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을 관리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곳곳에서 쓰지 않아도 될 돈을 쓰는 등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엉터리 관리를 하면서도 지사나 직원수가 지나치게 많아 방만한 경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건강보험 재정 '밑 빠진 독', 약제비 등 엉터리 관리**
감사원은 2003년 4월21일부터 6월11일까지 벌인 국민건강보험 운영실태 감사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감사원 결과를 보면 한 마디로 건강보험 재정은 '밑 빠진 독'이었다.
우선 복지부가 제대로 관리를 못해 헛돈을 쓴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됐다. 특히 감사원은 약제비 관리가 엉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건강보험 돈을 들여 보호할 필요가 없는 약품을 퇴장방지 의약품으로 지정해 건강보험에서 2000년 5월~2004년 3월까지 장려금으로 2백76억원, 원가보전으로 2백56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이 지급 대상 1백25개 성분 중 34개 성분을 조사한 결과 32개 성분은 이전 3년 동안 사용량이 오히려 증가하고 있어 굳이 보호할 필요가 없었다. 2000년 지정한 원가보전 대상 1백86개 성분 중 1백25개 성분도 2~19개 업체에서 생산하고 있어 퇴출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와 함께 복지부는 효과가 동일한 약 가운데 싼 약으로 대체조제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마련하지도 않은 채 약가를 인상해 재정 부담을 초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다보니 전체 약제비에서 '최고가약(동일한 성분의 약 가운데 가장 비싼 약)'이 차지하는 비율은 1999년 41.6%, 2000년 52.0%, 2001년 57.2%, 2002년 59.1%, 2003년 60.2%로 계속 늘고 있다.
***진찰ㆍ조제료 과당 청구 여전, "근무하지 않은 의사 근무한 것으로 속여"**
감사원은 또 관리만 제대로 한다면 막을 수 있는 과잉ㆍ부당 청구가 여전히 만연한 실태를 구체적 사례를 들어 고발했다.
1백50개 요양기관은 비상근이거나 퇴직 등으로 근무하지 않는 1백52명의 의ㆍ약사를 상시 근무하는 것으로 신고해 10억7천32만원의 진찰ㆍ조제료를 과다 청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의사나 약사가 2명 이상인 요양기관에서 의사가 출국 등으로 장기간 진찰하지 않는 경우에도 진찰한 것으로 간주해 진료비를 지급한 정황도 포착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복지부는 인력 부족 이유를 들어 관리ㆍ감독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5년간 현지 조사 결과 조사 대상의 73.8~80%가 허위ㆍ부당 청구를 했고, 이중 행정 처분 대상이 연간 8백여곳이 넘는 상황을 고려하면 안이한 대응이 아닐 수 없다.
***전국 지사 2백여개로 연금공단 2배, 10명 중 7명은 4급 이상 간부**
이런 상황에서도 건강보험공단은 그들만의 천국이었다. 공단은 전국에 2백27개 지사를 두고 직원은 9천4백97명으로 업무가 비슷한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전국에 80개 지사, 전 국민의 세금원을 추적해 세금을 매기고 받는 세무서가 전국에 1백4개, 전국의 초ㆍ중ㆍ고교 교육 문제를 다루는 지역교육청이 1백80개에 불과한 것과 크게 대조적이다.
게다가 공단 직원 10명 중 7명 정도(68%)는 4급 이상 간부로 구성돼 있어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공단은 매년 인사적체 해소를 이유로 간부 정원을 늘려온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연금공단의 4급 이상(43%)도 적은 숫자가 아닌데, 건강보험공단은 이보다 훨씬 많은 것이다.
감사원은 또 노동조합의 상근자 수가 너무 많은 것도 추가로 지적했다. 정부 기준에 따르면 공단의 노조 전임자는 11명으로 정해져 있지만, 실제로는 78명을 두고 인건비로 27억원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이밖에 2003년말 임금 인상을 목적으로 3급 이하 직원들에게 기존의 시간외 근무수당 외에 별도로 1인당 29만원씩 총 29억원을 일률적으로 지급했고, 보수 규정에 근거도 없는 점심값을 직원 1인당 10만~13만원씩 모두 62억원을 부당 지급한 사실도 적발됐다.
***"본인 부담 높은데도 혜택 적은 것은 여전"**
건강보험의 본임 부담이 높은 데도 실제 필요한 환자가 혜택을 보지 못하는 점도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총진료비 가운데 가입자 본인의 부담이 일본 12%, 프랑스 27%, 독일 9%에 비해 한국은 43.6%나 돼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반면에 실제로 필요한 환자는 건강보험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것도 여전했다. 고액ㆍ중증 질환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미약한 보장에 그쳐 2003년의 경우 감기 등 경증질환의 보험부담액(1조5천4백56억원)이 암의 보험부담액(6천6백43억원)의 2.3배나 됐다.
감사원은 "건강보험공단은 지사 통폐합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복지부도 뒤늦게 2008년까지 환자 본인 부담률을 30%로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한 건강보험 혁신에 나서겠다면 이주 초 '건강보험혁신 테스크포스'를 구성할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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