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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욕의 법조인' 유태흥 전 대법원장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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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욕의 법조인' 유태흥 전 대법원장 자살

1차 사법파동때는 '저항의 선봉', 2차 사법파동때는 '탄핵대상'

전두환 정권시절 대법원장을 지냈던 유태흥(86)씨가 한강에 투신, 자살했다.

***유태흥 전 대법원장 투신 자살**

유 전 대법원장은 17일 오후 5시45분께 서울 마포대교에서 한강으로 투신, 시민의 신고를 받은 119 구조대에 의해 곧바로 구조돼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옮겨져 심폐소생술 등 치료를 받았으나 이날 밤 10시 50분께 제2차 심장마비를 일으켜 끝내 숨졌다.

투신 직전까지 지병인 요통으로 고생해온 유 전 대법원장은 수년동안 병원 통원치료를 받아오다 최근 병세가 악화되자 가족들에게 '죽고 싶다'는 얘기를 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족은 유 전 대법원장의 사망 직후 시신을 삼성의료원으로 옮기고 빈소를 마련했다.

***'영욕의 계절'**

고인은 1948년 변호사 시험을 합격해 1975년 서울 고법원장을 거쳐 1981∼1986년 8대 대법원장을 역임했다.

법조인으로서의 그의 생애는 영욕이 교차했다.

박정희 군사정권 초기, 그는 '저항적 법조인'이었다.

1971년 당시 유신쿠데타를 준비중이던 박정희 군사정권은 `사법부 길들이기' 차원에서 무죄판결을 많이 낸 서울형사지법 항소3부 판사들에 대해 혐의를 씌워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른바 '1차 사법파동'의 시작이었다. 파동은 1971년 7월 서울지검 공안부가 반공법 위반사건의 증인 신문을 위해 제주도에 출장간 판사 3명이 변호인측으로부터 여비 및 숙박비 등을 받았다며 이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서 촉발됐다.

그러나 당시 서울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이던 유태흥씨는 이들에 대한 영장을 기각했고, 이후 서울지법 법관 83명은 “검찰의 영장 청구는 법원이 시국사건에서 잇따라 무죄를 선고한 데 대한 보복 조치”라며 사법권 수호 결의문을 발표하면서 일제히 항의 사표를 제출했다. 이후 사태는 전국으로 확산돼 전체 법관 4백55명 중 1백50명의 판사들이 사표를 내는 사법 사상 초유의 사태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 당시 유태흥 부장판사는 사표를 쓴 판사들을 대신해 성명서를 읽는 등 일선 판사들을 대신해 법원 상층부와 정치권에 판사들의 개혁 의지를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했었다. 당시만 해도 그에 대한 법조인들의 신망은 대단했다.

하지만 그의 저항은 오래가지 못했다. 1972년 유신쿠데타를 일으킨 박정희 정권은 다음해인 1973년 3월 법관재임용을 통해 전체 법관의 10퍼센트가 넘는 48명의 법관의 법복을 벗겼다. 1971년 국가배상법 위헌판결에서 위헌의견을 낸 대법원 판사 9명을 포함하여, 학생들을 무죄방면하거나 구속영장을 기각한 판사들도 대개 재임용에서 탈락되었다. 하지만 유태흥 부장판사는 그해 서울형사지방법원장으로 도리어 승진했고, 그후 그를 비롯한 살아남은 판사들은 길들여져 갔다

1976년 대법원 판사가 된 그는 10.26사태를 주도한 김재규 사형 판결 과정에 적극적 역할을 했고, 그 공으로 전두환 신군부 집권과 함께 1981년 대법원장이 될 수 있었다. 당시 그는 '투철한 국가관에 의한 판결'을 주장해, '정치판사'라는 불명예스런 별칭을 얻기도 했다. 반면에 김재규에게 신군부가 원한 내란목적살인죄 대신 단순살인이라는 소수의견을 제시한 대법원판사 6명은 모두 전두환 정권이 출범하면서 재임용에서 탈락돼 옷을 벗어야 했다.

그는 대법원장 재직시절이던 1985년 법관 인사의 난맥상을 법조신문에 기고한 판사를 서울민사지법 판사 부임 하루만에 울산지원으로 전보시켰다가 판사들의 거센 반발을 야기한 '2차 사법파동'을 계기로 국회에서 당시 야당이던 신민당의원 1백2명으로부터 사법사상 최초의 탄핵안이 발의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탄핵발의는 당시 국회 다수당이던 여당의원들의 반대로 그해 10월21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돼 1986년 대법원장 임기를 어렵게 마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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