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공영방송인 NHK의 에비사와 가쓰지 회장이 제작비와 수신료 착복 등 잇단 직원 비리로 촉발된 수신료 납부 거부에 책임을 지고 25일 불명예 퇴진했다. NHK는 수신료 납부 거부로 올해 수신료 수입이 72억엔 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 임원진 급여를 15% 삭감하는 등 사상최초로 긴축 예산을 편성했다.
***NHK 에비사와 회장 중도 사임. 도중하차 사상 두번째 **
교도(共同) 통신에 따르면, 에비사와 NHK 회장은 이날 회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영위원회 위원장(이시하라 구니오 도쿄해상보험 사장)에 사표를 제출, 수리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1997년 회장에 오른 후 3연임한 에비사와 회장의 임기는 내년 7월까지로 NHK 회장이 임기 도중 사임하기는 이번이 두 번째다. 1991년에는 국회 허위답변이 문제가 돼 시마 게이지 전 회장이 도중하차했다.
NHK 정치부 기자 출신인 에비사와 회장은 “불상사로 인한 수신료 납부 거부 사태에 매우 유감”이라며 “후배들의 젊은 힘을 믿어 나간다”고 퇴임의 변을 밝혔다. 그는 또 “NHK 부활을 위한 발본적인 개혁에의 길을 놓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3년 임기의 신임 회장에는 기술직의 하시모토 겐이치 전무이사가 만장일치로 내정됐다. 기술직 출신의 NHK 회장 임명은 이번이 처음으로 하시모토 신임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청천벽력”이라며 회장 취임에 놀라움을 표시한 뒤, “기술직 경험을 통해 개혁을 진행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개혁을 신속히 착실하게 실행, 신뢰를 빨리 회복하는 것이 본인의 최대 임무”라고 밝혀 NHK의 현 모습에 위기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수신료 납부거부 50만건 이를 전망. NHK 사상 처음 임금 감축 등 긴축예산**
NHK 회장의 퇴진과 함께 이날 NHK 최고의사결정기관인 경영위원회에서는 시청료 납부 거부가 확산됨에 따라 1950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예산을 전년대비 감축하는 긴축 예산을 짜기로 결정했다.
NHK 편성 예산안에 따르면 NHK 사업 수익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수신료 수입은 2005년도에 6천4백78억엔으로 예상돼 2004년대비 1.1%인 72억엔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전체 사업 수익 규모도 지난해 대비 0.9% 감소해 6천7백24억엔에 머물 것으로 예상됐다. 수신료 수입과 사업 수익이 함께 전년도를 밑도는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수신료 수입이 줄어들게 됨에 따라 경영 위원은 20%, 회장 등 임원 15명의 보수는 15% 삭감키로 했으며 일반 직원 임금도 2% 깎아 총 28억엔의 인건비를 줄이기로 했다.
NHK는 이밖에 편성 재검토와 외부 프로덕션 활용 등으로 프로그램 제작의 효율화를 강화, 1백85억엔의 경비를 삭감키로 하는 등 긴급 자구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수신료 납부 거부 및 보류 건수는 계속 급증하고 있어 NHK에 위기감을 더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중순에는 납부거부건수가 1만7천건이었으나 9월말에는 3만1천건, 11월말에는 11만 3천건으로 폭증했으며 올 3월말에는 그 건수가 45만에서 50만건에 이른다는 전망이 나와 있는 상태다. NHK는 컬러 TV를 보유한 시청가구에 대해선 월 1천4백엔, 위성방송 시청계약을 한 가구에 대해선 월 2천3백엔 정도를 시청료로 각각 받고 있다.
***제작비, 수신료 착복 등 내부 직원 비리 10여건 잇따라 터져**
NHK의 위기가 촉발된 것은 무엇보다도 지난해 7월 이후 제작비와 수신료 착복 등 내부 직원 비리가 잇따라 터져 나오면서 국민들의 공영 방송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졌기 때문이다.
NHK의 대표 프로듀서였던 한 전직 프로듀서는 NHK 특별쇼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이벤트 회사 사장을 작가로 허위 등록하는 수법으로 제작비 2백70만엔을 착복해 나눠 가진 혐의로 지난해 12월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수신료 착복과 출장비, 제작비 허위 및 과다 청구 등 내부 비리 10여건이 연달아 터져 나왔다.
에비사와 회장은 이에 따라 지난해 이례적으로 두 차례나 NHK 프로그램에 출연 “시청자들의 신뢰를 배반한 데 대해 깊은 사죄를 드린다”며 직원 비리로 초래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이밖에 올 초에는 NHK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특집 프로그램에서 자민당 유력 정치인들의 외압을 받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등 여러 논란까지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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