들을 대상으로 공격을 자행해 선거를 앞두고 긴장감은 더욱 높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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