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산하 주력 노조인 기아자동차 노조의 한 간부가 비정규직을 채용시켜주는 대가로 3천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노동계에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노조간부가 3천만원 받고 비정규직 채용"?**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10월 기아차 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에 기아차 광주공장 노조간부가 생산계약직을 채용하는 과정에 대가로 3천만원을 받았다는 폭로성 글이 실리면서 시작됐다. 이 글에 따르면, 손가락에 신체적 장애가 있어 채용요건이 안되는 두명의 계약직이 3천만원을 노조 간부에게 상납후 채용됐다.
이 글이 실린 뒤 기아차 노조 게시판에는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조합원들의 글이 잇따랐고, 광주공장외 다른 공장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 제기가 잇따랐다.
특히 문제가 된 광주공장의 경우 사측이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여 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1천83명의 계약직 사원을 심사하던 중 이 가운데 4백명 가량이 나이와 학력 등에서 채용기준을 갖추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돼, 입사비리가 노조간부와 회사측간에 광범위하게 진행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증폭시켰다. 이같은 인사 비리는 계약직 입사원서에 '사내추천인'을 적시하도록 돼 있기에 가능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처럼 의혹이 증폭되자 결국 책임을 지고 광주본부장이 전격 경질되고 기아차 사장도 교체되기에 이르렀고, 광주지검은 최근 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노조간부의 개인 계좌 및 가족 등의 계좌를 추적하는 등 수사에 착수하기에 이르렀다.
이같은 검찰의 수사 착수 사실은 19일 언론을 통해 알려졌고, 이에 기아차 노동조합 집행부는 이날 밤 긴급회의를 소집해 대책을 토론한 결과 이번 사건의 책임을 지고 20일 오전 일괄 퇴진을 발표했다.
기아차 노조는 20일 박홍귀 노조위원장 명의의 긴급성명을 통해 "광주공장 노조간부가 생산계약직 채용과정에서 금품 수수혐의로 검찰수사를 받는 것과 관련, 19일밤 전체 임원회의를 열어 수사결과 발표와 관계없이 총사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성명은 이어 "현 집행부는 여러가지 악조건 속에서도 조합원의 권익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광주공장 생산계약직 입사의혹으로 전체 조합원들의 마음에 상처와 실망을 안겨드렸다"며 "이에 무릎 끓고 사죄하는 심정으로 집행부 전원이 총사퇴하기로 결의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소하, 화성, 광주, 판매, 정비 등 산하 5개 집행부 간부 2백여명은 이날 동반 퇴진했다. 노조는 오는 24일 소하리공장에서 노조집행부 총사퇴와 관련한 대의원 대책회의를 열 예정이다.
기아차 노조는 그동안 내부조사결과, 이같은 의혹의 상당부분이 사실과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규직 노조의 도덕성에 큰 타격**
이번 사태는 '비정규직 문제'가 노동계 최대 현안으로 시점에서 발발했다는 점에서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비록 한 노조간부의 망동으로 발발한 사태이기는 하나, 정규직 노조에 대한 비정규직의 불신이 큰 가운데 정규직이 비정규직 채용 과정에 개입해 금품까지 수수했다는 사실은 정규직 노동운동권에게 커다란 도덕적 타격을 입힌 사건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철폐를 주장하면서도 '형식적 운동'에 그쳤다는 불만을 토로해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번 사태로 받은 배신감과 충격은 한층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노조 간부가 비정규직 채용 등 인사권에까지 개입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데 대해서도 충격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일부 노조간부가 사측과 이같은 밀실거래를 하는 대가로, 노동운동을 변질시키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기아차 노조는 조합원 숫자만 2만7천여명에 달하는 국내의 간판급 노조로, 다른 사업장보다 몇배나 많은 4백여명의 전임 대의원을 두는 등 사측으로부터 남다른 대우를 받아왔고, 이에 노동계 일각에서는 이같은 특혜가 가능했던 것은 노조와 사측간 밀월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게 아니냐는 눈총을 받아왔다"며 "이번 사태는 이같은 의혹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게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한 증거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기아차 사태는 정규직 노조의 어두운 한 면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앞으로 노동계에 적잖은 후폭풍을 몰고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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