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회의 마지막 날인 21일(현지시간)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이례적'인 행보와 발언이 관심을 끌었다.
후 주석은 이날 대만 APEC 대표와 만나 12년만에 중-대만 최고위급 접촉을 가진 반면,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와의 중-일 정상회담에서는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직접 거론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국내 권력기반을 공고히 하고 있는 후 주석의 '자신감'의 표현인 셈이다.
***中 후 주석, 대만 APEC 대표 만나. 12년만의 중-대만간 최고위급 만남 **
쿵취앤(孔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후 주석은 칠레 산티아고에서 개최된 APEC 회의에서 회의에 참석한 리위앤저(李遠哲) 대만 APEC 대표와 짧지만 이례적인 만남을 가졌다”고 밝혔다고 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중국 국가주석이 국제회의장에서 대만 대표부를 만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이번 만남은 지난 12년 이래 중-대만간 최고위급 만남이어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중국은 그동안 ‘대만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무시하고 대만 독립을 획책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대만 APEC 대표들을 만나지 않았다.
쿵 대변인에 따르면 이날 만남은 APEC 회의에서 리 대만 대표가 후 주석에게로 다가와 이뤄졌으며 간단한 대화가 오고갔다. 쿵 대변인은 “이번 대화의 핵심은 후 주석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밝혔다.
쿵 대변인은 이어 리 대표가 “이번 만남은 진솔했다”고 표현한 데 대해, “리 대표가 그러한 표현을 썼다면 좋은 발전이며 양측이 하나의 중국 원칙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기 때문”이라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그러나 ‘이번 대화가 대만에 대한 중국 태도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언급하길 거부했다.
대만 중앙연구원장인 리 대표는 APEC 대만 대표로 선정된 후에 양안간 관계 개선 및 대화 재개 의사와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의 '진심'을 중국측에 전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천 총통은 이와 관련 최근 양안 긴장완화 조치와 함께 지난 92년 이후 중단된 양안회담 재개를 중국에 제안하면서도 “12월 11일 실시되는 입법원(의회) 선거에서 여당인 민진당이 승리할 경우 ‘타이완’ 국호로 유엔 가입을 추진할 것”이라고 주장, 중국을 자극했었다.
***후 주석, 日 총리에겐 “야스쿠니 신사참배 말라” 강력비판**
이날 대만 대표를 만나는 등 ‘이례적인’ 행보를 보인 후 주석은 고이즈미 일본 총리와 만나서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직접 언급하는 등 ‘이례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교도(共同) 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후 주석은 이날 고이즈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중-일간의 정치적 장애는 바로 일본 지도자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있는 것”이라며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한 목소리로 비난했다.
후 주석은 이어 “2005년은 반제국주의 승리 60주년의 민감한 해”라며 “역사는 피해갈 수 없으며 적절히 대처해달라”고 요구했다. 후 주석은 과거에도 우회적인 표현으로 일본측에 신사 참배 중지를 요구한 경우는 있으나 ‘야스쿠니’를 직접 언급하며 비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에 대해 “성의를 갖고 받아들이겠다”면서도 “본의 아니게 전쟁에 나갔던 사람들에게 애도를 표하고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맹세를 하기 위해 참배하고 있다”고 밝혀, 신사 참배를 중지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날 회담은 당초 예정시간인 30분을 훌쩍 넘겨 1시간 이상 계속됐지만 이러한 회담 분위기로 인해 3년이상 단절된 양국 정상의 상호 방문은 아예 의제로도 오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일본 언론들은 “중국은 앞으로도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부드러워지지 않을 것이라는 주석 본인의 강력한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일본은 이번 회담에 앞서 중국의 잠수함 침범사건도 중국의 간략한 유감 표명을 공식 사과 표명으로 ‘나름대로’ 해석하는 등 회담 개최 여부를 확답하지 않는 중국측과의 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었다. 그동안 일본은 역사문제에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던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이 물러나고 후 주석이 취임함에 따라 관계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에 따라 회담 추진에 강한 의욕을 보인 것이다.
그러나 후 주석은 경제나 영유권 분쟁 등에서 일본과 대화하고 협력할 일들이 많이 있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를 직접 거론함으로써 역사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원칙을 지키겠다는 분명한 입장을 표명한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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