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성향의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함께 한국 최대의 교단협의체로 꼽히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회장 전병호)는 23일 4대강 사업 반대 입장을 공식 천명했다. '생명의 강 지키기 기독교 행동' 등 개신교 단체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산하 생명·윤리위원회 차원에서 4대강 사업 반대 운동을 벌여오긴 했지만, 대규모 협의체 차원에서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국민들이 4대강 사업에 의문을 제기함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 사업을 강행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합당한 절차, 국민적인 논의와 의견 수렴, 생태적인 관점 없이 진행되는 4대강 사업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결국 4대강 사업은 한반도 대운하와 마찬가지로 자연 생태계를 희생하고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무너뜨리면서까지 대규모 토건 산업의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며 "이미 제기된 여러 우려에 관해 재논의 하고, 국민적인 합의를 거쳐 장기적인 관점에서 진정으로 강을 살리는 생태적인 사업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지 지적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또 "회원 교회 및 4대강 지역의 교회와 함께 4대강 공사 현장을 방문하고, 여타 종교계와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4대강 사업 중단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생명·윤리위원회, 기독교장로회 교회와사회위원회, 감리교 환경선교위원회,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생명의 강 지키기 기독교 행동 등은 오는 29일 목회자 및 신도 10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 성당에서 '4대강 지키기 연합 예배'를 열 예정이다.
대구·경북 지역 목회자 및 신도로 구성된 '대구·경북기독생명연대' 역시 오는 24일 낙동강 달성보 건설 현장에서 '생명의 강을 위한 기도회' 및 걷기 대회를 진행한다.
수경 스님 '여강선원' 이어 '금강선원'도…천주교는 명동성당 '집결'
'봉은사 외압 논란'으로 내홍을 빚었던 불교계 역시 4대강 현장에 선원을 짓고 4대강 사업 반대 운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 화계사 주지 수경 스님이 남한강가에 '강처럼 사는 집'이란 뜻의 '여강선원(如江禪院)'을 짓고 무기한 정진에 돌입한 데 이어, 마곡사 주지 원혜 스님도 22일 공주 영은사에 '금강선원'을 개원했다.
주교단까지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힌 천주교 역시, 오는 26일부터 매일 저녁 서울 명동성당에서 '생명의 강을 위한 미사'를 봉헌할 예정이다. 오는 5월 10일에는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천주교 사제·신자 10만 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생명·평화 미사' 역시 열린다. 생명·평화 미사는 4대강 사업이 진행되는 전국 각지에서 진행 중이다.
이밖에도 천주교 사제들은 지난 1월부터 경기도 남양주시 두물머리에서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미사와 릴레이 단식 기도회를 이어가고 있다. 사제들의 단식은 지난 18일로 벌써 100일을 넘어섰다.
▲ 천주교 사제 및 신자 3000여 명이 19일 오후 금강 곰나루터 일대에서 대규모 '생명·평화 미사'를 열었다. ⓒ프레시안(선명수) |
▲ 불교계 역시 4대강 사업 반대 운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7일 조계사에서 열린 '4대강 생명 살림 수륙대재'의 모습. ⓒ연합뉴스 |
한편, 비교적 4대강 반대 목소리에 주춤했던 원불교 교무들 역시 오는 24일 여주 신륵사 강변에서 기도회를 갖고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선언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밖에도 천주교를 비롯한 종교인들은 오는 지방선거에서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후보를 지지하고, 신자들의 투표를 독려하는 등의 계획을 가지고 있어, 정부의 4대강 사업의 추진 동력에 거스를 수 없는 '대항마'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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