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교육부총리로 발탁된 이기준 전 서울대 총장은 총장 재직시부터 최근(2주전)까지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의,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등이 출자한 한 민간재단의 초대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재단은 산업자원부로부터 기업ㆍ대학ㆍ연구기관의 연구개발(R&D) 사업 지원에 써야 할 예산을 부당전용해 지원받아온 기관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던 곳이라 파장이 적지않을 전망이다.
교육계는 이처럼 새 교육부총리가 재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친기업 인사라는 점에서 향후 교육정책이 재계 바람대로 신자유주의로 급선회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하고 있기도 하다.
***"이기준 부총리 내정자, 이사장으로 있는 기관은 전경련, 대한상의가 출자한 기관"**
한국산업기술평가원의 한 관계자는 4일 "이기준 전 서울대 총장은 2001년 3월 한국산업기술재단 설립 때부터 재단의 이사장으로 취임해 서울대 총장에서 불명예 퇴진한 후에도 2주 전까지 비상근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재단은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의,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한국호스트왁스 등 20여개 단체 및 업체들이 출연한 것으로 돼 있지만 실제로 초기 운영은 산자부의 지원으로 유지된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특히 산업기술재단이 공동 소유자로 돼 있는 서울 강남 역삼 4거리의 17층 한국기술센터 건물은 산자부 관료들이 회동이나 기업인과의 모임에 자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기준 내정자는 서울대 총장 재직시절 재계를 비롯한 경제계 인사들과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며 서울대에도 적잖은 재계 후원금을 조달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따라서 그가 산업기술재단 초대이사장직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이같은 재계 인맥이 큰 도움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산자부로부터 정부 예산 5백억 부당하게 지원 받은 의혹도 제기돼"**
한국산업기술재단은 지난 2002년 3월 산자부가 산하기관인 산업기술평가원의 '기술료'를 전용해 2001년 3월 설립 때부터 2002년초까지 세 차례에 걸쳐 모두 4백93억원을 무상지원 받아 문제가 됐었다.
기술료는 산업기술평가원으로부터 산자부의 연구개발 지원금을 받은 업체들로부터 지원금의 30~50%씩을 연구개발 성공후 돌려받아 적립해 두는 공적자금으로, 당시 관련법령에 따라 사용처가 엄격히 제한돼 있다. 당시 산업기술재단은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뚜렷한 사업 계획서조차 내놓지 않아 지원 근거가 없는 데도 산자부는 장관(당시 신국환 전 장관)의 지시 공문에 따라 거액의 자금을 내주었다.
산업기술재단은 이 돈을 이용해 대한민국기술대전 등 공익사업 외에도 건물 임대 사업, 인터넷 방송 출자 등 자체 수익 사업에 활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산업기술재단은 '산업기술프라자'를 운영한다는 명목으로 산업기술평가원, 기술거래소 등과 함께 현재의 한국기술센터 건물을 매입해 10개층을 소유한 상태다.
당시 산자부는 이같은 특혜의혹과 관련, "산업기술재단은 산업기술 진흥 및 산업계의 기술개발을 장려ㆍ촉진하기 위하여 설립된 비영리 공익기관으로서 예산을 부당하게 전용한 것이 아니라 적법하게 기술료를 사용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예산 부당 지원 폭로한 공익제보자들은 해고까지 당해"**
한편 이같은 사실이 2002년 3월말 한 언론에 의해 보도돼 논란이 일자, 산업기술평가원 경영진은 관련 사실을 언론에 제보한 노동조합 관계자들에게 불이익을 주고 심지어 해고를 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법원은 "산업기술평가원 경영진이 노동조합 관계자를 해명한 것은 언론 제보에 대한 보복으로 정당성이 없다"며 "해고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 그후 모두 복직됐다. 이들 해고됐다가 복직된 세 명의 노동조합 관계자들은 모두 지난 12월 반부패국민연대가 주최하는 '2004년의 투명사회기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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