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로 85일째 단식을 벌이고 있는 지율스님과 천성산을 지키기 위한 촛불이 전국에서 일제히 밝혀졌다. '도롱뇽의 친구들', 시민ㆍ환경단체 회원, 시민들은 서울, 부산, 대구, 인천, 대전, 광주, 청주, 원주, 양산 등 전국 9개 지역 도심에서 촛불집회를 가졌다.
***"청와대, 환경단체, 종교계 부끄러워해야"**
서울에서는 '도롱뇽의 친구들'과 민주노동당원 등 2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촛불집회가 열렸다. 이날 모임은 지율스님의 단식 80일 되던 14일부터 시작돼 닷새째 계속되고 있다.
모임에 참석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들을 대표해 발언한 김민곤 전교조 부위원장은 "지율스님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를 읽으면서 스스로를 많이 돌아보게 됐다"며 "분노의 말을 쏟아내도 시원치 않을 상황인데도 스님은 편지에 원망이나 분노 대신 누가 봐도 공감할 수밖에 없는 정당한 주장을 담아 청와대를 비롯한 많은 이들을 더욱더 부끄럽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스님의 단식 역시 마찬가지"라며 "그의 단식은 스님의 정당한 요구에 귀를 막고 있는 청와대나, 세상을 거꾸로 가게 하는 판결을 내린 법원, 스님이 저토록 외롭게 싸우게 만든 환경ㆍ사회단체와 조계종을 비롯한 이 땅의 모든 종교인들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부끄러움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연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도 "지율스님이 '말라가는 내 몸을 보지 말고 말라가는 이 땅과 강산에 주목하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며 "지율스님의 단식과 4년여에 걸친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관통터널 반대 운동은 생명과 평화의 시대로 만들어야 할 21세기를 준비하는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주는 실천"이라고 평가했다.
***얘기하고, 노래하고..., "지율스님과 함께 했으면"**
진눈개비가 날린 후 기온이 뚝 떨어졌지만 참가자들은 두 시간여 동안 지율스님과 '초록의 공명'을 하기 위해 촛불을 높이 들었다.
이날 집회는 생경한 구호를 외치기보다는 지율스님과 생명ㆍ평화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준비한 노래를 부르고, 어울려 춤을 추는 문화제로 진행됐다. 문화제가 진행되는 한 쪽에서는 교보문고 앞길을 지나는 시민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지율스님과 천성산 영상물이 상영됐다.
또 각종 집회 현장에서 실력을 갈고닦은 노래패들이 나와 생명과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노래를 불러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특히 집회에 참가한 어린이들은 즉석해서 종이로 도롱뇽을 접고, 스스로 지은 천성산과 도롱뇽을 소재로 한 동시를 노래로 만들어 불러 눈길을 끌었다.
이날 문화제에서 발언한 한 '도롱뇽의 친구들' 회원은 "곁에서 지켜본 지율스님은 누구보다 낙천적이고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며 "이 자리에 스님이 계셨다면 같이 얘기하고, 노래 부르고, 춤을 췄을 텐데 아쉽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지율스님 동생, 청와대 앞에서 1인시위 돌입**
한편 지율스님의 친동생인 조경자씨는 지난 18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1백만 마리 도롱뇽 종이접기'를 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조씨는 전국에 있는 '도롱뇽 친구들' 회원들과 함께 종이 도롱뇽 1백만 마리를 접어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구간 공사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재항고를 맡은 대법원 재판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조씨는 18일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대법원에서 천성산 공사금지 결정이 빨리 내려져 하루빨리 스님이 단식을 중단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도롱뇽 접기를 시작했다"고 의미를 밝혔다. 그는 "스님이 혼자 있고 싶어 해서 건강 걱정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며 "좀더 많은 시민들이 스님의 주장에 공감한다면 스님도 단식 외에 다른 길을 찾지 않겠느냐"고 바람을 말했다.
***단식 85일째 지율스님, 밖의 문 여는데 청와대ㆍ정부 나서야**
단식 85일째인 지율스님은 현재 몸 상태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지만, 마음은 어느 때보다도 평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율스님을 계속 지켜보고 있는 경찰 관계자는 "스님을 계속 지켜보면서 정신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며 "스님이 워낙에 낙천적이고 강한 분이라서 걱정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믿고 싶다"고 밝혔다.
스님은 단식을 풀기 위해서는 "안과 밖 '이중의 문'이 다 열려야 한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밖의 문을 열기 위해 나선 시민들은 청와대와 정부도 문을 여는 데 동참해야 한다고 촛불을 높이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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