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3일(현지시간) 코로나19 사태로 미국 경제가 추락 위기에 급격히 빠진 것을 인정하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가동했던 일명 '바주카 포'를 다시 꺼내들었다.
연준의 금리결정기구 공개시장조작위원회(FOMC)는 지난 15일 기준금리를 제로 금리로 인하한 지 8일만에 다시 만장일치로 특단의 양적완화를 결정했다. '무제한 달러찍기'로도 불리는 '무제한 양적완화'(QE)에 돌입한 것이다.
연준은 2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미국 경제가 극심한 혼란에 빠질 것이 분명해졌다"면서 "연준은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에는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회사채도 투자등급에 한해 지원하기로 했다. 이는 금융위기 때도 쓰지 않았던 카드다. 미국 회사채 시장은 약 9조5000억 달러 규모로,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인 투자등급 시장의 숨통을 틔워주겠다는 취지다.
지난 2008년 가동됐던 '자산담보부증권 대출 기구'(TALF·Term Asset-Backed Securities Loan Facility)도 다시 설치된다. 신용도가 높은 개인 소비자들을 지원하는 기구다. TALF는 학자금 대출, 자동차 대출, 신용카드 대출, 중소기업청(SBA) 보증부대출 등을 자산으로 발행된 유동화증권(ABS)을 사들이게 된다.
앞서 설치하겠다고 발표한 '머니마켓 뮤추얼펀드 유동성 기구'(MMLF)와 '기업어음(CP) 매입기구'(CPFF)의 투자범위도 확대했다. 이렇게 기업과 소비자, 산업 금융지원 규모만 3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연준은 중소기업 대출을 지원하기 위한 이른바 '메인스트리트 비즈니스 대출 프로그램'도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앞서 연준은 최소 5000억 달러에 달하는 국채 매입과 최소 2000억 달러 규모로 주택저당증권(MBS) 매입을 통해 돈을 풀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연준은 더 이상 국채와 MBS 매입 한도를 설정하지 않고 "필요한 만큼 매입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뉴욕증시는 연준의 '바주카 포' 발표에 급락세로 반응했다. 다우존스지수는 582.05포인트(3.04%) 하락한 1만8591.93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67.52포인트(2.93%) 내린 2237.40에, 나스닥지수는 18.84포인트(0.27%) 하락한 6860.67에 마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실물경제부터 급격히 냉각되고 있기 때문에 신속하고 직접적인 경기부양책이 동반되지 않은 양적완화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민주당 "공화당 경기부양책은 대기업 지원 치중"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는 2조 달러에 달하는 경기부양책은 이틀 연속 상원에서 좌절됐다. 상원 통과에는 6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이날도 49대 46으로 가결 정족수에 미달됐다. 코로나 19 감염자와 접촉해 자가격리된 공화당 상원의원 5명이 투표를 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 ,민주당 의원 일부의 찬성을 끌어내지 못하는 한 통과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은 트럼프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대기업 지원에 치중해 있다면서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서민과 소기업 등에 대한 지원에 집중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공화당 방안에는 대기업과 항공업 등에 수천억 달러가 배정돼 있다. 민주당은 "공화당은 2008년 금융위기 때 일반 서민들은 무시하고 대기업에게 막대한 지원을 하고, 제대로 쓰이는지 감시하지도 않는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셰러드 브라운(오하이오) 상원의원은 "기업에게는 구제금융을 주면서, 노동자에게는 스스로 일어서고, 스스로 책임을 지라고 요구하고 있다"면서 "함께 팬데믹과 싸우고, 타격을 받고 있는 노동자를 지원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섰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앞서 "공화당의 경기부양책 초안은 대기업에게 방만한 지원을 하고, 노동자와 병원에 대한 지원은 없다"면서 "어떻게 이런 법안을 민주당이 지지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온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아예 2조 5000억 달러가 넘는 별도의 경기부양책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의회가 경기부양책이 어떤 내용이어야 하느냐에 대해 심각한 분열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범유럽 주가지수인 스톡스유럽600은 전 거래일보다 12.61포인트(4.30%) 떨어진 280.43으로 거래를 마치고, 유럽 주요증시도 3% 안팎의 급락세로 마감했다. 특히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는 독일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1560억 유로(약 212조 원)의 추가경정 예산안을 마련했다는 소식에도 3% 넘게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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