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군사대국화를 위한 헌법 개정 작업에 가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집권 자민당은 17일 평화헌법 9조를 대폭 손질, 자위대를 자위군(軍)으로 바꾸고 집단적 자위권과 해외 무력사용도 허용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한 개정초안을 처음 공개했다. 조지 W. 부시 미대통령의 재선에 따른 '보수화' 확대 움직임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해석돼 향후 동북아 긴장이 한층 고조될 전망이다.
***자민당, 헌법개정초안 최초로 공개**
교도(共同) 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집권세력인 자민당내 헌법 조사회는 17일 헌법개정초안을 처음으로 공개하고 헌법개정안 기초위원회에 제시했다. 헌법 조사회가 공개한 헌법개정초안은 전문을 포함한 현행 평화헌법의 전면 개정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 원안은 내년 11월 자민당 창당 50주년때 발표될 자민당 개헌초안의 골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초안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내용은 전력보유를 금지한 9조로, 자민당은 원칙적인 전쟁 포기와 비핵3원칙을 선언한 1항은 남겨 놓았지만 <평화주의> 장을 신설, “총리의 감독권 아래 개별적,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기 위한 필요 최소한의 전력을 보관 유지하는 조직으로서 자위군을 설치한다”고 분명히 밝혀 자위군 신설과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명기했다.
이러한 내용은 ‘국가긴급사태 및 자위군’ 항목아래 포함돼 있는 것으로 현행 헌법 해석에서는 인정되지 않고 있는 내용이다. 초안은 또 자위군의 임무로 “국제 공헌을 위한 활동”을 명기, 해외에서의 무력행사를 수반하는 활동에도 길을 터 놓았으며 방위, 치안, 재해 등 긴급사태 때의 질서 유지 임무도 자위군에 부여했다.
초안은 아울러 '국민의 책무' 항목에서는 징병제 금지 원칙을 분명히 하면서도 “국가의 독립과 안전을 지키는 책무”를 적시해 국가 긴급사태때 국민의 국가나 지방 자치체 등에 협력할 의무를 명기했다.
이러한 헌법개정 내용에 대해 자민당을 비롯한 일본 우익들은 '반쪽국가'에서 '보통국가'로 정상화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동아전쟁 패전후 미국의 엄격한 통제아래 놓여있던 군사권을 회복함으로써 정상국가가 되는 과정을 밟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일본의 양심적 시민평화세력과 주변국들은 일본 군국주의 부활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군대 보유를 분명히 밝히고 집단적 자위권 및 해외에서의 무력사용을 허용한 것 등은 본격적인 무력 행사 근거가 돼 주변국들에게 상당한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국내외 비판과 의혹의 시선을 고려해 이 부분에서는 비교적 신중하게 처신해 왔으나,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통한 중국 및 한반도 견제 구상을 갖고 있는 부시 미정부의 재선을 계기로 군사대국화에 본격 나선 셈이다.
***“국기는 일장기, 국가는 기미가요”, 헌법개정조건 완화**
이번 헌법개정 초안은 이밖에 현행 헌법에는 없던 총칙 항을 포함시켜 ▲국민주권 ▲기본적 인권 존중 ▲새로운 평화주의(적극적으로 국제 평화 실현에 기여) 등 헌법 3원칙을 제정했다.
총칙에서는 특히 “국기는 일장기, 국가는 기미가요”를 명기, 또다른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일장기와 기미가요는 일본 극우층에게는 애국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지만, 일본내 평화세력과 주변국들에게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도쿄도 교육위원회는 이와 관련 국기 앞 기립, 국가 제창 등을 강제조항으로 규정 ‘교육현장의 우경화’를 주도하기도 했다.
헌법개정초안은 또 일왕(천황)에 대해서는 “일본의 원수이며 일본 역사, 전통, 문화, 일본국민통합의 상징”이라고 규정하고 “황위는 세습으로 남녀를 불문하고 황통에 속하는 사람이 계승한다”고 해 여성 일왕을 용인했다.
아울러 국회가 국민투표를 제안할 수 있는 조건을 현재 중.참의회 총의원 3분의 2이상의 찬성으로부터 과반수 찬성으로 바꾸도록 했으며 국민투표를 실시하지 않아도 각 의회 3분의 2이상이 찬성하면 개정안이 통과된 것으로 간주, 헌법개정조건을 크게 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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