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전폭 지지로 유임이 확정됐지만 이라크에 파병된 미군장병들로부터는 강한 불만 공세를 받아 '진땀'을 흘려야 했다. 이들 장병의 불만 사항은 미군내 근본적인 문제를 건드리는 것이어서 미국내에서도 큰 파문을 낳고 있다.
***“쓰레기더미 뒤져 찾은 고철과 깨진 방탄유리로 차량 방어”**
노무현대통령이 이라크 아르빌을 방문한 같은 날 8일(현지시간) 쿠웨이트 현지 미군 기지를 방문한 럼즈펠드 장관은 미군 장병들과의 문답시간에서 “자기 휘하 장병들로부터 불만 공세와 공개 비판에 시달렸다”고 AP,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날 토머스 윌슨이라는 상병이 럼즈펠드 장관의 연설이 끝난 뒤 일어나 “왜 우리들은 차량들을 방어하기 위해 쓰레기더미를 뒤져 고철 조각이나 못쓰게된 방탄유리를 사용해야 하는가”라고 불만 섞인 질문을 터뜨렸다.
질문이 끝나자 그 자리에 모여 있던 2천3백여명의 병사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고 공감의 박수를 보냈으며, 럼즈펠드 장관은 이에 머뭇거리면서 질문을 다시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윌슨 상병은 “이라크쪽으로 이동할 예정인 우리는 적절한 장갑차량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는 내용”이라며 직설적으로 질문을 재차 설명했다. 그가 속한 부대는 조만간 1년간의 임무기한으로 이라크로 이동할 예정이다.
럼즈펠드 장관은 재차 질문을 받고 “미군은 현재 더많은 장갑차량을 공급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면서도 “장병들은 그들이 속한 군대(장비)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는 것이지, 그들이 원하거나 바라는 부대와 함께 전쟁에 나서는 것이 아니다”며 현재 여건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탱크에 타서 세상에서 모든 장갑무기를 확보한 상황이 되도 폭파될 수 있다”면서 “당신들이 장갑기능을 강화한 험비차량에 타더라도 그건 도로매설 폭탄 등 저항세력의 공격에 취약할 수 있다”고 ‘궁색하게’ 변명했다.
***美럼즈펠드, 장병 불만 공세에 ‘진땀’**
럼즈펠드 장관의 이날 ‘수난’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질문이 끝나자 또다른 장병은 현역부대와 다른 부대와의 차별대우를 거론하고 나섰다. 이 병사가 “국방부는 주방위군이나 예비군보다 현역부대에 더 나은 장비를 제공하고 있다”며 차별대우를 주장하자, 럼즈펠드 장관은 “이 자리에서 그것을 입증할 방법은 없다”면서 “그러나 미군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진력을 다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피해나갔다.
이어 또다른 병사는 “미군은 얼마나 더 오랫동안 병사들의 복무기한 연장을 이용할 것이냐”며 항의성 질문을 터뜨렸다. 럼즈펠드 장관은 이 질문에 “기한연장은 전시에는 새로운 것도 아니고 당연한 것”이라며 “가능한 한 최소한도로 이용하겠지만 계속해서 사용될 것”이라며 한계를 그었다.
럼즈펠드 장관은 이밖에도 곤혹스런 질문이 이어지자 “자자, 진정하고 흥분을 가라앉히자. 난 늙은이고 지금은 이른 아침이다. 난 이 자리에서 내 생각을 좀 정리하고 있다”면서 서둘러 상황을 종료시켰다.
***장병 불만 내용과 럼즈펠드 답변에 미국내 파문 **
럼즈펠드 장관의 수난이야 여기서 그쳤지만 미국내에서는 이날 질의응답으로 파문이 일고 있다. 미 장병들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방어수단은 물론이고 럼즈펠드 장관의 대응자세도 도마 위에 올랐다.
민주당의 크리스토퍼 도드 상원의원은 이날 국방부에 보낸 공개 서신에서 “안전한 장비를 제공하는 일은 정부의 임무”라며 “장관의 장갑차량 질문에 대한 대답은 전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도드 의원은 “우리 군인들은 미국 지도자들이 제공한 부대(장비)와 함께 전쟁터에 가는 것”이라고 럼즈펠드 장관 발언을 반박했다.
존 멕케인 공화당 상원의원도 이날 CNN 방송에 출연, “주둔기한 연장은 미군 병사 사기를 위해 끔찍한 것”이라며 국방부 정책 및 럼즈펠드 장관의 주둔기한연장 발언에 강한 비판을 가했다.
이밖에 미 언론과 정계에서는 미 국방부의 어마어마한 예산이 도대체 어디에 다 사용되고 있느냐는 질타로도 이어지는 분위기다. 아울러 미 장병들의 사기저하문제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한편 국방부측은 이날 충분한 장갑차량이 공급되지 않고 있음을 시인하고 나섰다. 로렌스 디 리타 국방부 대변인은 “이라크와 아프간 작전을 책임지고 있는 미 중부 사령부는 2만1천대의 장갑차량을 요구해 왔으나 지금까지 1만9천여대만이 제공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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