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부(주심 유지담 대법관)는 12일 `현대비자금' 1백50억원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2년에 추징금 1백48억5천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내, 고법이 큰 충격에 빠졌다.
재판부는 박 전 장관의 비자금 관리인으로 알려진 김영완씨가 미국에서 작성한 진술서에 대한 증거능력을 부인했으며 박 전 장관에게 1백50억원을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했다는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 진술의 신빙성도 의심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대법원 판결은 지난 6월11일 서울고법이 박지원 전장관측에 대해 유죄판결을 내리자, 박 전장관측이 "정몽헌 회장은 사망해 진술을 확인할 수 없고, 이익치씨의 진술 신빙성이 떨어지며, 김영완씨의 진술도 국내에 들어오지 않은 채 검찰의 강압에 못이겨 작성한 것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대법원에 상고한 이유와 일치하는 것으로 고법에 커다란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이주흥 재판장)는 이에 앞서 지난 6월11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현대 비자금 1백50억원 수수 관련 "정몽헌, 이익치, 김영완의 진술이 세부적인 부분에서 다소 차이가 있으나 중요한 부분이 일치해 신빙성이 인정되고, 피고인의 당시 위치로 봤을 때 직무대가성이 인정된다"며 현대 비자금 1백50억원 뇌물 수수 혐의를 인정하는 한편, 대북송금 과정에서의 직권남용,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었다.
재판부는 당시 "피고인이 나름대로 소명의식을 갖고 남북정상회담 추진 과정에서 실정법을 위반했으나 남북교류와 민족화해로 인해 국가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크다고 보여진다"며 "그러나 문화관광부 장관과 대통령 비서실장 등 김대중 정부의 실세로 있으며 정치와 경제에 큰 영향력을 가진 상태에서 금강산 관광선 카지노 허가 대가로 1백50억원의 거액을 수수하고 김영완에게 이를 관리케 하는 등 치밀하게 자금을 신탁했다"고 중형 선고 배경을 밝혔었다.
하지만 당시 고법도 "정몽헌, 이익치, 김영완의 진술이 세부적인 부분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고 인정했듯, 이번 대법원 판결은 고법과 검찰이 충분한 증거능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박 전장관에게 유죄판결을 내린 데 대한 질책성 파기환송이라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고법이 따라서 재판을 다시 하기 위해선 현재 해외에 체류중인 김영완씨 등을 국내로 불러 조사를 해야 하나, 김씨는 귀국을 극력거부하고 있어 과연 박 전장관을 재차 기소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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