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간) 개막된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는 한국의 핵물질 실험을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결정은 미국이 막판 우리 손을 들어주고 우리 핵문제가 이란 핵문제와 비교해 심각하지 않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IAEA, 한국 핵문제 안보리 회부 않기로 **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IAEA 이사회에서 35개 이사국 가운데 21개국이 발언에 나섰으나 한국 문제를 안보리에 회부하자고 주장한 나라는 한 곳도 없었다.
발언국들은 한국이 과거에 행한 핵물질 실험들의 성격과 이를 IAEA에 보고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우려사안임을 공통적으로 지적하면서도 한국의 적극적 협조와 추후 실험이 계속됐다는 징후가 없다는 점을 감안해 이 문제를 안보리에 보고 또는 회부하자는 주장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안보리에 회부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의장을 맡은 잉그리드 힐 캐나다 대사는 “26일 중 이사국들과 형식과 문안, 절차 등을 협의하고 이사국들의 발언 내용을 정리, 의장 성명이나 의장 요약 보고 형식으로 최종 결론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사국들과의 협의는 26일 이란 문제에 관한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병행되며 이르면 정오경에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대표단은 이와 관련 합의안이 의장 성명보다는 의장요약보고 형식으로 타결되도록 막판 외교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외교부 당직자는 26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재 안보리 회부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어제 발언한 국가 가운데 회부를 주장한 국가는 거의 없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우리 핵실험문제가 어떤 형식으로 결론날 지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예측할 수 없다”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美, 막판 우리 손 들어줘**
우리나라의 핵물질 실험 문제가 유엔 안보리로 회부되지 않을 것이 확실시됨에 따라 안보리에 회부될 경우 적잖은 타격을 우려했던 정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안보리에 회부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된 배경에는 미국이 막판에 우리 손을 들어 준 것이 결정적 작용을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와 관련 “부시 정부가 한국 문제를 안보리에 회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한국정부의 한 관리는 "안보리에 회부하는 것은 한국을 속죄양으로 이용하는 것이며 그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며,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도 지난주 칠레를 방문하면서 한국 관리들과 대화를 나눈 뒤 미국이 한국측 설명을 받아들이는 것이 미국에 최선이라고 확신하게 됐다고 전했다.
당초 존 볼튼 미 국무부차관 등 강경파들은 조그만 의심사항도 안보리에 회부, 핵비확산 노력을 천명해야 한다며 한국의 핵물질 실험의 안보리 회부를 강력하게 주장해왔으나, 비둘기파인 파월이 물러나는 순간에 한국에 마지막 선물을 준 셈이다.
이밖에 한국 핵물질 실험 문제가 이란, 북한 등의 핵 문제와 비교할 때 더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는 국제사회의 판단도 안보리에 회부되지 않게 된 주요한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IAEA는 사찰 보고서에서 우리 실험은 ‘심각한 우려사항’이라면서도 ‘단순한 신고누락’으로 판정했고 IAEA 조사에 적극 협력한 것으로 높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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