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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조작 식품, 당신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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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유전자 조작 식품, 당신의 선택은?"

hari-hara의 '생물학 카페' <30> 유전자 조작과 GMO

혹시 수입식품 중에 이런 라벨이 붙은 것을 본 적이 없나요? GMO-free라니 이게 무슨 뜻일까요? 영어에서 free는 '자유로운'이라는 뜻이 있지만, '~ 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은 그것이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sugar-free는 우리말로 무설탕이며, fat-free milk는 탈지우유가 되겠지요. 그럼 GMO-free란 말 그대로 GMO가 없다는 뜻일텐데, 과연 이 GMO가 뭘까요?

GMO는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의 약자로 원래 가지고 있던 유전자를 조작, 삽입, 제거하여 만든 개체를 의미하는 말로, 우리말로는 유전자재조합개체를 의미합니다. 이 GMO가 주로 논의되는 곳은 농산물 쪽이니까 앞으로 GMO을 유전자조작 식물이라고 언급하겠습니다.

***유전자 재조합 기술의 시작**

GMO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먼저 유전자 재조합이 가능하게 된 역사적 배경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1953년 왓슨과 크릭이 이중나선 모양으로 꼬여있는 DNA가 생물체의 유전물질이라는 것을 증명하면서 분자생물학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DNA 재조합이 가능해진 것 20여년이 지나서였습니다. 유전자 재조합을 하려면 DNA를 마음대로 자르고 이어 붙이는 것이 가능해야 하거든요. 예를 들어, 유전공학의 꽃인 파란 장미를 만들어내는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칩시다. 이를 위해서는 파란색을 띠는 꽃(달맞이꽃이나 페튜니아 등)에서 파란색소를 만드는 유전자를 잘라낸 뒤에, 장미 염색체를 잘라서 파란 색소 유전자와 붙여주는 조작을 시행해야 합니다. 이러기 위해서는 DNA를 마음대로 자르고 이어붙일 수 있는 가위와 풀이 반드시 필요했지요.

먼저 발견된 건 풀이였습니다. 1967년에 겔러트(Gellert)가 조각난 DNA를 이어붙일 수 있는 풀인 DNA 리가아제(DNA ligase)를 발견했거든요. 가위가 발견된 건 1970년 미국의 생물학자 스미스(Hamilton Othanel Smith ,1931~)와 네이선스(Daniel Nathans, 1928~)가 헤모필루스라는 세균에서 제한효소(restriction enzyme)를 발견한 이후입니다. 제한효소란 DNA의 특정한 부위를 인식해서 자르는 효소를 말하죠. 이전에도 DNA를 자르는 물질은 알려져 있었으나, 이들은 DNA를 마구 잘라버려 조각조각내기 때문에 별로 쓸모가 없었죠. 그러나, 스미스와 네이선스가 발견한 제한효소는 아무데나 막 자르는 것이 아니라, DNA에서 일정한 염기서열을 인식해 딱 그 부분만을 자른다는 것이었죠. 예를 들어 대장균에서 발견된 EcoRI이라는 제한 효소는 DNA에서 일정 염기서열(GAATTC) 부분만을 찾아서 이런 모양으로자르거든요. 1970년대 이후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제한효소들을 찾아냈고, 이를 이용해서 원하는 부위의 유전자만 잘라서 원하는 부위에 갖다 붙이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로써, 본격적인 유전자 재조합의 가능성이 열린 것입니다. 처음에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많은 사람들이 두려움에 빠졌습니다. 혹시나 유전자 조작으로 전에 없던 괴물이나 이상한 돌연변이가 나타나지 않을까, 신이 창조하신 생명체를 인위적으로 바꾸는 것이 신성모독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 것이지요. 그래서 1975년에는 몇몇 사람들이 유전자 재조합 실험을 금지해달라는 탄원서를 정부에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냐구요? 유전자 재조합의 무한한 가능성은 이런 반대에 묻힐 만큼 사소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유전자 재조합 기술의 무한한 가능성**

자, 이제 우리 인간은 두 손에 유전자를 마음대로 자르고 이어붙일 수 있는 가위와 풀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인간의 유전자를 대장균에서 집어넣어 인슐린을 생산하게 하는 쾌거를 가져왔습니다. 당뇨병은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아, 혈당 조절이 되지 않는 병으로 인슐린 보충 요법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전에는 인슐린을 만들 수가 없어서, 기증받은 시체나 가축의 사체의 췌장에서 인슐린을 추출했기 때문에 값도 매우 비쌀 뿐 아니라, 이 과정에서 병균의 전파나 면역 반응 등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유전자 재조합 기술이 발달하자, 인간의 염색체에서 인슐린 유전자를 잘라내어 대장균의 염색체에 끼워넣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대장균은 보통 20분만에 1번씩 분열을 합니다. 그럼 유전자 재조합된 대장균 1마리는 1시간 후에는 8마리, 10시간이면 134,217,728마리로 불어납니다. 자, 플라스크에 영양액을 붓고 인슐린 유전자가 들어간 대장균을 넣어준 뒤, 따뜻한 곳(37℃)에 놓아두면 대장균은 삽시간에 불어나 플라스크 가득 인슐린을 만들어 놓을 겁니다. 이제 일은 승승장구지요. 대장균이 인슐린을 만들어 토해놓은 영양액을 수거하고 새 영양액만 부어주면 대장균은 끊임없이 인슐린을 만들어낼 테니까요. 1978년 미국의 제넨텍(Genentech)社가 최초로 대장균에서 인슐린을 합성한 이래, 이 기술은 유전자 재조합의 가장 대표적인 성공으로 꼽히고 있지요. 이런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과학자들이, 기업들이 그냥 둘 리가 없었죠. 이후, 유전자 재조합 기술은 식물에게까지 영향을 미쳐, 식량 생산에 변화를 가져오기 시작합니다.

***유전자 조작 식물의 등장**

'토마토는 수확하면 금방 물러져서 팔 수가 없네. 물러지지 않는 토마토는 없을까?'

'에휴, 논에 김매느라 허리가 다 휘네. 제초제가 벼는 빼고 다른 잡초만 제거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잎에 또 벌레가 생겼잖아! 벌레 안 먹는 콩은 없을까?'

농사짓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이런 고민에 동감할 것입니다. 식량 생산이 우리 가족만의 자급자족을 넘어서 시장에서 팔리는 상품이 되자, 좀더 많이, 좀더 좋은 농산물을 생산할 방법이 연구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더 큰 열매가 열리고, 더 수확량이 많고, 더 튼튼한 개체를 섞어서 더 좋은 품종을 만들어내는 시도는 수천년전부터 있어왔습니다. '육종(breeding)'이란 방법으로 말이죠. 그러나, 유전자 재조합 기술이라는 도구를 쥔 사람들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다가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지도 못하는 육종 대신에 GMO, 즉 유전자 조작 식물을 만들어내기에 이릅니다.

1994년에 최초로 미국의 칼진(Calgene)社(96년에 다국적 기업인 몬산토(Monsanto)에 인수됨)에서 유전자 조작을 통해 무르지 않는 토마토(상품명: Flavr Savr)를 성공시켜 미국 FDA(식품의약안정청)의 승인을 얻었습니다. 이후 10여년간 4,500종 이상의 유전자 조작 식물이 연구되어 이중 수십 가지가 FDA의 승인을 받아 판매되고 있습니다. 현재는 무르지 않는 토마토 뿐 아니라, 제초제에 강한 콩, 해충저항성이 있는 옥수수, 특정 성분의 함량을 높인 땅콩 등이 시판되고 있습니다.

유전자 조작 식물은 겨우 10년 전에 처음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급격히 빠른 속도로 재배 면적이 늘어갔습니다. 농민의 입장에서는 병충해에도 강하고, 잡초 제거도 쉽고, 수확량도 많고, 보관도 빠른 유전자 조작 식물을 거부할 이유가 없었지요. 게다가 유전자 조작 식물을 만들어낸 회사에서도, 유전자 조작 식물의 씨앗은 특허가 걸려 있어서 일반 씨앗보다 비싼 값에 팔 수 있었고, 제초제 저항성 식물의 경우, 자기 회사의 농약이나 제초제와 패키지로 팔 수 있으니 더없이 좋았겠지요. 따라서, 이들의 재배 면적은 급속도로 늘어나서 유전자 조작 식물 재배에 가장 열성적인 미국의 경우, 농산물의 절반 정도가 유전자 조작 식물이라는 통계가 나왔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앞으로의 상황이 마냥 탄탄대로인 것만은 아닙니다. 유럽을 중심으로 전세계적으로 유전자 조작 식물에 대한 보이콧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전자 조작 식물의 딜레마**

유전자 조작 식물은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이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지구의 인구를 먹여살리기 위해서는 식량 증산이 반드시 필요하고, 작물의 수확량을 빠르고 대규모로 증가시킬 수 있는 방법은 유전자 조작 뿐이라고 얘기합니다. 그러나, 전세계의 기아 문제가 단순히 식량의 절대량이 모자라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습니다. 기아로 고생하는 사람들의 70%가 식량이 남아도는 나라에서 살고 있다는 통계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한쪽에서는 하루에 한끼도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굶어죽어가고 있는데, 한쪽에서는 풍년이 들어 과도하게 남아도는 옥수수를 바다에 갖다 버립니다.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날까요? 요는 옥수수 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규모 농장주들이 옥수수 가격의 폭락을 막고 가격을 조절하기 위해 잉여 생산된 분량을 없애서 시장에서의 수요-공급의 균형을 맞추기 때문입니다. 이들에게는 구매력이 없는, 즉 돈이 없어 옥수수를 살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의 입장은 그야말로 딴 나라 이야기입니다. 이런 점에서 굶주림의 해결은 식량 증산이 문제가 아니라, 적당한 분배의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으니까요.

또한 찬성론자들은 유전자 조작이 식물에게서 원래는 없는 특성이나 성분을 갖게 하여 더 좋은 농산물을 만들 수 있어 삶의 질을 높여준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유전자 조작이 인체나 환경에 해롭기 때문에 오히려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말합니다. 이는 유전자 조작으로 외부에서 들어간 유전자가 원하던 바와 다른 결과를 가져오거나, 안정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콩에 땅콩의 유전자를 집어넣어 땅콩의 맛과 영양소를 발현시키려는 시도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실험은 땅콩에 대해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이 땅콩 유전자가 든 콩을 먹고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와 이 프로젝트는 중단되었습니다. 이뿐 아니라, 과학자들은 외부에서 DNA를 넣어주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새로 들어온 DNA는 안정하질 못해 가끔씩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기에 우려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습니다. 만약 제초제 저항성 콩에서 이 유전자가 어쩌다가 떨어져 나와 다른 잡초 속으로 들어갔다고 칩시다. 원래 이렇게 외부에서 들어오는 유전자는 효소에 의해 산산조각나는 것이 보통이지만, 만에 하나라도 결합이 일어난다면, 제초제 저항성을 가진 잡초들이 생겨나는 것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아직 유전자 조작 식물이 정말 안전하다는 보고도, 정말 심각하게 해롭다는 보고도 없는 실정이기에 한쪽에서는 나쁘지 않으니까 괜찮다고 주장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안전함이 증명되지 않았으니 믿을 수 없다고 반박하는 대립 구도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전개는?**

현재 전세계적으로 급속도로 발전하는 생명공학에 대한 일종의 두려움, 웰빙 열풍에 이은 유기농 식품의 유행으로 인해 당분간은 유전자 조작 식물이 주춤할 것 같습니다만, 먼 미래를 이야기한다면 유전자 조작은 지금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진 않을 것입니다. 현재는 단순히 영양성분을 높인다거나, 병충해에 강한 정도로 조작하는 수준이지만, 이젠 좀더 획기적인 유전자 조작 기술을 실험하는 중이거든요. 이미 카길다우 폴리머스社에서는 옥수수나 밀에서 천연 플라스틱 성분이 생성되도록 하는 시도에 성공했고, 바나나에서 예방 주사용 백신을 생산한다거나, 토마토에서 항암제나 진통제를 생산하도록 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사람들이 그토록 유전자 조작에 대해 반대하고, 이를 널리 알리고자 노력하는 것은 장차 다가올 엄청난 유전자 조작 식물의 파장에 대해 남들보다 한 발 앞서 깨달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이렇게 유전자 조작 식물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1년 식품에 유전자 조작 식물을 사용하였는지의 여부를 표시하는 '유전자 재조합 식품 표시제'를 실시하고는 있지만, 허술한 관리로 인해 거의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실정입니다.

아직까지 유전자 조작 식품이 우리에게 진짜로 해로운지 이로운지, 만약 그렇다면 얼마나 해롭거나 이로운지도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다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유전자 조작 식물은 점점 더 늘어날 것이며 그 영향력도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제는 단순히 식물에 대한 조작이 아니라, 물고기와 육류에 대해서도 유전자 조작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모든 물질들이 유전자 조작에 노출되어 있다고도 할 수 있지요. 그렇다면 과연 여러분들은 어떤 선택을 할 예정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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