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거 실시로 가닥을 잡으면서도 선거방식엔 여전히 이견을 보이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미국과 러시아 정상이 2일(현지시간) 서로 상대방을 겨냥, “개입하지 말라”는 경고성 발언을 쏟아내면서 미-러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러시아 푸틴, “서방은 중재자 역할 뿐” 서방 개입 경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를 긴급 방문한 레오니드 쿠츠마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난 뒤 “러시아와 EU(유럽연합)는 물론이고 어떤 국제기구도 우크라이나 문제를 풀지 못한다”면서 “이들은 중재자 역할은 할 수 있지만 우크라이나 국민만이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고 AP 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이같은 발언은 하비에르 솔라나 EU 외교정책 대표 등이 우크라이나 여-야 양진영의 중재에 본격 나선 가운데 나온 것으로, 통신은 “미국 등 서방에게 개입하지 말라는 경고를 한 것”으로 풀이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친서방성향의 야당과 서방진영이 요구하고 있는 재선거 방식에 대해서도 “재선거는 결국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며 “야당 주장대로라면 그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때까지 3번, 4번, 25번이고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다만 쿠치마 대통령이 제시한 새로운 선거방식인 '전면적인 재선거' 방식에는 찬성의 뜻을 표했다. 그는 “선거가 다시 치러져야 한다면 양 후보뿐만이 아닌 전면적인 재선거가 실시되야 한다”고 말했다. 쿠치마 대통령은 현재 여당 후보인 빅토르 야누코비치 총리를 지지하는 입장이며 야누코비치 총리는 친러시아 성향을 보여왔다.
***美부시, “재선거는 어떤 외국 영향도 받지 말아야” **
이같은 발언이 전해지자 미국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즉각 러시아에 대한 반박에 나섰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방미중인 올로세군 오바산조 나이지리아 대통령과 함께 가진 기자회견에서 “재선거가 실시된다면 어떤 외국의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고 응수, 러시아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러시아의 영향’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하고 “선거는 공개적이고 공정하게 치러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어느 나라에서건 모든 선거는 국민의 뜻을 반영해야 하며 어떤 외국 정부의 뜻을 반영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계속해서 모니터링 할 것이고 이번 위기의 평화적인 해결을 도모하기 위한 과정에 지속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말해 러시아에 경고의 뜻을 전했다. 그는 다만 재선거 방식에 대해서는 “테이블위에는 다른 선택지들이 있다”며 “우리는 매우 신중하게 관찰하고 있다”며 직접적인 언급은 회피했다.
부시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AP통신은 “푸틴 대통령의 언급에 대한 대응”이자 “러시아를 직접적으로 노린 것으로 보이는 경고”라고 풀이했다. 이에 앞서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지난달 21일 우크라이나의 결선투표가 여당 후보 승리로 결정나자 부정선거라며 인정하지 않을 것임을 공표했었다. 미국은 친서방성향의 빅토르 유시첸코 진영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 여-야, 재선거로 가닥. 선거방식 놓고 여전히 이견**
우크라이나 사태는 중앙선관위가 여당의 야누코비치 총리 승리를 선언했지만 대법원은 야당의 이의제기를 받아들여 선거결과 발표 중지를 명령한 상태이다.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 의회는 1일 야누코비치 총리 내각 불신임 결의안을 통과시켜 쿠츠마 대통령에 내각 총사퇴를 요구, 야누코비치 총리 진영을 몰아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정국 혼란이 격화되고 있지만 두 후보와 쿠츠마 대통령, 국제 중재자들은 2일 조만간 내려질 대법원 결정에 승복하기로 하고 사실상 재선거 실시에 합의, 해결전망이 조금씩 비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재선거 방식에 대한 이견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로 유시첸코 진영은 양 후보만의 결선투표 실시를 주장하고 있으며 쿠치마 대통령은 모든 후보가 참여하는 전면적인 재선거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쿠치마 대통령의 방안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찬성을 이끌어낸 바 있다.
한편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독립광장에서는 대선 이후 11일째 야당지지자 수만명의 집회가 열리고 있으며 이들은 정부 청사 건물 봉쇄도 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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