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현지시간) 칠레에서 열릴 예정인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간 정상회담에서 지난해 APEC 한미정상회담때와는 달리 언론 발표문 등 공동문서를 채택하지 않기로 해, 노대통령의 '자주외교' 발언을 계기로 양국 정상간에 난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관측을 낳고 있다.
***외교부 "공동발표문 없다. 추진한 적도 없어"**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18일 “올해 한미정상회담에서는 공동발표문이 없다”며 “이러한 사항을 특별히 추진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미 양국이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공동보조를 취한다는 요지의 공동 언론발표문을 발표할 예정’이라는 이날 오전 일부 언론 보도에 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공동발표문 미채택 이유와 관련,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양국간 정상회담은 양국 수도를 오가며 열리는 정상적 정상회담이 아니고, 국제회의 기간에 열리는 여러 양자 정상회담에서는 어느 회담도 공동문서를 채택하지 않으며 이러한 것은 관례”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20일 태국에서 열렸던 APEC 정상회의에서 노대통령과 부시대통령은 정상회담후 4개항의 합의사항으로 이뤄진 '한미정상회담 공동 언론발표문'을 발표한 적이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지난해 정상회담 경우는 예외적인 경우”라고 주장하며 “지난해에는 이라크 파병을 힘들게 결정하고 북한핵문제 해결을 위해 다자적 차원에서 안전보장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중요계기가 있다고 판단해서 공동발표문을 마련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수혁 외교부 차관보도 이날 오는 20일 한미정상회담에서 언론발표문을 포함한 그 어떤 공동발표문도 없을 것임을 재차 확인했다.
***지난해에는 4개항 합의문 발표, 한미 냉기류 본격화하나**
하지만 이같은 외교부 설명에도 불구하고, 외교가에서는 오는 20일 한미정상회담에서 언론발표문을 채택하지 않기로 한 배경을 지난 12일 LA에서의 노대통령의 '자주외교' 발언과 연계지어 보는 시각이 많다.
외교부 주장대로 지난해 태국에서의 한미정상회담은 자이툰부대의 이라크 파병을 대가로 부시 미대통령이 구두상으로 북한의 체제안정을 보장하는 맞교환 성격이 짙었으며 이같은 합의는 당시 2차 6자회담 참여를 거부하고 있던 북한을 협상에 끌어들이기 위해서라도 대외적으로 공표할 필요성이 커, 공동 언론발표문이 나왔다.
당시 양국 정상은 한시간여 동안의 조찬모임후 발표문을 통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북핵 6자회담 조기개최와 구체적 진전을 이루는 게 바람직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차기 6자회담 진전 모색을 위한 수단과 방안을 공동연구키로 합의했다"고 밝혔고, 특히 부시 대통령은 북한의 안전보장 문제와 관련 "미국은 북한을 침략할 의도가 없으며, 북한이 핵무기 개발 야심을 포기하기를 기대한다"는 문구를 발표문에 넣어 북한의 체제보장을 약속했다.
당시 부시 대통령은 어떤 방식으로 북한의 안전보장을 해 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이 공동발표문을 계기로 북한은 곧 2차 6자회담에 합류했다.
하지만 외교부 주장을 100% 수용하더라도, 1년전 당시 상황과 지금 상황은 여러모로 대단히 유사하다는 점에서 외교부 설명에는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북한이 4차 6자회담 참여를 거부하고 있으며, 우리 또한 자이툰부대의 파병연기를 앞두고 있는 등 현재 상황도 지난해와 크게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교가에서는 이번의 언론발표문 채택 불발이 북핵문제에 대한 한미 양극간 견해차에서 비롯된 게 아니냐며, 앞으로 한미관계에 상당한 긴장이 흐를 것임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외교가에서는 이밖에 지난해 방콕 정상회담이 한시간여에 걸쳐 진행됐던 점에 주목하며, 이번 정상회담 시간이 얼마나 될지가 한미 관계의 긴장도를 재는 하나의 바로미터로 여기는 분위기여서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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