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연예인들의 미확인 신상정보를 담은 일명 '연예인 X파일'이 인터넷에 광범위하게 유포돼 커다란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각종 미확인 루머 적나라하게 게재**
문제의 파일은 광고대행사 '제일기획'이 광고계약에 참고하기 위해 작년 10월과 11월 '동서리서치'에 의뢰해서 만든 내부문건이다. 지난해 11월23일자로 작성된 이 문건은 `광고 모델 DB 구축을 위한 사외 전문가 심층 인터뷰(Depth Interview) 결과 보고서'라는 제목 아래 총 1백13쪽 분량으로 구성돼 있으며, 여기에는 유명 연예인 99명과 신인 연예인 26명의 신상정보가 담겨 있다.
조사는 스포츠조선 등 7개 스포츠신문의 현직기자와 연합통신 기자, KBS-SBS의 두 인기 연예리포터들과의 심층 인터뷰 형식을 통해 실시했다.
유명 연예인들의 경우 한쪽씩 배당이 된 이 문건은 연예인의 현재 위치, 비전, 매력/재능, 자기관리, 소문 등의 분야로 나눠 평가하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자기관리와 소문 분야다.
A군의 경우 소문난에 '게이 또는 바이섹슈얼 소문 많음. 당사자는 부인. 그러나 소속사 사장이 호모이고 매니저등과 함께 사장집에서 기숙'이라고 적혀있다.
B양의 경우는 자기관리란에 '천상 화류계, 요정 마담을 지향하는 듯, 한때 별명이 '50원'이었음'이라고 적고 있으며, 소문난에는 '모재벌회장과 썸씽 있었던 것 같음, 출산설 4~5년간 계속됨. 또다른 재벌 형제와 스캔들도 사실' 등으로 기록돼 있다.
C군의 경우는 소문난에 '그룹섹스를 즐긴다는 소문. 대전유성 호스트바에서 3개월동안 일했다는 소문도 있음' 등이 적혀있다.
D양의 경우는 소문난에 '스폰서가 한둘이 아니라는 소문. 수입차 브랜드 사장들과 친하다고 함'이라고 기록돼 있다.
E양의 경우는 'S그룹의 40대 간부급 임원의 스폰서설'이 적시돼 있다.
이같은 방식으로 인기연예인 99명의 경우 거의 절반 가까이가 연예인에게 치명적인 재계 및 정치권인사 등과의 루머를 적시하고 있다. 신인 연예인 26명에 대해선 간략한 이미지 평가 등만 적혀있다.
이 문서는 `광고 모델에 관한 자료 수집을 통해 모델로서의 가치를 파악하고 모델 계약 이후 개인적인 사정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미연에 관리하여 광고주의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목적으로 기획됐다'고 조사 목적을 밝히고 있다.
***제일기획-기자들 "우리 책임 아니다"**
문제의 문건은 16일 일부 인터넷 게시판에 번지기 시작하더니, 17일부터 일부 인터넷 사이트와 모 일간지 홈페이지에 전문이 공개되면서 급속히 확산되기 시작했다. 18일부터 P2P 사이트나 인터넷 메신저, 미니 홈페이지 게시판 등을 통해 전파됐고 19일에는 걷잡을 수 없이 번져 나갔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제일기획은 19일 오후 `자료 유출에 대한 입장'이라는 해명자료를 통해 "이번에 유출된 자료는 사실 유무를 정확히 가릴 수 없는 중간 수준의 조사 결과물로 우리 의도와는 무관하게 유출됐다"면서 "이번 조사와 관련해 심적으로 고통받게 된 연예인과 관련자들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제일기획은 이어 유출경위와 관련, "문건을 작성한 동서리서치 직원 1명이 친한 친구에게 '아주 재미있는 것이 있다'며 문서파일 통째로 전달했다"며 "해당직원에게 자백서도 받았다"고 밝혔다.
조사에 응답했던 10명의 기자와 리포터도 이날 오후 공동명의로 해명 자료를 냈다.
이들은 "피해를 본 연에인과 관련자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인터뷰의 모든 내용과 응답자의 신상은 철저하게 비공개에 부친다는 점과 내부자료로만 사용한다는 확언을 받고 질문에 응했다. 일부 조사원이 당초 밝힌 목적과 달리 몇몇 소문을 거론하며 확인을 부탁했으나 `들은 적은 있어도 확인해줄 수는 없다'고 대답했다"고 해명했다.
이들은 또 심층 인터뷰의 대가성과 관련, 백화점 상품권 10만원짜리 2장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후폭풍, 일파만파**
이같은 제일기획 및 기자들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파문으로 피해를 입은 연예인들과 이들이 소속된 대행사들은 강력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7개 대행사들은 합동으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피해보상을 추진하기로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연예계에서는 해당 연예인들의 숫자가 엄청난 만큼 피해보상액은 천문학적 액수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이번 파일에는 재계 총수를 비롯해 정치권 고위인사들의 이름도 상당수 거명되고 있어, 재계 및 정치권도 전정긍긍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이번 파문이 지금 아시아에서 거세게 불고 있는 '한류'에 치명적 타격을 가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 등의 언론에서 이미 한류 기류에 비판적인 '반(反)한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는 마당에 이번 X파일은 '한류 타도'의 자료로 악용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조사에 응한 기자 및 리포터들에 대한 비판여론도 크다. 자신이 취재과정에 취득한 정보, 그중에서도 대부분이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아무리 비공개를 전제로 한 것이라고는 하나 영리집단인 광고기획사에게 넘긴 행위는 언론인의 정도를 벗어난 것이라는 비판이다.
이에 따라 이미 일부 해당언론사에서는 이들 기자 및 리포터에 대한 징계가 거론되고 있으며, 언론유관단체들도 이번 사태를 간과하지 않겠다는 분위기여서 파문을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광고기획사의 이같은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오래 전부터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관행적으로 행해져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다 이번에 그 내용이 인터넷에 유포되면서 미증유의 파문을 불러일으키기에 이르른 것이다.
***시민단체 "개인정보보호기본법 조속히 제정해야"**
이번 사태와 관련, 시민사회단체는 근원적 책임이 제일기획에 있으며 이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선 '개인정보보호기본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함께 하는 시민행동은 19일 논평을 통해 이번 사태와 관련, "이 사건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정보인권에 무감각한 사회였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당국은 이번 사건에 강력하게 대응하여 개인정보 침해가 일상화된 사회 분위기를 일신해야 할 것"이라고 검찰의 엄정수사를 촉구했다.
시민행동은 이어 "이 사건은 술자리에서 연예인들의 사생활에 관한 뜬소문을 옮기는 것과는 차원이 전혀 다르다"라며 "문제의 광고기획사는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체계적으로 수집·정리하고 관리했으며, 당사자들은 이같은 광고기획사의 행위에 대해 동의는커녕, 그런 사실을 고지 받은 적조차도 없었다. 당사자인 연예인들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본질적으로 침해당했던 것"이라고 제일기획의 원초적 책임을 주장했다.
시민행동은 "물론 공인인 연예인의 특성상 이러한 정보가 수집·관리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온갖 악의적 소문들까지 기록되어 있음에도, 광고주들은 당사자들에게 열람권과 반론권을 보장하기는커녕, 수집한다는 사실조차 알리지 않고 관리하고 있었다. 이는 비겁하기 짝이 없는 행위이다. 게다가 고의는 아니었겠지만, 유출되어 만천하에 공개되는 사태까지 일으켰다"고 재차 제일기획의 책임을 지적했다.
시민행동은 "사법 당국이 적용할 법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소극적으로 대응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 관련 법규를 적극적으로 해석하여 이번 사건의 관계자들을 엄중 처벌해야 할 것"이라며 "또 필요하다면 피해자들의 권리 구제를 위한 소송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이런 사건이 발생하는 가장 근본적 원인은 모든 개인정보 문제에 적용될 수 있는 법 규범인 개인정보보호기본법이 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차일피일 미루어지고 있는 개인정보보호기본법을 하루빨리 제정하기 위해 온 사회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개인정보보호기본법 제정을 촉구했다.
과연 국회가 이같은 요구에 어떻게 부응할지 예의주시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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